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TV에서 봤던 드라마 임꺽정이 흥미로웠던 것은 스토리와 개성 있는 캐릭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임꺽정 보다 돌팔매질을 하는 배돌석을 더 좋아했었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강속구를 꽂는 투수처럼 적들을 소탕하는 매력적인 그 모습. 이러한 흥미를 간판과 길거리에 오롯이 녹여낸 것이 부천시 역곡 임꺽정로다. 지역상권의 부흥을 위해서 길거리 모든 곳에 임꺽정의 이야기를 적용했다. 부천시의 새로운 명소에 간판이 방점을 찍었다. 글, 사진: 노유청 편집장, 자료협조: 부천시청
▲ 새로 설치한 간판에 빈 공간을 두어 마치 책장이 넘어가는 입체적인 형태로 임꺽정 이미지를 적용했다.
지역상권 부흥을 위한 통합적 공간 리빌딩 간판 개선이 무미건조하고 획일적이었던 건 정비에 무게를 두고 진행했기 때문이다. 물론 건물 그리드 자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난립했던 간판을 정리하는데 의미를 둘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부천시 역곡 임꺽정로는 단순한 간판정비 이상의 의미를 보인 사례. 다른 지역의 간판정비가 도심재생의 단초였다면 역곡 임꺽정로는 완성이었다. 역곡 문화거리는 2013년 11월에 시작해 2014년 말까지 5개 사업 분야로 약 7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한 사업이다. 도로포장, 정비공사, 보안등, 전선 지중화, 간판개선 등 지역상권 부흥을 목적으로 진행한 통합적 거리 개선사업. 문화거리로 조성되는 이곳은 역곡역과 경인로, 부광로와 인접하고 근처에 역곡남부시장이 위치하고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향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부천시는 지역주민과 함께 수차례 토론회를 거쳐 이 골목을 역곡 임꺽정로로 정했고 공공시설은 물론, 간판 등 사유시설까지 임꺽정 캐릭터를 활용했다. 즉 디자인 컨셉트를 거리에 통합적으로 적용한 것. 임꺽정이라는 스토리를 거리에 담아서 지역상권을 부흥시키려는 시도를 한 것이고 간판을 통해서 거리의 정체성을 구체화 했다. 결국 역곡 문화거리 사업의 완성은 간판인 셈이다.
▲ 역곡 임꺽정로는 간판정비와 동시에 문화거리사업을 진행한 사례라 보도블록, 길거리 안내사인 등
공공시설물도 통합적으로 정비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은 역곡 임꺽정로 초입에 위치한 안내사인.
간판에 수놓은 청석골 8두령 임꺽정의 8두령은 마치 팀워크가 좋은 야구팀 같다. 날렵한 테이블 세터부터 한방을 날리는 덩치 좋은 클린업 트리오 까지. 청석골은 그들의 홈구장이고 적과 맞서는 장면은 원정팀을 초토화 시키는 홈팀의 기세가 느껴지는 재미가 있다. 이는 다양한 캐릭터가 공존하며 상호간에 시너지 효과를 내는 화학작용이다. 이번 역곡 임꺽정로 간판에도 이런 재미를 담았다. 이두호 작가의 만화를 활용했다. 간판마다 임꺽정의 주요 등장인물인 8두령의 이미지를 적용했다. 이는 역곡 임꺽정로의 아이덴티티를 간판을 통해서 구체화 시킨 것이다. 간판 속 이미지는 길거리를 흥미롭게 만들고 상권부흥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거리자체도 임꺽정의 스토리를 상징하는 듯 마치 청석골 같이 크고 작은 가게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인 형태다. 마치 먹자골목속의 여러 가게가 8두령이 모인 것처럼 형태적으로도 묘한 재미요소가 있는 거리. 그리고 간판에 직접적으로 임꺽정 이미지를 적용해 개선사업의 방점을 찍었다.
▲ 가로등 배너게시대에 임꺽정 이미지를 활용한 깃발을 걸어 아이덴티티를 구체화 했다.
부천시청 도시디자인과 임세용 팀장은 “이번 사업에서 타지역과 차별화 포인트는 임꺽정 캐릭터를 적용 했다는 것”이라며 “간판정비는 지역경제에 시너지 주고자 한 것이고 이곳은 점포가 밀집돼 있는 거리라서 시너지 효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임 팀장은 “간판뿐만 아니라 보도블록 등등 길거리 전체 인프라를 문화거리 디자인 컨셉트에 맞춰 진행한 것”이라고 덧 붙였다. 역곡 임꺽정로 간판교체 사업은 디자인 컨셉트를 맞추고 간판에 이미지를 적용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점포주들에게 동의서를 받고 제작 형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이를 위해 올해 2월부터 시의원, 점포주, 주민자치위원 등으로 주민협의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야간경관 색채분야, 공공건축 설계분야, 만화가로 구성된 자문단과 협의를 통해 사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점포 간판에 지역적 특성, 개별 점포들의 상징성을 반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두호 작가의 임꺽정 만화 내용을 응용해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결되는, 마치 책장을 넘기는 형태로 간판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