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식탁의 간판은 간결하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철재사인으로 표현한 가게 이름 커피식탁을 제작해 붙인 간판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모든 마케팅이 비슷하겠지만 간판은 물음표로 시작해서 느낌표로 끝나는 것이 효과가 가장 좋다. 왜 커피식탁일까 라는 의문을 품고 있다가 “아! 그래서...”라는 깨달음을 끝날 때 간판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땐 늘 ‘커피식탁’으로 간다. 보통 일주일에 4번 이상. 월, 화, 수, 목, 금 매일 갈 때도 있다. 서울에서 좋아하는 커피숍을 한 하나만 고르라면 주저 없이 커피식탁을 꼽는다. 3개 혹은 5개를 고르라면 커피식탁을 고정픽으로 두고 좀 오랜 시간 고민해야겠지만... 2015년 7월에 오픈한 이후로 꾸준히 커피식탁에 갔다. 커피 맛이 그리워서 가고 언제나 따뜻하게 환대하는 그 마음이 그리워서도 간다. 회의시간에 상사에게 한 소리 들어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가고, 기자가 그만둔다고 이야기 한 날도 갔다. 지금은 와이프가 된 그녀와 연애를 할 때도 갔고, 친구가 멀리서 놀러 왔을 때도 갔다.
커피식탁이 이전 공간은 허름한 백반집이었다. 저렴한 가격이 아니면 굳이 찾아가고 싶지 않은 그런 곳이었다. 상사가 가자고 하지 않으면 왠지 스스로는 안 갈 것 같은 그런 식당. 어느 날 그 가게가 사라지고 벽면 전체를 뒤덮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고 오픈을 알리는 멘트가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그 자체도 굉장히 감각적이었던 것이 현수막은 오픈을 알리는 사인이면서 한창 인테리어 공사 중인 내부를 가리는 커튼 역할을 했다. 그즈음이 성수동에 흥미로운 가게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가장 큰 호기심을 유발한 것은 커피식탁이었다. 어쩌면 그 현수막이 커피식탁의 감각과 자세를 상징하는 사인이 아니었나 싶다. 커피식탁은 3년이 흐른 지금도 그 현수막을 보면서 느낀 그 감정에서 전혀 변함이 없다.
커피식탁은 꽤 감각적인 곳이다. 공간도 사람도. 공간을 꾸미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것 역시 감각적이다. 부담스럽지 않지만, 손님에게 친절을 베푸는 건 굉장히 어렵다. 의욕이 넘치면 친절이 되레 폐를 끼치게 되고, 그렇다고 거리를 두면 방관하게 된다. 그 간극을 조절하는 것이 결국 감각인데, 커피식탁의 사장님들은 그런 점에 있어 굉장히 탁월하다. 인테리어를 아무리 예쁘게 꾸며도 사람의 감각이 더해지지 않으면 단골이 되기란 쉽지 않다. 커피 맛뿐만 아니라 커피식탁을 계속해서 찾게 되는 이유는 감각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커피식탁의 간판은 간결하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철재사인으로 가게 이름인 커피식탁을 제작해 붙인 간판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모든 마케팅이 비슷하겠지만 간판은 물음표로 시작해서 느낌표로 끝나는 것이 효과가 가장 좋다. 왜 커피식탁일까 라는 의문을 품고 있다가 “아! 그래서...”라는 깨달음을 끝날 때 간판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나 역시 두 번째로 갔을 때 물었다. 왜 커피식탁인지. “음식을 통해 이야기하는 공간이 식탁이잖아요, 사람들이 모여 커피와 차를 두고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라는 사장님의 설명을 듣고 “아!”했다. 그리고 측면에 놓인 입간판은 오픈을 알리는 실용적인 역할을 한다. 심각으로 갈라진 구조의 골목 어귀에서 입간판이 보이면 커피식탁의 문이 열린 것이다. 출입구 옆쪽에 두어 발자국 떨어진 곳에 내둔 입간판은 가게가 열렸음을 알리는 중요한 사인이 된다. 대략 1m 정도 크기의 철재 입간판이 최근에 조금 작은 목재로 바뀌었을 뿐 그 역할은 그대로다.
3년을 거치며 검은색에 가깝던 철재사인은 적당히 녹이 슬었다. 개인적으로 철재사인은 이렇게 녹이 슬었을 때 제일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이야기니까. 시간의 흐름은 간판뿐만 아니라 출입구 계단에 붙인 미끄럼 방지 철판, 출입구 손잡이, 테라스 난간 등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가게가 생기는 성수동에서 3년을 버틴 흔적. 커피식탁은 성수동이 뜨거워지기 시작한 시점에 오픈해서 3년을 버텼다. 흥망성쇠 프로젝트는 사라지고 새롭게 생긴 2곳의 간판과 공간을 이야기하는 글이지만 이번에는 커피식탁의 이야기만 담았다. 이는 3주년을 맞이한 커피식탁의 단골손님이 보내는 축전이자 앞으로도 계속 흥해달라는 바람이다. 이번 달 마감 후에도 역시나 커피식탁으로 간다.
▲ 3년을 거치며 검은색에 가깝던 철재사인은 적당히 녹이 슬었다. 개인적으로 철재사인은 이렇게 녹이 슬었을 때 제일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이야기니까. 시간의 흐름은 간판뿐만 아니라 출입구 계단에 붙인 미끄럼 방지 철판, 출입구 손잡이, 테라스 난간 등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