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이 집중되고 인구가 모이는 이른바 뜨는 동네에는 예쁜 가게와 간판이 생긴다. 이러한 가게와 간판은 거리를 걷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한 걸음 더 내딛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인상적인 가게와 간판을 구경하는 재미에 대로에서 꽤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도 계속 걷게 된다. 골목길을 걷는 재미는 예쁜 간판을 발견하고 카메라로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촌역 근처 백제고분로에는 이런 가게와 간판이 많다.
▲ 라라브레드는 백제고분로가 송리단길 이라는 이름으로 떠오르기 전부터 인기를 끌었던 빵집이다. 콘트리트 색 벽돌을 활용해 익스테리어를 공장처럼 꾸민 것이 인상적이다. 간판은 문에 설치한 입체문자 사인과 측면에 작은 돌출간판이 전부지만 익스테리어와 합을 통해 가독성을 높였다.
백제고분로를 중심으로 시작된 흥미로운 변화
송파구 백제고분로의 풍경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마치 망원동을 떼어서 석촌호수 근처로 옮겨둔 듯한 느낌이라 하면 적절하다. 2호선 잠실역과 8호선 석촌역이 근처에 있으면서도 조용한 주택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롯데타워 주변 잠실역에서 멀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른 곳이 백제고분로다. 번화가가 지척에 있지만 한적한 주택가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롯데타워의 영향으로 유동인구가 증가하면서 최근 흥미로운 가게가 증가하고 있다. SNS와 블로그에서는 이곳을 송리단길이라고 부르기 시작할 정도로 재미있는 가게가 골목 곳곳에 보석처럼 있다. 물론 송리단길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선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재미있는 길이 되는 건 사실이다. 송리단길이라 불리는 구간은 백제고분로 45길을 중심으로 양옆 서너 블록까지 포함한다.
백제고분로의 골목풍경은 여러모로 묘하다. 석촌호수를 중간으로 잠실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눈길을 끈다. 잠실은 고층빌딩을 중심으로 화려하게 사람들을 모은다면 백제고분로는 조용하고 차분한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걷는 재미가 있는 쪽은 백제고분로다. 마치 도쿄의 한적한 이면도로처럼 중간중간 재미있는 가게와 예쁜 간판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주택가였던 백제고분로에 흥미로운 변화가 생기고 있는 셈이다.
▲ 브런치 전문점 베르베르는 청록색 익스테리어가 압도적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전면에 배치한 네온사인과의 조합도 훌륭하다. 골목을 걷다가 마주치면 카메라를 안 꺼내고는 못 배길 정도로 예쁜 가게와 간판이다.
거리 분위기를 바꾼 가게와 간판
백제고분로에서 볼 수 있는 간판은 이색적이고, 가게의 개성을 담는다. 질서정연하게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골목 구석구석 파편화돼 있지만,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다. 그래서 간판을 찾으러 계속 골목을 걸으며 카메라로 기록하게 된다. 백제고분로의 간판은 가게를 알리는 사인이자 거리의 풍경을 바꾸는 오브제 같다. 재미있는 가게와 간판이 한적한 주택가였던 분위기를 흥미롭게 바꾸는 디자인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개성이 넘치는 가게와 간판이 거리의 풍경을 바꾼다는 말은 이른바 핫플레이스가 넘쳐흐르는 현재의 서울에서 상투적인 표현이 됐을 정도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리단’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수많은 거리가 나올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판이 재밌으면 역시 거리 자체가 흥미롭게 보인다. 백제고분로는 이 동네 특유의 매력이 있다. 망원동 등 주택가를 중심으로 뜬 동네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느낌이다. 망원동은 홍대와 합정동의 연장선이었지만 백제고분로는 그러한 유입이 없다. 롯데타워를 중심으로 한 잠실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런 점에서 백제고분로는 이 공간만의 묘한 아이덴티티가 있다.
그리고 백제고분로는 걷는 재미가 있는 동네다. 이는 흥미로운 가게와 개성을 드러내는 간판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간판에 이끌려 한 걸음 한 걸음 더 딛게 되는 거리다. 이런 간판은 단순히 재미와 함께 가게의 신뢰를 높이는 심리적 영향까지 미친다. 간판의 생김새와 구색은 결국 가게의 가치와 주인장의 자세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백제고분로에는 그런 간판이 많다.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간판. 간판 개선사업의 전략을 다각화하려고 생각하는 지자체가 있다면 백제고분로는 좋은 벤치마킹 사례다. 특히, 번화가 이면에 슬럼화되는 공간 때문에 고민이라면 백제고분로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목재와 흰색 바탕 간접조명의 조합만으로도 가독성이 높은데 ‘미자식당’이라는 가게 이름이 방점을 찍는다.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 본 연재기사는 행정안전부, 한국지방재정공제회와 월간 《사인문화》가 간판문화 선진화와 발전을 위해 진행하는 공익성 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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