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디자인 트렌드-친환경, 단순미

염기학 / 본지 본부장

디자인은 한 해를 시작하는 기업들이 항상 내세우는 화두 중 하나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디자인 육성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애쓰고 있다. 기업이든 정부든 디자인을 핵심요소로 다루는 이유는 디자인이 모든 생산품의 값어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그 당시 사회 조류를 반영하면서 어떤 흐름이나 경향을 나타낸다. 생산품의 값어치를 높이는 일은 바로 그 흐름이나 경향을 잘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인디자인은 3개 디자인 분야, 즉 시각디자인, 제품디자인, 환경디자인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면서 각 분야의 속성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기업이나 점포의 CI, BI를 디자인하는 측면에서는 시각디자인 속성을, 사인이라는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측면에서는 제품디자인 속성을, 거리나 공간의 한 구성요소로서 사인을 디자인한다는 측면에서는 환경디자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관련된 디자인의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이를 반영해야 사인의 미래 값어치를 드높일 수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작년 말에 ‘2007 디자인 트렌드 예측’이란 보고서에서 올해 산업 디자인 트렌드로 ‘친환경’, ‘단순미’ 등을 꼽았다. 이 트렌드를 사인디자인과 관련지어 생각해보자.
‘친환경’은 웰빙 바람과 함께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고 디자인을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됐다. 올해도 역시 친환경 소재를 찾는 소비자 기호에 맞춰 디자인 소스를 발굴하고 친환경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디자인이 계속 나오리라고 본다. 지난해 초 인조잔디를 소재로 한 사인들이 많이 나타났는데 이것도 친환경 이미지를 나타낸 사례로 볼 수 있다. 인조 잔디라 소재까지 친환경적이지 못했지만 웰빙 느낌을 충분히 전달했다. 전면사인를 비롯한 점포 파사드를 인조잔디로 꾸미고 인테리어까지 같은 컨셉트로 연결해서 외부 자연 이미지를 내부에까지 지속시켰다. 인조 잔디 사인은 주점, 커피숍, 고급 음식점 등 차별화가 필요한 업종에서 선호했었다. 친환경 이미지는 주목도를 높이는 사인 디자인의 한 형식으로 계속 부각될 것이다.
‘단순미’는 장식을 제거하고 심플(simple)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과 일맥상통한다. 단순미 또는 미니멀리즘은 이미 사인분야에서도 추구하던 디자인 경향이다. 특히 실내사인 사례에서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기획사들은 화려한 문양으로 시선을 잡기보다는 단순함의 미학을 추구하려고 했다. 슬림(slim)화 경향도 군더더기 없고 단순한 사인을 선보이는데 일조했다. 그런데 이 단순미는 올해 각 기업들이 내놓을 제품 디자인에 더욱 가미될 전망이다. 다만 이전과 다른 것은 심플한 요소가 강조되지만 직선보다 곡선으로 온화한 요소를 첨부한다는 점이다. 딱딱하고 거부감 있는 직선에서 부드럽고 친근한 곡선으로 접근성을 더욱 높인다는 것은 사인디자인에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트렌드다.
트렌드는 논리적으로 가까운 시일 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현상을 말한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안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2007년 디자인 트렌드는 앞서 언급한 것과 달리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단초를 찾아보려고 한다. 그 단초가 후에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을 때 그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과 같은 패턴으로 사인 디자인을 하더라도 ‘친환경’과 ‘단순미’를 한번쯤 고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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