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본질은 결국 에스프레소가 아닐까 싶다. 기본이자 맛의 근간을 이루는 커피의 심장 같은 존재. 에스프레소. 때로는 유통기한을 넘겨 맛이 갈 듯 말 듯한 우유를 살려내기도 하니 에스프레소는 커피의 심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종류의 커피는 결국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것으로 시작하니 말이다. 어쩌면 최근 에스프레소 바가 유행하고 있는 건 커피의 본질을 향유하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결과고, 이는 문화적으로 넓고 깊어졌음을 의미한다.
서울시내의 수많은 에스프레소 바 중에 ‘카페 델 꼬도네’는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진심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특히 에스프레소 음료에 ‘Bar only’라고 표시해둔 메뉴판에서 알 수 있었다. 이 공간에서 마셔야 맛을 최상으로 즐길 수 있기에, 테이크아웃을 허락하지 않는 고집스러움이 느껴져서. 그리고 에스프레소를 주문해 마셔보면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렸는지 알게 된다. 단순히 미각으로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듯한 경험.
이러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건 공간의 구성도 한 몫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치 이탈리아의 마을에 있던 에스프레소 바를 그대로 떠서 옮겨 둔 듯한 느낌이 드는 익스테리어부터 내부 공간구성까지. 마치 “문 열면 그냥 이탈리아”라는 농담을 해도 그럴싸하게 들릴 정도로 공간이 흥미롭다. 단지 에스프레소를 마실 뿐이지만, 이탈리아에서 비슷한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탈리아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카페 델 꼬도네다.
카페 델 꼬도네의 간판은 그리 요란하지도 작지도 않고 적당하게 시선을 잡아끈다. 전면에 사각프레임을 비스듬하게 배치하고 패브릭 재질에 카페의 이름만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전면으로 보이는 사각 프레임이 마치 이등변 삼각형의 넓은 면처럼 보이게 구성한 조형적 특징이 흥미롭고, 익스테리어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려 눈길을 끈다. 그리고 출입구 양옆의 벽면에 간접조명을 설치하고 로고사인과 메뉴판을 배치한 것도 인상적이다. 판다를 적용한 로고사인은 그야말로 시선 강탈 포인트고, 메뉴판은 이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알리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출입구 앞에 높인 작은 나무 의자와 적당히 깔린 낙엽까지 모든 요소가 에스프레소 바와 어울리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 특히 나무 의자는 오픈을 알리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입간판의 역할도 해내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사람이 앉으면 의자, 자전거를 세워두면 거치대, 가게의 오픈을 알리는 사인까지 다양한 역할을 하는 오브제라고 할 수 있다. 내부에도 비슷한 나무 의자가 있는데 음료를 내어주는 프론트에 마주하고 앉을 수 있는 각도로 배치해 그야말로 바에 앉아서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감정을 느끼게 했다.
카페 델 꼬도네를 찾아간 날은 사람이 적당히 있는 상태라 공교롭게 딱 그 나무의자가 비어 있어서 그곳에 앉았는데, 그게 너무 잘됐다는 생각을 하며 음료를 마셨다. 에스프레소 바라는 공간이 주는 경험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자리 같아서. 음료를 내어주며 “최대한 스푼을 쓰지 마시고 서너 번에 나눠서 드세요!”라는 설명과, 다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음료는 괜찮으셨어요? 다음에는 이걸 드셔 보세요”라는 이야기를 건네는 정중한 태도를 오롯이 경험할 수 있어서. “그래 에스프레소 바는 이래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자리였다. 이날 마신 메뉴는 에스프레소 라 파나. 에스프레소에 크림을 올리고 초코파우더로 마무리한 음료. 달콤하면서도 끈적하고 씁쓸하며 고소했다. 한 모금을 마시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젖혀 하늘을 쳐다봤을 정도로 오래간만에 완벽하게 만족한 커피였다. 다음엔 추천해준 나폴리식 에스프레소 스트라파짜또를 마셔봐야지. 물론 한 잔으론 안 끝날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