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굉장히 인색한 도시다.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는데 인색한 도시. 이른바 “쏘리, 땡큐”문화가 실종된 도시. 이러다 보니 도시 표정은 얼어 있고, 때때로 사소한 감정적 불똥에도 대형 화재가 발생한다. 상호 간에 매너만 지켜지면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언성을 높이고 소모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LOUD(Look over Our community, Upgrade Daily life) project는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시민들의 힘으로 생활 속 문제 개선을 고민하는 공공프로젝트다. LOUD project는 작은 행동 하나가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지향한다. 결국, 매너라는 건 사회구성원들 사이 암묵적 약속이기때문이다.
▲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과 보행자 모두를 웃음 짓게 한 괄호라인 프로젝트.
한 줄서기를 유도하기 위해 막힌 형태 괄호라인 【 】을 이렇게 】▶▶▶▶【 방향만 바꿔 열었더니 새로운 질서가 생겼다.
▲ 디자인 시안을 구성하고 시트를 잘라 버스정류장 바닥에 붙였다.
시트 구입비용은 3,000원. 괄호라인 프로젝트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의 힘을 보여준 셈이다.
통곡의 벽을 무너뜨린 괄호라인 출퇴근길에 사람들은 모두 운동선수가 된다. 뛰고, 치고, 막고, 뚫고. 특히 퇴근길 버스 정류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거대한 장벽이 되고 보행자들은 빈틈을 찾아 돌파를 시도하는, 상호 간의 눈치 게임이 시작된다. 버스정류장 한 줄 서기 캠페인이 결국 보행자의 편리와 상충하는 결과를 낳은 것. 버스이용객에게 너무나 편리한 한 줄 서기가 보행자들에겐 통곡의 벽이 된 셈이다. 괄호라인은 간단하게 이 통곡의 벽을 무너뜨렸다. LOUD project팀 장종원 기획자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오랫동안 행동을 관찰했다”며 “보행자들을 위해 줄 선 사람들이 비켜주긴 하는데, 그 순간에 새치기하거나 혹은 시비가 붙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경계가 섞여 소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장종원 기획자는 “아이디어는 합정역 근처 버스정류장에 그려진 괄호라인에서 착안했다”며 “한 줄서기를 유도하기 위해 막힌 형태 괄호라인【 】을 이렇게 】▶▶▶▶【 방향만 바꿔 열었을 뿐이다”고 덧붙였다. 시트를 잘라서 버스정류장에 붙이고 시간이 흐르자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보행자가 지나다닐 공간을 비우고 괄호라인 까지만, 줄을 서기 시작한 것. 간결한 메시지를 담은 사인이었지만 말없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약속이 됐다. 횡단보도의 정지선, 지하철 플랫폼의 노랑선 처럼 괄호라인도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었다. 이는 결국 픽토그램과 사인의 힘이었다.
▲ ‘LOOK! 주위를 살펴요’ 프로젝트는 어린이 통학버스 교통사고를 줄여보자는 기획으로 시작했다. 안쪽 면과 바깥면의 메시지를 각각 상황에 맞게 구성해 주의를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강제형에서 권유형으로 바꾸는 약속 언어생활을 네거티브에서 포지티브로 전환하는 건 여러모로 중요하다. 이른바 ‘하지마!’식 메시지는 피로감과 반발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강제형은 속된말로 읽고 씹혀버리는 메시지가 된다. 알고 있어도 지키고 싶지 않은 약속. LOUD project팀은 권유형 메시지에 주목했다. 장종원 기획자는 “기존에 했던 캠페인방식이 너무 일방적이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두 줄로 서라, 뛰지 마라, 우측통행해라, 등등 명령조로 강제하는 방식의 일방적 커뮤니케이션 말이다”고 답했다. 그리고 장종원 기획자는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하지마식 강제가 아니라 이런 걸 해보면 어떨까요 라는 권유형 메시지”라며 “만약에 강제형 메시지를 모아보면 에스컬레이터에서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은 10개도 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그냥 무시하는 메시지가 되기 때문에, 긍정적인 뉘앙스로 만들면 받아들일 거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LOUD project팀은 일주일 단위로 속도감 있게 캠페인을 진행한다. 최근엔 거북목 증후군에 관심이 있다. 스마트폰 관련된 질병, 이는 개인의 문제이자 사회 현상이기 때문이다. 거북목 증후군을 예방하는 캠페인을 진행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초기에 진행한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두 줄서기 캠페인을 계속 발전시켜서 새로운 보행문화를 만들 예정이다. 보행문화는 결국, 시민의식을 심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매너기 때문이다. 글: 노유청 편집장, 자료제공: LOUD project팀
▲ 서울은 일상적인 배려와 매너가 인색한 도시다.
특히 건물을 드나들 때 앞사람의 손에서 떠난 출입문이 장벽처럼 다가올 때 배려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문 프로젝트는 뒷사람을 위해 문고리를 잡아주는 것이다. 거울 시트를 활용해 뒷사람이 보이면 문을 잡을 수 있게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