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문화 선진화 캠페인 본 연재기사는 행정안전부, 한국지방재정공제회와 월간《사인문화》가 간판문화 선진화와 발전을 위해 진행하는 공익성 캠페인입니다.
서울시 중구 명동거리 간판개선조성사업 ·구간 : 서울시 중구 명동 2길, 8가, 8나길 일대 약 930m ·사업기간 : 2011년 10월 ~ 2012년 10월 ·사업규모 : 235개 업소 ·사업비 : 약 6억원
"이랏샤이마세~" , "도죠~",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우리나라 거리에서 일본말이 가장 많이 들리는 곳은 어딜까라는 라는 질문이 나온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동이라고 답할 것이다. 최근 엔저 현상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줄었다고 하지만 명불허전이란 말이 있듯 주말은 물론 평일 낮에도 명동의 거리는 여전히 일본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최근엔 중국은 물론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의 여행객들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서울시 중구청은 명동거리 간판개선사업을 진행해, 완료했다. 관광특구이자 한류 문화의 중심 거리라는 점에서 간판 정비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글 이석민 편집장, 사진 엄태영 사진기자
명동은 임대료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곳으로 유명하다.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에서 시작되는 '명동8가길' 일대 1층 상가는 월 임대료만 점포당 1억~3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보증금만해도 1층 상가의 경우 2008년 5억~10억원에서 현재 5억~30억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이렇다보니 명동에 위치한 점포들은 조금이라도 더 손님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간판의 개수가 많고 크기도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한 예로 모 음식점의 경우 간판이 무려 8개나 달린 곳도 있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인지 2011년 11월 YTN은 "명동에서 가장 먼저 고쳤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외국인에게 던진 결과 '복잡한 거리간판' 이라는 의견이 34%로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중구청은 이에 따라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명동의 간판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지를 갖고 강행했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를 내고 있는 점포주들의 반대가 심해 간판 정비가 쉽지 않았다. 특히 간판의 개수를 줄이고 크기를 규제한다는 정책에 점포주들의 반발은 컸다. 중구청 도시디자인과 권재면 디자인팀장(공학박사)은 "장사를 시작할 때 높은 권리금 등을 지급하고 입주했는데, 간판 정비를 한다고 하니 점포주들은 반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지속적인 주민 설명회와 설득으로 점포주들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나갔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타협안으로 곡각부문이 3면일 경우 가로형 간판 2개를 허용하고 1개의 소형 돌출을 허용하는 등 약간의 예외 규정을 별도로 만들어 협조를 구했다"라고 설명했다. 중구청에 따르면 특히 파사드의 경우 명동이 국제도시라는 점을 감안해 일부 허용했고 특히 정비되는 간판의 디자인은 점포주의 의견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관 주도하에 간판정비사업이 진행될 경우 간판의 디자인이 획일화 돼 관광특구라는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 점포주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 것이다. 또 점포의 창문을 활용해 음식 사진 등 상품의 사진과 금액을 노출시키는 광고도 허용했다. 각 점포당 중구청이 지원한 금액은 250만원이 상한액이었다. 그 이상의 금액이 사용될 경우엔 점포주가 추가 비용을 냈다.
권재면 팀장은 "명동은 타 지역의 간판정비와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했다. 전세계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기 때문에 점포주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또한 간판도 하나의 공간 예술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점포주들의 아이디어와 화려한 디자인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지나친 간섭은 지양했다"라고 강조했다. 최인태 도시디자인과 광고물정비팀장은 "간판 하나가 바뀌기 시작하니, 서서히 관심이 증폭되면서 점포주들도 하나, 둘 동의하기 시작해 나중에는 간판정비사업에 모두 참가하게 됐다"며 "점포끼리 경쟁이 심하고 눈치보기도 많아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어려웠던 일이었던 것 만큼 보람도 컸다"라고 전했다. 간판은 모두 에너지 절약에 적합한 LED를 사용한 입체형 사인으로 교체됐고 돌출 간판은 세로 4m 이내로 제한했다. 최인태 팀장은 "복잡하고 무질서하게 난립됐던 거리 간판이 정리돼 청결하고 보기 좋은 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디자인 측면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돼 국가적인 이미지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평가했다.
간판 정비전
간판 정비후. 점포 임대료가 비싼 명동의 거리를 정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투자됐다. 중구청은 명동이 관광특구라는 점을 감안해 파사드 형태의 광고물은 일부 허용했다.
간판정비전
후. 세로 간판은 4m이하로 규제했다. 금강제화는 기존에 세로 간판이 12m였는데 간판정비를 통해 4m로 축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