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서 타요 버스가 보이자 울던 아이가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언제 울었느냐는 듯 활짝 웃는 아이의 속눈썹엔 눈물이 그렁 맺혀있다. 라바 지하철이 지나는 시간을 기다렸다 타는 아이 입이 함박만 하다. 신이 난 아이의 얼굴에 덩달아 웃음이 난다. 캐릭터 전성시대다. 팍팍한 도시 속 웃음의 값어치가 높아진다. 아이들의 웃음은 빠르게 전염된다. 이번에는 아이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뽀로로가 떴다. 둘리 이후 다시 한 번 캐릭터 바람을 불게 한 주인공이 명동역 내부에 나타났다. 명동역에는 항상 사람이 북적인다. 패션과 뷰티, 예술과 한류 문화를 한곳에 모아 놓은 명동에 모인 사람들은 다른 피부색과 다른 말씨로 바쁘게 제 갈 길만 간다.
▲ 명동을 즐기는 공간으로 홍보하기 위한 공익광고의 성격이 나타난다.
그런 명동역에 하나의 쉼표가 새겨졌다. 지하역 내부의 기둥마다 캐릭터 뽀로로가 자리한 것이다. 4월 30일 완공된 이 기둥래핑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설치한 광고가 아니다. 설치된 기둥래핑은 명동을 즐기는 공간으로 홍보하기 위한 공익광고의 성격이 나타난다. 32개소에 부착된 이 기둥래핑은 명동역으로 새로 부임한 역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명동역 심재우 역장은 “역의 내부 공간은 넓고 깨끗한데 이용 승객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외국인 관광객이 대다수였다”고 말하며 “명동역은 주변에 많은 관광지와 아트센터가 있고 패션과 뷰티, 대중문화의 유행지다”고 설명하며 명동역을 세계적으로 홍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협의를 이뤄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캐릭터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아이코닉스의 투자로 사업이 진행됐다.
▲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벽면의 낮은 부분에 래핑을 진행했다. 친숙한 캐릭터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표현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했다.
한 달간의 작업과정을 거친 프로젝트는 5월이 가정의 달임을 겨냥해 4월 30일 공사를 마무리했다. 진행 중 어려웠던 점에 관해 묻자 심역장은 “역사 시설물이기 때문에 설치 확정 과정이 염려스러웠다”며 “승객이 많은 역이고 공간의 특성상 광고 수익이 나는 곳이기 때문에 설치 허가에 대한 확답을 받기까지 걱정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선정에 있어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만큼 대중적인 이미지에 중점을 뒀다. 그래서 뽀로로가 선정되었고 아이코닉스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수월하게 진행했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기정구 실장은 “과하게 설치하기보다 눈높이를 맞추는 데 주력했다”며 “명동에 왔다는 느낌을 살리기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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