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남은 건 풀과 꽃이 있는 자연뿐이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남은 마지막 보루이자 유일한 안전지대는 자연이었다. 사방이 탁 트인 자연. 자연에서 풀과 꽃 혹은 나무 냄새를 맡으며 쉬는 건 코로나19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여가가 아닐까 싶다.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과 풍경이 이렇게 사람을 위로할 줄은 몰랐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연이 아니더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비슷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카페 ‘풀풀풀’은 그야말로 요즘 같은 시기에 딱 맞은 공간이 아닐까 싶었다. 조용히 앉아서 풀과 꽃을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그런 공간이란 점에서. 골목을 걷다가 더는 뭐가 있나 싶은 순간에 나타나는 점도 드라마틱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영화의 한 장면 그 자체다. 지하철 김포골드라인 운양역에서 대략 10분 정도 걸어서 닿는 곳이 운양동 카페거리이고 풀풀풀은 그중에서도 제일 깊은 골목의 끝자락에 있다. 갈증이 한껏 고조되어 있을 때 눈앞에 딱 나타나는 공간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카페다. 그리고 특이한 간판 때문에라도 한번 쳐다보게 되는 곳이 풀풀풀이다.
검은색 프레임에 풀풀풀을 눕힌 상태로 적었고, 이어서 반복적으로 알파벳으로 표시하고 그 패턴을 한 번 더 배치했다. 얼핏 보고 “간판에 무슨 외계어를 나열했나” 싶은 생각이 들 때, ‘풀’자를 눕힌 것이라 점을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왜 카페 이름이 풀풀풀일까”라는 의문을 갖고 문을 열면 바로 깨닫게 된다. 풀풀풀은 물음표로 시작해 느낌표로 끝나는 형태인 이른바 좋은 간판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간판만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간판에 쓰인 텍스트 형태로 물음표와 느낌표를 한번 만들고, 이후에는 풀풀풀 이란 가게 이름의 의미로 만든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진 의문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간판부터 공간 구성까지 굉장히 전략적이고 짜임새 있는 카페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한 간판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그에 대한 답은 내부로 들어가 커피를 한 잔 마셔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내용은 기사의 일부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사인문화 12월호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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