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역 위로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한 토막. 별개의 거리로 인식되는 삼청동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북촌은 꽤 길쭉한 산책 코스이자 상권이다. 마스크 없는 일상에 대한 희망과 함께 걷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으니 다시 한번 걸어보자, 걷기 좋은 북촌을. 한복을 빌려 입은 관광객과 일상복으로 멋을 낸 시민이 한 프레임 안에 어우러진 진풍경은 여전히 주말마다 계동 거리 위에 펼쳐지고 있다.
글·사진 황예하 기자
▲목재간판만큼 한옥에 잘 어울리는 간판이 또 있을까? 처마 밑에 매달린 ‘동림 매듭공방’의 목재간판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적당한 간판이다. 보행자의 시선에 한눈에 들어오는 알맞은 크기, 서까래와 거의 같은 색깔. 마치 건물이 처음 지어질 때부터 거기 달려있었던 것처럼 하나로 어우러지는 간판이다.
▲안국역 3번 출구를 빠져나와 지면을 딛는 순간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반타이’의 간판. 태국 음식 전문점의 느낌뿐 아니라 현대적인 감각이 입구에서부터 물씬 풍긴다. 낯선 디테일이 추가됐지만, 익숙하기도 한 알파벳에서는 입체문자사인의 장점만이 읽힌다.
▲쓰여있는 것만으로 멋진 글자는 때때로 풍경의 일부가 된다. 유럽의 노천카페를 연상케 하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어닝. 깨끗하게 관리된 아이보리색 어닝 위에 검게 상호를 새겨 비가 와도, 햇볕이 과해도 언제든지 알아볼 수 있다.
▲계동에서 네 번째로 오래된 가게인 ‘왕짱구식당’은 시간을 디자인 삼았다. 지붕과 함께 나이 들어온 천막 위에 쓰인 손글씨가 눈에 띈다. 한옥 구조를 그대로 살리면서 상호도 확실히 알리는 세월의 정공법이다.
▲아담한 장난감같은 카페 ‘실리그린’. 널찍한 창으로 좁은 공간의 단점을 감추고 행인들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스텐실 도장한 초록색 상호와 매장 안 초록색 의자의 깔맞춤이 장난감스러운 아기자기함을 배가했다.
▲보도와 인접한 창을 시원하게 개방한 ‘카페 레이서’. 모터사이클을 콘셉트로 해 간판에도 날개 달린 헬멧이 그려져 있다. 가게 안팎으로 또렷하게 드러난 콘셉트 덕에 실제 모터사이클 바이커들도 들러가는 곳이다.
▲큼직한 철재간판과 목재 익스테리어, 윈도디스플레이의 삼박자가 가게 안의 분위기를 길 위에 전파한다. 클래식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루니포르메 계동’은 남성 정장과 의류를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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