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에서 단 한 곳의 카페를 꼽으라면 하면 망설임 없이 ‘카라멜스테이션’을 이야기할 것 같았다. 범위를 조금 넓혀서 강원도 전체로 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멋진 공간이었다. 특정 지역을 방문해서 대략 2박 3일 동안 수많은 명소와 카페를 다니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순간은 인상적이어도 오랜 시간 기억에 남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은데, 카라멜스테이션은 방문한 순간 “동해시 넘버원”이라고 바로 머릿속에 새겨지는 느낌이었다.
▲ 캐러멜색으로 뒤덮인 4층 건물은 그 자체가 이미 가독성이 높기 때문에 간판에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없지만 곳곳에 배치한 사인은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했다. 외벽 상단에 배치한 판류형 간판과 길쭉하게 벽면에 배치한 4장의 배너. 그리고 입구 상단에 카라멜스테이션을 알리는 판류형 간판과 그 옆으로 ‘Not a Hotel’이라는 문장을 표현한 입체문사인까지. 하나하나 다 공간을 상징하는 사인이었다.
묵호항과 바닷가가 인접해서 충분히 오션뷰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거기까지 필요하지 않았다. 바다라는 풍경을 등지고 있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멋있었던 공간. 카라멜스테이션은 마치 감각으로 쌓아 올린 성 같았다. 바닷가에 있지만 오션뷰에 기대지 않고 자체의 매력으로만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이런 곳. 묵호항에 차를 댄 후 근처 식당에서 문어 국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커피를 한 잔 마실 요량으로 찾아갔던 카라멜스테이션. 가는 길이 순탄하지 않았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눈치껏 한두 번 건너야 했고, 골목으로 들어서서는 도대체 이곳에 그런 규모에 카페가 있을 것 같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리 검색했기에 익스테리어와 간판을 대략 익힌 상태였지만, 걸어도 걸어도 보이지 않았다. 허름한 모텔이 보이고 잘 못 들어왔나 싶은 생각이 들 무렵 보인 캐러멜색 벽돌로 마감한 익스테리어. 오래된 모텔 건물을 리뉴얼해서 카페를 오픈했다는 정보를 알고 왔기에 카페 이름에 맞춰서 익스테리어를 잘했다 싶었는데, 네이버 지도의 2022년 9월 로드뷰를 찾아보고 웃음이 나왔다. ‘힐링모텔’이란 이름의 건물은 지금보다 색이 짙긴 했지만 분명 캐러멜색 벽돌이었다. 카라멜스테이션이 될 건물을 기가 막히게 찾아낸 셈이다. 그야말로 카라멜스테이션이 될 운명이었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1층은 호텔 로비의 카페 느낌이 드는 인테리어였다. 고풍스러운 복고풍 스타일을 차용한 부티크 호텔 같기도 했고. 그리고 지하의 공간은 갤러리 같아서 또 새로웠다. 통유리가 훤하게 뚫린 1층과 다른 느낌으로 아늑해서. 비가 오는 날엔 지하에서 커피를 마셔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하고 아늑했다.
캐러멜색으로 뒤덮인 4층 건물은 그 자체가 이미 가독성이 높기 때문에 간판에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없지만 곳곳에 배치한 사인은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했다. 외벽 상단에 배치한 판류형 간판과 길쭉하게 벽면에 배치한 4장의 배너. 그리고 입구 상단에 카라멜스테이션을 알리는 판류형 간판과 그 옆으로 ‘Not a Hotel’이라는 문장을 표현한 입체문사인까지. 하나하나 다 공간을 상징하는 사인이었다. Not a Hotel이라는 문장을 보고 호텔 컨셉으로 구성한 카페라는 생각을 하며 들어섰다. 예상했던 대로 1층은 호텔 로비의 카페 느낌이 드는 인테리어였다. 고풍스러운 복고풍 스타일을 차용한 부티크 호텔 같기도 했고. 그리고 지하의 공간은 갤러리 같아서 또 새로웠다. 통유리가 훤하게 뚫린 1층과 다른 느낌으로 아늑해서. 비가 오는 날엔 지하에서 커피를 마셔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하고 아늑했다. 호텔 컨셉을 잘 살렸다고 생각하며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루프톱을 구성하고 싶었다. 묵호항과 바다가 어떻게 보이는지, 그리고 묵호역으로 향하는 기찻길이 바로 옆으로 있어서 그 풍경도 궁금해서. 2층에 올라선 순간 깨달았다. 호텔 같은 느낌이 왜 그렇게 완벽했는지. 2층부터 3층은 호텔이었다. 검색을 해보니 카페 공간을 제외한 2, 3층은 호텔이었고 숙박객이 묵는 공간이었다. 호텔은 컨셉이 아니라 실체였다. 그제야 모든 게 딱 맞는 기분이었다. 어설프게 흉내 낸 게 아니라 호텔 그 자체를 만든 거 같아서. 1층에서 호텔 로비 같은 느낌은 그야말로 호텔이었기 때문이었다. 호텔에 투숙하면서 카페를 이용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졌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은 것보다 훨씬 더 가깝고 밀접한 공간으로 다가올 것 같고, 취향으로 쌓아 올린 성이라는 느낌이 더 강렬할 것 같아서. 동해에 놀러 올 일이 있으면 꼭 다시 와보고 싶다. 투숙객의 밀접한 감정을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호텔인데 왜 Not a Hotel이라고 사인을 배치했는지도 물어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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