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을유년(乙酉年), 닭의 해다. 닭은 새벽을 알리는 정확한 울음소리로 유명하다. 우렁찬 닭 울음소리에 불황의 밤을 지배하던 온갖 악재들이 물러가고 내실을 다져가는 사인업체들에게 새벽 태양 빛이 드리우기를 기대해본다.
필자는 작년 1월호 칼럼에서 2004년도 사인업계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설비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장밋빛 희망을 가져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기대에 그치고 말았다. 좀처럼 사인수요가 늘어나지 않았고 하반기에 가서 오히려 물량부족에 더 허덕이는 현상이 벌어졌다. ‘주변에 있던 제작업체들 다 문 닫고 몇 개 밖에 안 남았어요’, ‘일감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사인만 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어요’ 등등… 살벌한 이야기만 들어온 한 해였다. ‘나라 전체가 불경긴데 사인업계라고 예외일 수는 없지’라고 하더라도 상황이 너무 좋지 않게 흘러갔었다. 지속적인 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은 원가상승 압박을 받으면서도 사인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악조건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활로를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던 한 해기도 하다. 입체표현을 더욱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시도해서 사인수요를 창출하고자 했다. 특히 채널사인 부문에서 다양한 소재 개발이 있었고 어느 해보다 조각기 판매가 증가했다. 입체사인을 권장하는 법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서 이 현상을 더 촉진시켰다. 종로 업그레이드사업, 재래시장 개발사업, 청계천복원사업 등 정부에서 추진하는 개발사업에 참여해서 지역단위 물량을 소화하는 노하우를 쌓기도 했다. 고객을 찾아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틈새시장을 찾고 잠재수요를 발굴하는 업체들도 보였다. 2004년 한 해 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올해 알찬 결실로 이어질 것인가? 최근 정부기관이나 연구단체에서 예상하는 2005년 경기전망을 보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작년보다 못한 4%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에 급증했던 수출 증가율이 올해에는 둔화해서 한 자리 수에 머물고 상반기까지 내수침체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한다. 한국경제연구원도 경제성장률을 4.1%로 점치면서 유가불안, 환율절상 등 악재가 한꺼번에 지속적으로 닥쳐온다면 2.8%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 민간연구기관들도 대체로 작년보다 낮은 3.7%~4.5% 성장률을 제시하고 있다. 하반기에 내수회복과 함께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상승해서 다소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작년만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런 경제환경이 조성된다면 사인업계는 2005년에 더욱 내실을 다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작년 옥외광고물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시행령 개정이 이어질 것인데 등록제 구체화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등록제는 그 효과성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파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새롭게 도입한 제도로 업계 건실성을 높일 수 있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그리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기가 진정으로 도래했다. 기존 아이템에서 높일 수 있는 부가가치, 새롭게 제시되는 영역에서 취할 수 있는 부가가치 등을 정말로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다. 올해는 을유년(乙酉年), 닭의 해다. 닭은 새벽을 알리는 정확한 울음소리로 유명하다. 우리 조상들은 닭 울음소리로 새벽이 오면 밤을 지배하던 마귀나 유령이 물러간다고 생각했다. 우렁찬 닭 울음소리에 불황의 밤을 지배하던 온갖 악재들이 물러가고 내실을 다져가는 사인업체들에게 새벽 태양 빛이 드리우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