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모니의 간판은 전면에 네온사인을 간결하게 설치한 것이 전부지만, 붉은색 어닝이 꽤 큰 역할을 한다. 네온사인의 가독성이 떨어지는 주간에는 강렬한 색감의 어닝이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무실에 앉아 열심히 일을 하다 오후 3시 이후가 되면 집중력이 일순간에 떨어질 때가 있다. 딱히 졸린 것은 아니지만 뭔가 집중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은 느낌. 점심과 저녁 사이 공백의 딱 중간쯤 있는 그 시간. 간식과 당충전이 필요한 타이밍. 텐션을 끌어올려 퇴근 전까지 마지막 힘을 짜낼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간. ‘두모니’는 딱 그럴 때 가고 싶은 카페다.
두모니는 구움과자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다. 구움과자는 발효를 거쳐서 만드는 빵과는 다른 고유의 영역이 있다. 빵은 때로는 밥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구움과자는 그야말로 디저트에 특화된 무게감이 있다. 출출함을 달래는 정도 혹은 식사 후에 티타임에 곁들이는 정도로. 그래서 두모니는 출출함이 밀려오는 오후에 딱 생각나는 곳이다.
▲ 알파벳 ‘d’자를 음표를 형상화한 로고로 배치했는데, 이는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구체화하는 디자인 요소였다.
두모니는 경의중앙선 풍산역 근처 밤가시마을과 공원을 감싸고 있는 밤리단길 끝자락에 있다. 밤리단길은 3호선을 중심으로 일산에 형성된 핫 플레이스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른 곳이다. 3호선 라인의 일산이 신도시 개발의 경제적 호재가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나는 규모와 번잡함이 있는 곳이라면, 풍산역 근처는 주택가와 공원을 중심으로 적당한 한적함이 느껴진다. 조용히 골목을 걷는 재미를 택한다면 단연 밤리단길이다. 풍산역에서 앤틱보넷길을 거쳐 골목을 한참 걸어 내려오면 두모니가 있다.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때쯤 딱 나타나는 느낌이라 그냥 자연스레 들어가 시원한 커피를 주문하게 된다. 그리고 골목을 걸으며 소진한 에너지를 채우려 적당한 디저트도 함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바닐라 파운드 케이크를 주문해 먹으면서 카페 이름에 대해서 이해하게 됐다. 프랑스어로 달콤함을 의미하는 단어 ‘doux(두)’와 하모니의 뒷 철자(mony)를 합쳐 만든 이름 두모니(douxmony).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이미 있는 것이 아닌 유니크한 이름을 고민하다가 그렇게 짓게 됐다고 설명했는데, 명쾌하게 카페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낸 작명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바닐라 파운드 케이크는 그야말로 달콤한 조화였다. 달콤함과 적당히 쓴맛의 조화. 단쓴단쓴의 앙상블은 그야말로 두모니였다. 파운드 케이크의 마지막 한 조각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또 생각했다. 카페 이름 참 잘 지었다고.
▲ 인테리어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는데 그중에 제일 맘에 드는 것은 가벽을 세워 구성한 베이킹 룸이었다. 중간에 사람의 실루엣이 살짝 비칠 정도의 반투명한 유리를 길쭉하게 배치해서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는 점이 흥미롭다.
※위의 내용은 기사의 일부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사인문화 10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