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초록에 대한 관심이 늘어갈 수밖에 없는 시절이다. 볕 좋은 거리에서 기지개를 켜는 순간 반짝이는 잎사귀의 초록부터, SNS 속 ‘반려식물’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인플루언서의 포스팅까지. 언제 어디에 있어도 초록을 마주칠 수 있는 계절, 어디에나 있었지만 그 언제나 화분에 불과했던 식물들이 에코와 그린, 계절의 바람을 타고 도시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그런 자연의 조각과 함께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가게들을 들여다보았다.
경의선 숲길공원 끄트머리, 주택이었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벌스가든&하우스’. 새하얀 입체문자사인과 흰 외벽, 흰 외벽 위에 스텐실 한 연두색 문구의 조화가 군더더기 없다. 입구를 지나는 순간 규모에 비하면 울창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마당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곳.
이름에서부터 촉촉한 흙내음이 물씬 느껴지는 ‘어반 플랜트’는 도회적인 소재와 식물을 잘 조화시킨 좋은 예다. 그림자가 멋지게 떨어지는 철재문자사인 뒤에는 익스테리어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색의 조명이 매립되어있다. 익스테리어와 간판에 사용한 색과 소재에 이질감이 없어 가게 이름과 분위기가 기나긴 설명 없이도 단번에 체감된다.
그야말로 도심 속 정원이다. 세련된 대리석 익스테리어에 점잖고 정중한 주물간판이 썩 잘 어울린다. 정원의 식물과 함께 비를 맞으며 시간의 흔적도 품게 된 주물간판과 비교적 선명한 색의 입간판이 뭉클한 대조를 이룬다.
커피와 꽃이 아니다. 술과 꽃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 ‘플라워 진’은 장미향과 오이향이 피어오르는 헨드릭스 진 토닉과 진 만큼 향긋한 꽃을 함께 취급하는 꽃집이다. 고급스러운 바가 절로 연상되는 소품 배치와 그 위에 놓인 꽃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새 향긋하고 알딸딸한 한 잔을 떠올리게 된다.
지나치는 순간 카페인가 착각할 정도로 차분하고 정돈된 인상을 주었던 꽃집 ‘그라운드’. 보도를 전부 차지할 듯 화분을 밖으로 내어놓지도, 색색의 화려한 꽃들로 장식하지도 않았지만 눈길이 가는 곳이다. 과한 장식이나 광고물 없이 식물을 다루는 곳이라는 가게의 본질을 드러내는데 집중한 결과다. 활짝 열린 목재무늬 출입문과 깔끔한 아크릴박스사인, 그 모든 장식을 뒷받침하는 통창 너머의 화분이 탄탄하고 다정다감한 서사를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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