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을 반대로 말하면 보편적이고 흔한 방법이란 의미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보편적인 방식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꽤 힘든 일이다. 보편적인 건 안정적인 방식이 이미 체계화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면에서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간판개선 사업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풀기 어려운 과제였던 ‘관주도식 개선사업 탈피’라는 벽을 넘어선 간판개선.
※ 본 연재기사는 행정자치부, 한국지방재정공제회와 월간 《사인문화》가 간판문화 선진화와 발전을 위해 진행하는 공익성 캠페인입니다.
▲ 양평군 서종면 사례는 관주도 방식에서 탈피한 처음 시도된 방식의 간판 개선이자 마을 꾸미기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설치까지 단순히 디자인적인 구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업 전반적으로 서종면 주민들이 주도했다.
간판으로 마을 가꾸기
간판으로 마을을 가꾸는 사업은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가 처음은 아니었다. 이미 몇몇 사례가 있었다. 이는 수없이 반복되는 간판개선사업에서 항상 과제처럼 떠오른 관주도식 사업탈피라는 이야기와 함께 대안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결국, 마을 꾸미기 사업으로 간판 개선을 진행할 때 중요한 점은 지자체가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마을 꾸미기 사업은 외부 전문가들의 주도로 주민의 마음을 움직였을 뿐 스스로 해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양평군 서종면 사례는 그야말로 처음 시도된 방식의 간판 개선이자 마을 꾸미기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설치까지 주민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단순히 디자인적인 구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업 전반적으로 서종면 주민들이 주도했다. 서종마을디자인운동본부(이하 서디본) 김양현 사무처장은 “이번 간판개선 사업은 총비용은 10억이 소요 됐고, 20개 업소에 30여 개 사인(벽면, 돌출, 지주 포함)를 설치했으며, 이 중 7개는 작가의 조형물을 활용했다”며 “주민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간판개선사업이 처음이고 작가들이 참여하는 방식도 처음이라 그런 부분에서 오는 생소함이 있었고, 크고 작은 변수가 발생했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김 사무처장은 “이러한 생소함을 해결하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과정 자체가 주민이 중심이 된 간판 개선이 아니었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 문호미용실은 양옆에 가게와 비슷한 형태의 어닝사인을 적용해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췄다. 그리고 쇼윈도에 문호미용실을 상징하는 퀼트 작품과 측면에 사인볼 형태 돌출간판을 배치해 가게의 성격을 구체화한다.
다양한 관점을 한곳으로 모은 건 마을 공동체
주민이 주도하는 사업이라고 해도 생각이 다른 사람이 모여서 하는 공동 프로젝트는 언제나 의견 조율이 중요하다. 간판 개선사업을 진행하는 일선의 공무원들도 가장 어려운 점을 사업 참여와 디자인에 대해 동의를 구하는 단계라고 할 정도니 말이다. 간판과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양평군 서종면의 경우도 그러한 다양한 관점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마을공동체의 역할이 빛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민 설명회 과정에서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가게주인에게 지인이 찾아가 설득하는 방식을 통해 개선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이는 가게 주인과 건물주 등 사업에 참여한 여러 사람이 친구 혹은 이웃으로 엮인 마을공동체여서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서디본 성종규 대표는 “서디본이 초기에 생각했던 서종면의 간판과 결과물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또한 중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서디본이 생각했던 간판의 아름다움과 작가들의 관점 그리고 가게주인의 생각은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하나로 모으는 중간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했고 그것을 결국 해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성 대표는 “결국 간판이란 건 예술작품이 아니라 가게를 알리는 사인이고, 간판은 고객과 가게를 연결해주는 소통의 매개체이기 때문”이라며 “또한, 간판은 가게를 고객에게 알리는, 일종의 말을 거는 역할을 하는 커뮤니케이션 장치이기 때문에 아름다움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관점을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확정한 디자인을 토대로 간판설치는 2017년 11월 24일부터 시작했다. 건물의 익스테리어 개선과 프레임 제작 등 사전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1달 이상 소요됐다. 양평군과 서디본은 이후에도 이번 사업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마을회관, 체육시설 간판에 대한 개선을 진행 중이다. 농촌 중심지역 활성화 사업에 간판 관련 예산이 편성돼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흥미로운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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