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라이트 서울이 포착하고 재해석한 서울의 모습이 재생되고 있는 대형 사이니지. 간판 장면이 나올 때는 정말로 서울 밤거리 한가운데를 떠다니는 것 같다.
세계적으로야 대도시라지만, 천만 인구에 시달리며 빽빽한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그저 ‘동네’일 뿐이다. 해외에서 방문한 외래관광객이 한국을, 서울을 보기 위해 왔다고 하면 반사적으로 ‘그 정돈가?’ 하는 의문을 품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당연하게 생각하며 지나치는 우리 서울은 날이면 날마다 마주칠 수 있는 이야기보따리가 아니다. 디자인실버피쉬는 인사동에 그 보따리를 풀어 헤쳐 놓고자 했다.
익숙함을 걷어내면 비로소 보이는 것
▲ ‘Welcome to Delight(환영)’. 딜라이트 서울 내 세 번째 작품이다. 청사초롱을 ‘힙’하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포장을 푸는 순간 탄성을 내지를 만큼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때 느끼는 커다란 기쁨은 그날이 지나면 조금 줄어들어 있다. 일주일, 한 달, 마침내 그 선물이 일상에 녹아들어 더는 새로운 것이 아니게 된 순간, 우리는 그 물건으로부터 어떤 감흥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우리에게 서울은 그런 선물과도 같은 도시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고궁도, 개발을 위해 흙을 긁어내는 순간 모습을 드러내는 각종 유물도, 새롭거나 흥분할 만한 ‘꺼리’가 아니다. 분명 새로운 일인데도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2021 딜라이트 서울(이하 딜라이트 서울)’은 이런 당연함의 껍데기를 깨고 우리 문화와 이야기에 다시 새롭게 감동할 수 있도록 꾸며진 전시다. 전시를 기획·주관한 디자인 실버피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미디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가 정작 우리의 문화, 우리의 콘텐츠를 표현하는 일엔 인색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인 서울, 그 안에서 친숙하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던 보석 같은 우리 이야기를 주제로 한 딜라이트 서울은 서울의 이미지를 재해석한 실감형 미디어 아트 전시다.
총 11개 섹션으로 구성된 딜라이트 서울은 서울의 이야기를 다양한 테마와 기술, 조명을 사용해 소개한다. 관람하기에 앞서 입장권을 건네고 본인의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이를 변환한 바코드가 새겨진 팔찌를 주는데, 이 바코드 팔찌는 자연스럽게 전시 참여와 체험을 유도하는 장치다. 팔찌를 받아들고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Corridor of Light(시작)’. 희뿌연 안개가 가득 채워진 공간, 은은하게 빛나는 커다란 달이 반겨준다. 본격적으로 서울의 역동성을 마주하기 전 눈으로 보는 애피타이저다.
▲ 딜라이트 서울 안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작품들. 관객의 참여를 통해 이야기가 완성된다.
Corridor of Light를 지나고 나면, 입장 전 받은 바코드를 사용하는 첫 번째 관객 참여형 작품이 등장한다. ‘The Myth(12지신의 숲)’는 큼직한 사이니지에 둘러싸인 공간 중앙에 놓인 장치에 바코드를 인식시키면 본인의 생년과 관련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오로지 바코드를 인식시킨 관람객 한 사람의 띠에 해당하는 지신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데, 바코드 인식으로 자연스럽게 전시 참여를 유도하고 그에 맞춰 전시 내용을 변화시켜 전시 몰입도를 높인 점이 흥미롭다.
미디어아트 전시답게 미디어 파사드 기술로 구현한 작품 역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An Olden Tale(설화)’은 전시 공간 사면에 프로젝션 맵핑으로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 속 바다를 구현한 작품이다. 별주부전, 토생원전, 토끼전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설화를 새롭게 해석한 애니메이션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전시 공간 안에 선 관객은 설화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딜라이트 서울은 앞서 언급한 작품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직접 체험하며 전시의 일부가 되어볼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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