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완연해진 7월, 외출할 때 빠뜨려선 안 될 소지품을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그건 따가운 태양광선으로부터 피부를 지켜줄 자외선 차단제도, 찌는 더위에 한 줄기 미풍을 불어줄 휴대용 선풍기도 아니다. 계절에 달궈진 아스팔트가 뿜어내는 찜통 같은 열기조차 환호와 함성으로 끓어오르는 콘서트장의 열정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줄 여름 필수품, 음악! 귓바퀴를 타고 흐르는 땀이 어차피 흘려야 할 땀이라면, 조금 더 짜릿하게 즐겨보자. 잊을 수 없는 음악을 손으로 만져보면서.
글·사진 황예하 기자
▲나인원 한남 지하상가에 입점한 음반 가게 ‘오드레코드’의 사인들. 상가 밖 지상에 놓인 목재입간판과 지하 매장의 분위기가 전혀 달라 매력적이다. 내부를 장식한 네온사인이 유리창과 거울에 겹겹이 반사되어 독특한 깊이감을 만든다.
▲시간의 흔적이 여과 없이 느껴지는 또 다른 음반가게, ‘부루의 뜨락’. 어느 순간 ‘옛날 것’이 되어버렸을 간판 서체가 한 바퀴 돌아 다시 예뻐 보이는 시기까지 버텨왔다. 회현역과 명동역 사이에 자리한 부루의 뜨락은 케이팝부터 클래식까지 없는 게 없는 곳이다. 명동을 방문하는 케이팝 팬들에겐 그야말로 뜨락 같은 가게.
▲건물이 낡은 걸까, 간판이 낡은 걸까. 무엇이 먼저였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을 것만 같은 이 음반가게는 ‘힙’과 ‘뉴트로’의 성지, 을지로에 있다는 점마저 멋스럽게 느껴진다. 여러 간판이 머물다 갔음이 느껴지는 타일 외벽 위로 자리 잡은 사인과 어닝은 건물과 함께 세월을 맞고 있지만, 내부는 놀랄 만큼 젊은 감각으로 채워져 있다. 실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이브레코즈’의 로고가 눈에 띈다.
▲해방촌 언덕배기 기울어진 경사를 타고 자리 잡은 ‘웰컴레코즈’. 건물 규모에 비하면 작은 크기지만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리한 검은 간판이 인상적이다.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는 1층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장르별로 잘 분류된 레코드를 구경할 수 있는 곳.
▲사장님이 키우는 고양이 ‘김밥이’가 마스코트로서 간판을 장식한 ‘김밥레코즈’. 유행 따라간단 말을 들으면 자존심 꽤나 상할 홍대에서도 ‘레코드’ 하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음반가게다. 다른 선반을 구경하려면 옆 손님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정도로 빠듯한 내부는 그야말로 음악으로 꽉 차 있다. 가게에 들를 일이 없더라도 이 골목을 지나게 되면 어닝 아래까지 넘쳐 나온 레코드를 구경하는 손님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Aaron Lowell Denton의 솜씨를 사인에 활용한 ‘사운즈굿’은 음반 외에도 다양한 레이블 굿즈를 판매한다. 지하 매장 특성상 큼직함으로 승부하는 간판은 없지만, 지상에 놓인 알록달록한 입간판과 절묘한 위치에 설치한 채널사인의 조화가 재미있는 곳이다.
▲뉴트로 열풍으로 다시 유행의 자리에 앉은 레코드는 다양한 분류의 가게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금지옥엽’과 같은 영화 굿즈 전문점이 그런 가게 중 하나다. 극장에서 눈물샘을 자극하던 영화 사운드트랙을 내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금지옥엽은 세계 3대 국제 영화제로 꼽히는 ‘칸 영화제’의 심볼을 간판으로 삼았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간판은 그야말로 금지옥엽. 가게의 장르를 곧 아이덴티티로 삼은 감각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