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온도계의 키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무럭무럭 자라나는 계절, 치열하게 대응해야 할 열기가 한창 끓는 이맘때면 지겨우리만치 듣게 되는 단어 ‘이열치열’. 여름도 더위도 이열치열도 모두 익숙한 것 천지지만, 매년 오는 여름마다 메뉴마저 상투적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찾아가 보았다. 찌는 날씨만큼 뜨겁고, 작열하는 햇빛처럼 화끈한 국경 밖의 메뉴들을. 글·사진 황예하 기자
▲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은 베트남의 한 조각, ‘효뜨’. 가운데 놓인 입간판이 현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익스테리어를 완성한다. 쌀국수를 뜻하는 ‘PHO’ 한 단어가 쓰여있을 뿐이지만, 단순함에서 오는 강렬함은 지나칠 수 없는 호기심을 유발한다.
▲ 오래된 전통 가옥을 리모델링해 차려진 베트남 음식점. 한옥 본래의 구조를 살려 중정까지 알뜰하게 활용했다. 정사각형 로고를 정면과 측면에 모두 적용해 통일성을 부여했다. 골목 하나를 두고 떨어져 나온 창고에는 가는 파이프를 응용해 이곳 역시 ‘La Cour 1912’의 공간임을 표시했다.
▲ 결이 같은 영·한문 서체가 올려진 목재간판에 시간의 흔적이 녹아난 이곳은 우육면을 전문으로 했던 ‘이양찬팅’. 현재는 운영을 중단했지만, 현지의 맛과 멋을 톡톡히 재현한 대만 음식점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었다.
▲ 붉은 국물 하면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메뉴, 짬뽕. 푸른 익스테리어 위에 올라간 깨끗한 간판은 최근 교체한 새것이지만, 디자인과 음식 맛은 지난 세월 유지해 온 그대로다.
▲ 셰프들이 매일 현지의 멋과 향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의기투합하고 있다는 ‘중화복춘’은 대중적인 중식 메뉴뿐 아니라 고급 중화요리에 특화된 멋스러운 가게다. 금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황동간판 아래로 엿보이는 입구만 보아도 제대로 된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곳.
▲ 합정역에서 약간 벗어나 양화대교 근처를 걷다 보면 나오는 일본식 라멘 전문점 ‘잇텐고’. 무어라 읽어야 하는진 몰라도 무엇을 맛볼 수 있는지는 예상할 수 있는 액자형간판이 부착되어 있다.
▲ 북촌 한옥마을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일식 카레 전문점 ‘호랑이 카레’. 지하 매장으로 향하는 입구를 동화적인 색으로 장식하고 큼직한 호랑이 간판과 윈도그래픽을 사용해 존재감을 끌어올렸다. 입구를 강조한 입간판 위를 당당히 차지한 조그만 호랑이 가족 피겨는 소소한 귀여움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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