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수당’은 굉장히 묘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다. 마치 일본의 교토의 어느 료칸 같기도 하고, 군산의 적산가옥 같은 느낌도 있고, 한옥의 정서도 담고 있다. 물론, 한국풍이냐 일본풍이냐 나눠서 이야기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지만... 익선동이라 그런지 한옥의 정서가 담겼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왠지 조선시대나 일제시대에 실제로 이렇게 꾸미고 살던 괴짜 양반이 있었을 것 같아서. 익선동이니까.
현재 익선동에서 가장 뜨거운 공간을 몇 개 꼽으라면 청수당은 당연히 속할 만큼 인기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청수당의 인기는 결국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공간이 주는 매력. 혹자들은 카페의 본질은 메뉴라고 생각하겠지만 공간이 주는 매력을 간과하기 힘든 시대다. 결국 체험을 팔고 공유하는 시대라서. 그리고 청수당은 커피와 디저트도 꽤 훌륭해서 흠잡을 곳이 딱히 없는 완성형 핫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의 분위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와도 만족하며 나설 수 있는 카페가 청수당이다.
출입문을 들어가서 내부를 둘러봐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하면 외부부터 이미 시선을 강력하게 사로잡는 곳이 있는데, 청수당은 후자에 속한다. 출입구로 들어가는 길목을 연못처럼 구미고 원형 돌판을 징검다리처럼 배치한 것이 인상적이다. 솔직히 말하면 인상적인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이라 해야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출입구로 가는 길목이 이미 압도적인 포토존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청수당을 찾은 사람도, 그냥 골목을 지나치는 사람도 이 연못길은 쳐다보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을 정도니.
SNS나 해시태그에서 볼 수 있듯 청수당의 출입구 앞 연못길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포토존이다. 엄청난 인증샷이 쏟아질 정도로 한 번쯤 사진을 찍어야 할 공간이자 통과의례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청수당에 가려면 한 번쯤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생각이 든다. 연못길은 포토존이자, 시선을 잡아끄는 익스테리어고, 청수당의 아이덴티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인이라 할 수 있다.
청수당의 간판은 연못길 측면에 아크릴 사인이 하나 있고, 출입구 상단에 목재사인을 배치했다. 이미 연못길의 가독성이 너무 압도적이라 간판은 결국 청수당이란 가게 이름을 표시하는 정도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아크릴 사인이 문패 역할을 한다면 출입구 상단에 배치한 목재 사인은 인증샷을 완성하는 오브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딱 필요한 곳에 작지만 간결하고 명확하게 배치한 디자인 요소처럼. 그리고 아크릴 사인 바로 옆에 있는 대나무 수로도 인상적이다. 마치 일본식 수로인 시시오도시를 연상시키는데, 익선동이란 지역의 특성과 묘하게 대척점에 서 있는 느낌이라 묘한 재미가 있다. 뭐랄까 배덕의 즐거움 같기도 하고 괴짜 양반의 특이한 취향을 엿보는 기분이 들어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했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청수당은 커피와 디저트의 맛 역시 빠지지 않는 곳이다. 특히 디저트는 맛도 맛이지만 담아내는 그릇과 플레이팅이 너무나 청수당의 느낌이라서 놀라울 정도였다. 결국 플레이팅은 가게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맞는 식기를 고르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청수당의 플레이팅은 정말 나무랄 곳이 없는 완벽한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돌로 된 사각 접시는 물렁한 수플레 케이크의 형태를 잡아주기 때문에 끝까지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기능적인 측면도 훌륭했다. 가게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반영하면서도 기능적으로도 뛰어난 플레이팅이라 할 수 있다. 다음에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에 한번 가볼까 생각 중이다. 연못길에 어둠이 살짝 내리고 대나무 전등이 빛이 밝아질 때의 느낌이 또 어떨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