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그야말로 완벽한 멜팅팟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중화권 특유의 호쾌함과 동시에 일본다운 섬세함도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 공간은 마치 한국의 핫플레이스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대만은 동아시아의 흥미로운 점을 모아서 만든 나라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타이베이, 가오슝, 타이난 등 대만의 여러 도시는 명확한 아이덴티티가 있었고, 각기 다른 분위기를 드러냈다. 매력적인 멜팅팟 대만의 도시와 공간, 사인을 한 번 둘러봤다.
▲ 타이베이 신도시인 반차오는 필로티 구조를 공중으로 옮겼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육교는 비가 와도 우산 없이 도시의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공중 보도 같은 구조였다. 반차오의 육교는 필로티 구조처럼 더위와 비를 피할 수 있으면서도 자유로운 보행과 몰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어쩌면 몰링의 도시 대만의 가을은 생각보다 더 더웠다. 오키나와보다 조금 더 남쪽에 있는 나라이니 각오는 했지만, 10월인데도 이렇게 덥나 싶을 정도로. 더위에 슬슬 지쳐가고 있던 순간 등장한 대만 특유의 필로티 구조와 보도. 보도를 필로티 구조 안으로 매입한 것처럼 구성한 공간은 그야말로 시원한 그늘이었다. 필로티 구조 안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쉬며 “덥고 비가 자주 오는 대만 날씨를 고려해서 이렇게 만든 거 아닐까?”라는 혼잣말을 했다. 지나고 보니 꽤 일리 있는 말이었다. 더울 땐 그늘이 져서 적당히 시원했고, 비가 오면 우산 없이도 걸을 수 있으니. 그리고 중간중간 오토바이 주차장과 가게에서 야장처럼 펼친 외부 자리까지. 필로티 구조와 그 속의 보도는 꽤 다양한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 생각했다. 필로티 구조와 보도는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몰링(malling)이 이뤄지는 공간이었다. 보도에 깔린 간이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상인들의 눈빛 공격과 제스처에 혹해서 가게로 들어갈 수도 있으니. 대만의 건축법을 구체적으로 알 순 없지만, 대로변에 있는 건물은 보도를 감싸는 필로티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건물이 대여섯 개 정도 이어져서 한 블록을 이루는 방식. 대만 특유의 필로티 구조는 어쩌면 몰링에 최적화된 건축양식이라고 생각했다. 타이베이 신도시인 반차오는 한술 더 떠 필로티 구조를 공중으로 옮겼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육교는 비가 와도 우산 없이 도시의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공중 보도 같은 구조였다. 반차오의 육교는 필로티 구조처럼 더위와 비를 피할 수 있으면서도 자유로운 보행과 몰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간판의 가독성이 그리 뛰어나지 않아도 이 특이한 구조의 보도를 걷다 보면 사실상 강제 노출 수준으로 보게 된다. 어쩌면 이런 구조 자체가 타이베이를 상징하는 사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다. 필로티와 육교가 펼쳐진 대로변을 뒤로 하고 이면도로로 들어오면 그곳 역시 흥미로운 풍경이었다.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중화권 국가의 느낌이 드는 오래된 건물과 간판, 그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가로수. 누가 봐도 더운 나라의 가로수라는 게 느껴지는 가지와 나뭇잎은 그 자체로도 이곳을 상징하는 사인 같았다. 한국에선 절대 볼 수 없는 나무가 중간중간 끼어 있어야 비로소 이 골목의 풍경이 완성되는 것처럼. 백미는 타이베이101 타워가 보이는 그 골목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사진을 찍으러 온다는 유명한 포토스폿. 이자카야에 달린 홍등과 골목 중간 어렴풋이 보이는 나무, 그리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타이베이101 타워까지. 완벽하게 타이베이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자 사인이다.
▲ 누구나 한 번쯤 사진을 찍으러 온다는 유명한 포토스폿인 타이베이101 타워가 보이는 그 골목은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자카야에 달린 홍등과 골목 중간 어렴풋이 보이는 나무, 그리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타이베이101 타워까지. 완벽하게 타이베이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자 사인이다.
동북아시아의 멜팅팟 타이베이 타이베이의 간판을 보며 느낀 건 다채롭게 섞여 있다는 점이었다. 첫 번째로 시선을 사로잡은 건 거대한 돌출간판이었다. 상하이에서 봤던 것을 그대로 옮겨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돌출간판. 중화권 특유의 호탕한 기질이 보이는 그런 간판. “역시 같은 중화권 국가라 그런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 이번엔 일본풍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아기자기한 일본의 어느 골목에 있는 가게 간판처럼. 그리고 귀여운 캐릭터를 굉장히 많이 활용하고 있었는데, 지하철역마다 걸려있는 타이베이 메트로의 공식 광고는 일본풍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중화권 특유의 거대함과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섞인 분위기였다. 이른바 스미마셍 문화로 대변되는 I의 나라 일본과 대륙적 호쾌함으로 무장한 E의 나라 중국. 대만은 그 중간 어디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동북아 국가 중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과 꽤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의 태도와 거리의 풍경, 간판까지. 남의 일에 너무 과하게 참견하지 않지만,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면 머뭇대지 않고 다가오는 그 묘한 친절함. 대만과 타이베이는 그야말로 동북아의 멜팅팟 같았다.
▲ 필로티와 육교가 펼쳐진 대로변을 뒤로 하고 이면도로로 들어오면 그곳 역시 흥미로운 풍경이었다. 오래된 건물과 간판, 그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가로수. 누가 봐도 더운 나라의 가로수라는 게 느껴지는 가지와 나뭇잎은 그 자체로도 대만과 타이베이를 상징하는 사인 같았다. 한국에선 절대 볼 수 없는 나무가 중간중간 끼어 있어야 비로소 이 골목의 풍경이 완성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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