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사회적 지위향상 만큼 외모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다이어트 보조식품들이 범람하며 성형외과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휘트니스센터나 조깅코스에서는 어김없이 살과의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D라인에서 H라인 그리고 S라인으로 소위 사람의 체형을 알파벳 대문자 모양으로 표현하는 것도 요즘 외모와 체형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잘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인의 외모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가? 사각형 프레임에 다른 모양으로 만든 프레임을 겹친다거나 원형, 타원형, 삼각형 등 제작이 가능한 경우 그 모양과 소재는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형태가 다양한 간판이 한 눈에 들어올 만큼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오히려 산만하고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왜일까? 필자는 다양한 모양으로 만든 프레임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각형 프레임이 공간적 활용도가 높으며 여백의 미와 건물 파사드와 조화 면에서 매우 안정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각형을 벗어난 프레임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관건은 그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물의 파사드 형태에 따라 사인 형태를 변화시켜 조화를 이룬다거나 공간적 활용도 제약으로 인한 시도이거나 디자인 의도에 부합한 경우 등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사람도 아름다운 외모에 지적인 이미지가 함께 조화를 이루면 더 큰 매력을 느끼듯 사인도 마찬가지다. 사인 프레임 형태에 변화를 주었다면 이에 합당한 안정적인 디자인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칭찬받을 만하며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프레임을 다양한 형태로 제작한 사인을 모아보았다. 형태가 겹쳐진 프레임과 돌출되거나 다양한 곡선을 적용한 사례들을 통해 이색적인 매력을 찾아보자. 글_서선일·사진_김수영
유명 연예인이 만든 퓨전 레스토랑 사인이다. 모양이 다른 프레임이지만 동일 색상과 외곽라인을 사용해 아기자기한 결과를 얻어냈다.
별 모양으로 겹쳐진 프레임이 전면 상단에 걸쳐진 형태다. 이처럼 걸쳐진 형태로 제작한 겹친 프레임은 통신사 매장 사인에서 적용하고 있는 방식으로 느낌이 다소 딱딱한 사각 프레임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널리 사용하고 있다.
인도음식 전문점 사인이다. 인도음식점이라는 이미지를 드러내기에 다소 미약하다. 세심한 형태 변화를 꾀한다면 멋진 모양을 상상해볼 수 있을 법하다.
겹쳐진 사각 프레임이 다소 크게 느껴져 답답한 느낌이 들며 프레임과 화면에 적용한 색상에 일관성이 없어 복잡해 보인다.
형태를 형상화한 심볼을 그대로 표출한 겹친 프레임이다. 동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버거운 작업량을 감수한 정성이 깃들어 있다. 깨끗한 화이트와 적색 로고타입은 크기는 작지만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유명 메이커의 신발모양을 겹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일 뿐 의미 없는 사각 프레임이다.
멀티숍에 어울리는 심플하면서 아기자기한 형태다.
보드카 전문점 돌출사인이다. 보드카 마니아를 상대로 하는 업소라면 글보단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게 더 확실한 방법임을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를 사각형과 같은 평행선상에 배치하고 ‘주(酒)’를 겹친 프레임으로 표현했다. 사각 프레임에 캐릭터를 넣기 위해 공을 들였다. 안정된 형태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건물 파사드가 기와로 이루어져 있어 패널형 프레임보다는 채널형을 적용해 파사드도 회복하고 조화롭고 멋스런 사인을 보여주고 있다. 제작자의 정성이 묻어난다.
퓨전스타일로 디자인한 사인이다. 사각 프레임을 함석 골판이라는 복고풍 소재로 제작했지만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잘 조화시켰다.
개성 있는 프레임을 제작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음을 짐작할 수 있는 사인이다. 다만 이에 어울리는 문자의 소재와 서체의 공간적 활용이 아쉬운 여운을 남긴다.
자유곡선 형태인 깨끗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다양한 문구를 배치했으나 이상적인 배열과 적절한 여백을 살려 약점을 보완했다.
사각형 프레임에 자유곡선 형태로 디자인한 앰블럼이 앙증맞다. 파벽돌로 처리한 벽면과 벽 등을 함께 본다면 이국적인 분위기도 물씬 풍긴다.
전체적인 사각형 프레임은 자유곡선 프레임을 돋보이게 한다. 레드의 조화와 서체 적용도 매우 훌륭하다.
화이트 컬러로 제작한 꽃 모양 프레임이 여성스러운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제작에 많은 공이 들어간 프레임이다.
야간 조명 효과를 기대해 봄직한 정성이 깃든 사인이다. 사각 패널의 깔끔한 여백과 로고의 포인트 조화가 수준급이다.
점포주 생각
예술 대중화를 위한 사인 제작방식은 ‘페인팅’ I & A 갤러리
‘예술’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중성과 상당히 동떨어진 고급문화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예술이라는 영역 역시 문화라는 큰 축에 속한 카테고리 중 하나일 뿐인데 말이다. 얼마 전 개그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둘이 가죽 재킷에 가죽바지를 입고 마치 록 가수같은 복장을 하고 나와서 “예술하니까”라는 말을 남발하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마치 예술은 먼 곳에 있지 않고 우리 생활 속에서도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물론 아직도 예술과 대중 사이에 존재하는 벽은 높은 편이고 일정 수준 괴리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소한 ‘I&A 갤러리’에서는 그러한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 어느 날 문득 예술과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떠오른다면 I&A 갤러리로 달려가자. 그리고 여러 작품을 보면서 힘차게 외쳐보자 “예술하니까” 라고 말이다. 글_노유청·사진_김수영 전통적인 이미지 파괴를 통해 일반적인 갤러리와 차별화 예술은 앞서 말했듯 일반적인 대중이 즐기는 문화와 약간 괴리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 예술이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이미지가 왠지 고급문화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렇기도 한데 이렇게 예술이라는 분야에 대한 막연한 괴리감과 어려운 느낌은 결국 문화를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로 나눠서 보는 이분법적인 시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마치 예술의 전당에서 대중가수가 공연하는 것을 불허하는 억지 논리처럼 말이다. 그래서 갤러리의 이미지 역시 고급스러워야 하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튀지 않고 왠지 점잖을 빼야하는 것이 정설로 굳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I&A 갤러리는 그러한 선입견을 끊임없이 깨는 시도를 하고 있다. 즉, 기존 갤러리와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 사인부터 보통 클래시컬한 스타일로 설치하는 방식에서 탈피했다. I&A 갤러리 신섬철 대표는 “작년 2월에 갤러리를 오픈하면서 기존 갤러리와 차별화를 시도하기 하기 위해 사인부터 다르게 설치하려고 해서 관련서적도 상당히 많이 봤다. 그래서 사인디자인도 직접 했는데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갤러리이다 보니 미술을 상징하는 것이 어떤 것이 있을까 라는 생각에 여러 미술용품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대중적으로 쉽게 미술이란 것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은 페인팅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에 어울리는 붓을 디자인에 넣었다. 그리고 돌출간판에는 단순히 이미지만 넣은 것이 아니고 조형물을 결합한 형태로 구성해 가독성을 높이는 효과까지 생각해서 디자인했다”고 밝힌다. “아무래도 조형물을 같이 결합한 형태로 사인을 제작하다 보니 전면간판보다 돌출간판에 이래저래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는데 처음 디자인에는 붓 모양 조형물이 안쪽으로 향하게 했지만 제작을 하면서 건물 상단 외벽과 부딪혀 설치할 수 없었고 결국 방향을 외부로 바꾸어 설치했다”는 신섬철 대표는 “미술을 전공해서 디자인은 수월했는데 시공하는 부분이 어려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I&A갤러리는 예술은 어려운 것이라는 고정적인 이미지를 깨기 위해 사인을 시작으로 여러 부분에서 노력하는 갤러리라고 할 수 있고 좀 더 편하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점포 개요 업 종 갤러리 위 치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사인개요 소 재 플렉스, 알루미늄, 아크릴 디자인 I&A 갤러리 interview; I&A 갤러리의 핵심 컨셉트는 예술의 대중화 신섬철 | I&A 갤러리 대표 sc0545@freechal.com 몇 해 전 전공 수업으로 대중문화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는데 수업에서 대중문화를 분류하는 여러 가지 시각과 이론 그리고 사례를 꽤나 많이 배웠다. 그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유명 성악가들이 대중가요와 비슷한 음악을 작업했다고 제명되다시피 해서 한동안 무대에 서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문화를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로 나누며 문화에도 상위개념과 하위개념이 존재한다는 오해에서 비롯한 웃지 못할 사건이다. 결국 예술이란 것도 대중문화라는 거대한 축에 속한 요소로써 그것을 접한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I&A 갤러리 오픈했다는 신섬철 대표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예술을 너무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예술작품이라고 하면 고위 공무원이나 재벌가 총수쯤은 돼야 서로 선물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인데 그것을 깨기 위해 갤러리를 오픈했다. 선진국에는 이러한 예술작품 시장이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고 연말연시가 되면 선물을 하기 위해 좀 더 저렴한 작품을 찾으려 발품을 파는 등 예술작품이란 것을 상당히 쉽게 받아들이고 대중적으로 향유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물론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부분도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도 예술은 고급문화라는 이미지로 포장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의 대중화를 꾀하고 미술작품을 좀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갤러리를 오픈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I&A 갤러리는 예술을 좀 더 쉽게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공간이다. 과거 디자인업체 등 그림은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곳에서만 주문이 들어오던 것이 최근에는 갤러리에 직접 찾아와서 개인들이 집에 작품을 걸기 위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져 용산 전자상가 같은 개념으로 예술마켓이 형성되고 연말연시나 집들이 때 예술작품을 선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I&A 갤러리에 찾아가보자. 굳이 구입하지 않더라도 예술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좋은 의미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