▲ before
b' flat의 간판은 간결함 그 자체였다. 가게의 모서리를 감싸고 있는 갈색 어닝에 흰색으로 쓴 b' flat이라고 표시한 것과 익스테리어를 벽돌로 꾸민 외벽에 붙어있던 작은 박스형 간판. 간판 크기와 형태, 스타일, 익스테리어 까지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간결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합정동을 찾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b' flat은 홍대나 합정동에 한 달에 한두 번씩 간판을 구경하러 갈 때마다 존재를 확인하며 안도했던 가게였다. 여성 의류를 취급하는 보세 옷가게라서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합정동에 갈 때마다 b' flat의 간판을 보며 안도했던 것 같다. “여전히 잘 버티고 있구나!”라는 혼잣말을 내뱉으면 말이다. b' flat의 간판이 《사인문화》에 처음 소개된 것은 2013년 8월이었다. 합정동의 간판을 모아서 플라자를 했던 그때였다. 그 당시만 해도 합정동은 지금보다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물론 그 당시에도 레드오션에 근접한 상황이긴 했지만,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망치 소리가 울리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쩌면 2013년의 합정동은 거대한 공사판이 되기 직전의 마지막 고요함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러한 시기를 관통하며 꽤 오랜 기간 옷가게가 자리를 지킨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특히 홍대나 합정동 같은 곳에선 말이다. 오픈이 2013년은 아니었겠지만, 2017년까지 버텼으니... 홍대의 시간으로 치자면 상당한 기간을 버틴 셈이다. 그래서 합정동에 갈 때마다 b' flat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응원했던 것 같다. “또 한 달 이렇게 지나가는구나!”라고.
b' flat의 간판은 간결함 그 자체였다. 가게의 모서리를 감싸고 있는 갈색 어닝에 흰색으로 쓴 b' flat이라고 표시한 것과 익스테리어를 벽돌로 꾸민 외벽에 붙어있던 작은 박스형 간판. 간판 크기와 형태, 스타일, 익스테리어 까지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간결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합정동을 찾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b' flat의 간판과 익스테리어는 정말 예쁘장한 옷을 잘 찾아오는 감각 있는 주인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블로그 글을 보면 실제로도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2층에는 갈색 어닝 위쪽으로 작은 테라스를 만들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는 공간이었다.
매달 합정동을 둘러보며 안도했던 마음이 아쉬움으로 변한 건 올해 4월쯤이었다. b' flat의 간판이 떨어지고 가게 앞에는 건축 폐기물을 담는 마대자루가 쌓여있었다.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연 것은 두어 달 후였다. 새로 생긴 가게의 이름은 MIRAGE.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MIRAGE도 옷가게다. 아무래도 이 자리는 옷가게인 것 같다. 하긴 익스테리어를 고치지 않는 선에서 오픈을 해야 한다면 옷가게나 카페 정도일 것 같지만.
MIRAGE는 b' flat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간판을 달았다. 벽돌로 꾸민 익스테리어는 그대로 유지했고 어닝이 사라진 자리에 상호인 MIRAGE를 큼직한 채널사인으로 배치했다. 어닝이 사라진 자리가 어색할 법도 한데 채널사인 하단에 밑줄을 그은 것처럼 철제 바를 배치해 짜임새 있게 공간을 메운다. 그리고 채널사인을 후면발광 방식으로 제작해 야간에는 빛이 은은하게 벽돌을 비춰서 꽤 예쁘다. 쇼윈도를 베젤이 없는 통유리로 구성해 매장 내부의 옷이 명확하게 보여서 가게의 아이덴티티를 구체화한다. 쇼윈도도 MIRAGE를 알리는 하나의 사인인 셈이다.
이제 합정동에 갈 때면 MIRAGE의 간판을 보면서 b' flat의 감정을 느낄 것 같다. “한 달 잘 버텼구나!”라는 안도감. 그 안도감을 언제까지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오래도록 지속했으면 좋겠다. b' flat보다 더 긴 시간 동안. 흥망성쇠 프로젝트의 첫 번째 이야기였던 파넬로처럼. 2011년에 카페 zari를 대신해 문을 연 파넬로는 여전히 건재하게 합정동을 지키고 있다. 파넬로를 보면서도 역시나 같은 감정을 느낀다. 마감 후엔 파넬로에 가서 피자를 한판 먹어야겠다. 그리고 합정동을 둘러보며 MIRAGE를 포함한 수많은 가게와 간판을 둘러보며 응원해야지. “이번 달도 수고했어!”라고.
▲ After
MIRAGE는 b' flat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간판을 달았다. 벽돌로 꾸민 익스테리어는 그대로 유지했고 어닝이 사라진 자리에 상호인 MIRAGE를 큼직한 채널사인으로 배치했다. 어닝이 사라진 자리가 어색할 법도 한데 채널사인 하단에 밑줄을 그은 것처럼 철제 바를 배치해 짜임새 있게 공간을 메운다. 그리고 채널사인을 후면발광 방식으로 제작해 야간에는 빛이 은은하게 벽돌을 비춰서 꽤 예쁘다. 쇼윈도를 베젤이 없는 통유리로 구성해 매장 내부의 옷이 명확하게 보여서 가게의 아이덴티티를 구체화한다. 쇼윈도도 MIRAGE를 알리는 하나의 사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