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카페에 마지막으로 갔던 건 작년 12월 24일이었다. 친구가 SNS로 공유한 내용에는 12월 31일까지만 영업을 하고 제니스카페가 문을 다는 것. 이유인즉 건물주의 친척이 들어와 장사한다고 비워달라는 통보. 제니스카페 출입문에는 “그동안 제니스카페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저희는 또다시 건물주의 무소불위 소유권 행사로 이곳을 떠나게 되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SNS를 통해서 대략적인 내용을 이미 알고 갔지만 직접 찾아가 출입구에 붙은 안내문을 보니 씁쓸함과 쓸쓸함 복합적인 감정이 복받쳤다. 점심을 먹고 들른 터라 토마토 수프를 시켰고 그 유명한 제니스카페의 빵을 씹었다. 식후인데도 맛있어서 더 슬펐던 제니스카페의 빵 맛.
▲ 모던한 느낌의 빌딩에 목재테라스와 부식철판을 활용한 간판은 상당히 이질적이었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는 측면에서 이런 스타일은 아주 적절했다. 목재로 꾸민 테라스와 가게 이름을 일일이 새긴 테이블은 제니스카페가 지향했던, 요리 잘하는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한 식당이라는 분위기를 돋운다.
제니스카페와 간판을 처음 봤던 것은 2008년 5월이었다. 마감 후에 취잿거리를 찾으러 홍대를 어슬렁대다가 발견한 간판. 노란색 패널위에 부식 철판을 조각해 철자 하나하나를 붙인 제니스카페의 간판. 막연하게 참 홍대스럽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목재로 꾸민 테라스 까지. 특히 유리로 마감한 모던한 느낌의 빌딩에 목재테라스와 부식철판을 활용한 간판은 상당히 이질적이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는 측면에서 이런 스타일은 아주 적절했다. 가독성은 높지만 뭔가 요란하지 않은 느낌으로 주변을 지나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제니스카페가 위치한 자리는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좁은 골목이었다. 홍대라는 공간 중에서도 그야말로 이면도로의 극단이었던 셈이다. 그곳에 사람이 몰려들게 한 건 결국 제니스카페의 분위기와 맛이자 간판의 힘이었다. 제니스카페가 지향했던 “요리 잘하는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한 식당”이라는 분위기. 부식철판으로 제작한 간판과 목재테라스는 그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마치 내 친구가 작은 카페를 열어서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찾아오고 싶은 집. 물론 친구의 손에 이끌려 온 사람, 블로그를 찾아보고 온 사람, 아니면 진짜 제니스카페 사장님과 친구인 사람. 제니스카페를 찾은 계기는 다양했겠지만 편안한 분위기와 맛난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작년 연말을 끝으로 제니스카페는 공식적으로 영업을 종료했고, 이후 권리금을 두고 건물주와 지루한 공방을 벌이다 자리를 비웠다. 물론 권리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 다음으로 들어올 주인장이 새로운 임차인이 아니라 건물주의 친인척이란 이유로... 그렇게 씁쓸하게 제니스카페가 떠난 자리엔 ‘만진당’이라는 이름도 이상한 즉석 떡볶이집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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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진당 간판은 흰색 채널사인을 한글과 영문으로 각각 위아래로 붙인 구조다. 깔끔한 맛은 있지만, 즉석 떡복이 집과 상당한 괴리감이 느껴지는 만진당이란 이름을 형태나 이색적인 재질로 위트 있게 살려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간판.
흰색 채널사인을 한글과 영문으로 각각 위아래로 붙인 구조. 깔끔한 맛은 있지만 제니스카페를 생각해 보면 너무 흔해 빠진 간판이라 많이 아쉽다. 뭐랄까 팬들을 열광시켰던 빅스타가 빠져나간 자리에 새롭게 영입한 선수가 들어와 나름 고군분투 하지만 팬들은 여전히 예전을 그리워하고 있는 느낌. 목제 테라스를 걷어버리고 철재 요철을 배치한 것이 조금 제니스카페 특유의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그 형태와 자리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불행중 다행이랄까.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만진당과 관련한 꽤 많은 글이 게시돼 있고 호평도 종종 발견할 수 있는 걸 보니 나름 성업 중인 것 같아 배가 조금 아프다. 물론 그러한 반응은 새로운 주인장이 고군분투한 결과물일 테니 그것까지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추억의 장소가 사라진 아쉬운 맘에 만진당은 그리 끌리지 않는 가게가 됐다. 간판도 아쉬움 투성이고. 즉석 떡복이 집과 상당한 괴리감이 느껴지는 만진당이란 이름을 간판 형태나 이색적인 재질로 위트 있게 살려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마감을 치면 연희동에서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제니스카페에 가서 빵과 뇨끼를 먹어야겠다. 글, 사진: 노유청 편집장
※위의 내용은 기사의 일부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사인문화 11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