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가지고 있는 게 마스코트라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지자체 주민들의 지지를 받는 디자인은 드물다. 그런 게 있었냐며 존재를 부정당하는 경우까지 있는 마당에 전국적으로 귀여움을 받는 캐릭터는 더더욱. 지자체의 특색을 담으면 원래 이렇게 투박해지나 싶은데, 특색이 담기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진주시가 이런 고충을 뚫고 지역색과 귀여움을 모두 잡은 기특한 캐릭터를 발굴했다.
글 황예하 기자 / 사진 진주시 제공
공공미술 전시를 위한 캐릭터 공모전
▲ 금호지에 설치된 높이 19m, 넓이 14m의 초대형 ‘하모’.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오후 9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 진주시가 발표한 ‘공공미술 전시를 위한 전국 캐릭터 공모전’의 최우수상 수상작이 최근 대형 조형물로 설치됐다. 진주의 주요 관광지와 어우러지는 대중성 있는 캐릭터, 코로나19로 지친 일상 속에서 진주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캐릭터를 주제로 개최했던 공모전은 총 211개 작품에 대해 일반인 선호도 조사를 포함해 2단계에 걸쳐 심사했다. 진주시는 시의 역사, 자연, 상징물, 주요 관광지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우수한 작품들 가운데 주제 적합성과 친근감 있는 디자인 모두를 충족하는 ‘하모(성은지, 전혜은)’를 최우수상에 선정했다.
‘하모’는 진양호와 남강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수달을 모티브로 하고, 이름은 진주 사투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동의와 긍정적 의미를 나타내고 싶을 때 주로 사용되는 단어인 만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우수상에는 유등을 형상으로 남강을 지키는 수호신을 표현한 ‘남강이(이준영)’가, 장려상으로는 ‘동동이(장문경)’와 ‘촉서기(한우진)’가 각각 선정됐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당선작들은 향후 관광기념품, 이모티콘 제작 등 진주 관광의 새로운 볼거리 제공과 각종 홍보 시 디자인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예정이다.
지자체의 아이콘, SNS의 아이돌
▲ 진주시가 개최한 ‘공공미술 전시를 위한 전국 캐릭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성은지, 전혜은 씨의 공동 출품작 ‘하모’의 작품 설명.
현재 진주시의 마스코트는 호국충정의 상징이자 진주 정신의 표상인 ‘논개’다. 진주시 이미지 홍보와 지역특산품 공동 브랜드의 상표로 활용되고 있는 ‘논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용되어 온 진주시의 오래된 상징이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진주시의 새로운 마스코트로 ‘하모’를 선정해달라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하모’가 당선작으로 발표된 지 약 4개월 만에 진주시의 상징을 담은 캐릭터로써 적극 활용하면서다.
진주시민들에게 친숙한 동물인 수달을 캐릭터화한 ‘하모’는 구석구석 진주를 상징하는 디자인적 은유로 구성되어 있다. 파도 무늬가 들어간 꼬리는 진주 관광명소의 ‘물’이 가진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는 진주시를 은유한다. 동글동글하고 깜찍한 외모를 가진 ‘하모’는 최근 2만 5천 명에게 선착순으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증정하는 이벤트가 단기간 내 종료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한정 배포 수량이 단시간에 소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는 ‘하모’ 이모티콘과 더불어 판매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하모’ 봉제인형.
지자체 아이덴티티를 적절히 드러내면서도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아 진주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는 이참에 기존 마스코트인 ‘논개’를 대신해 ‘하모’를 정식 마스코트로 지정했으면 좋겠다는 건의가 올라올 정도로 진주시민들의 반응 또한 열렬하다. 모티브 동물인 수달의 외모를 한층 귀엽게 그려낸 ‘하모’를 통해 진주시를 새롭게 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하모’ 인형이나 관련 굿즈의 판매 계획에 대한 질문에 진주시는 아직까지 판매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진주시는 현재 높이 19m, 넓이 14m의 대형 조형물로 제작한 ‘하모’를 금호지 수면 위에 띄우고 방문 인증 이벤트를 운영하는 등 ‘하모’의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중이다. 국내 지자체 캐릭터로써는 드물게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하모’는 현재 7월 31일까지 금호지에서 대형 설치 작품으로 만날 수 있으며,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야간 조명을 활용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