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호주의 스페이스 마케팅과 상권활성화 사인디자인에 대해 알아본다. 달링하버, 센트럴파크, 페더레이션광장, 호타갤러리 등 호주의 여러 사례를 통해 스페이스 마케팅과 상권활성화 사인디자인이 어떤 형태로 공간에 적용되는지 살펴본다. (장효민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 필자의 원고는 월간 《사인문화》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 시드니의 아이콘인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
리퀴드 폴리탄의 대표 도시 시드니 유네스코 선정 ‘세계자연유산 10곳’ 중 케언스(Cairns)의 Great Barrier Reef가 포함되어 있고,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곳(100 places to visit before you die)’에 Great Barrier Reef와 시드니가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이 지혜롭게 공존하고 있는 곳이 바로 호주다. 호주의 가장 크고 아름다운 미항 도시 시드니(Sydney)는 현대건축의 아이콘인 오페라 하우스와 보태닉 가든(Botanic Garden) 등 도시 곳곳의 다양한 문화공간이 천혜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시드니에는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시설들이 많은데 특히, 오페라하우스 근처에 위치한 Museum of Contemporary Art는 다양한 현대 미술작품과 함께 세계 10대 카페로 인정받은 아름다운 전경의 카페가 있다. 또한, 주변에는 근대 문화유산을 그대로 간직한 듯한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모여있는 더 록(The rock)은, 지역의 스토리를 소재로 잘 구현한 전형적인 도시재생 구역이다. 국내와 달리 외국의 경우 도시재생의 의미는 오래된 건물이나 문화유산을 그대로 보존한 상태에서 인테리어 부분만 새롭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 록 주변에는 멋진 공간디자인의 커스텀 하우스(Custom house) 관광안내소에는 현대적 감각의 실내 사이니지와 도서관, 레스토랑이 같이 있는 개성미 있는 디자인 공간이다. 가끔 방문하는 호주의 3대 도시(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의 이미지가 항상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주 정부마다 체계적으로 관광 문화 환경에 투자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콘텐츠와 전시 프로그램, 공공디자인의 스케일 업이 영국 스타일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물론 어느 도시와 거리에도 분명 차별화된 정체성(Identity)이 존재하는데, 특화된 거리는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고 사이니지 디자인은 그 거리의 활기와 이미지를 배가시켜 주는 중요한 시각 요소다. 매년 발표되는 2025 트렌드 서적에서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디자인 마케팅, 스페이스 마케팅, 플레이스 브랜딩, 도시 브랜딩, 로컬 브랜딩 등과 관련하여 살펴볼 ‘리퀴드 폴리탄’이란 용어였다. 리퀴드 폴리탄은 액체(Liquid) 도시(Politan)라는 뜻으로, 지역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적 자본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다양한 사람들의 시너지가 흘러넘치는 도시의 유연한 변화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그 대표 도시가 바로 시드니라고 생각된다. 리퀴드 폴리탄은 스페이스 마케팅과 마찬가지로, 관계 인구가 유입되는 것을 넘어서 지역에 유의미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일시적인 처방을 넘어 로컬 특성에 맞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트렌드 2025, 김난도 외, 2024) 스페이스 마케팅과 리퀴드 폴리탄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인 플레이스 브랜딩 사례를 살펴보면, 그 지역과 공간 그리고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IDC(Integrated Design Communication) 즉, 통합적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기획과 실행이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내는 물론 외부 공간까지 그 공간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IDC 전략은 지속 가능하게 관리되고 진행해야 하는 프로세스인데, 국내의 경우 대부분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선진국과의 차이점이라고 생각된다.
▲ 호주에서 본 사이니지 중 가장 멋진 구성과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의 Museum of Contemporary Art의 파사드 이미지.
도시의 이미지를 만드는 사이니지 공간 연구자들은 우리가 머문 장소와 그곳에서의 경험이 켜켜이 쌓여 ‘나’라는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가치를 물성화한 공간에서 브랜드를 만져보고 느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스타벅스와 츠타야서점은 각각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공간에 접목해 고유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고 고객 경험을 극대화했다. (모종린,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 2024) 시드니의 달링하버와 더 록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러한 이론을 실감하게 되며 아울러 IDC 전략의 효율적인 적용에 감탄하게 된다. 시드니는 물론 세계의 수많은 도시와 지역에서 효율적인 도시디자인 정책집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거리 곳곳의 작은 사이니지 하나하나가 주요 구성요소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이니지를 구성하는 이미지, 타이포그래피, 컬러, 재질, 형태, 조명 등 주요 요소 중 유럽이나 선진국의 차별화된 점은, 디자인 기본 개념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리서치를 통해 추출된 콘셉트를 중심으로 슬로건과 메인 이미지를 도출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시각화하며, 응용 작업에서의 사이니지 제작에도 명확한 프로세스가 잘 적용된 느낌을 시드니에서 자주 마주치게 된다. 호주의 사이니지는 타이포그래피의 다양함과 컬러의 자연스러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간결하고 현대적이며 세련된 서체를 기본으로 원색이 아닌 중간 톤의 색상과 잘 조화된 사이니지들은 조형적인 완성미와 함께 아름다운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거리의 사이니지들이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예술 작품으로 보이는 것은 여유 있는 제작 기간과 프로세스, 몰입하여 작업한 완성도 높은 결과로 호주만의 문화·경제적 차이가 세계적으로 차별화된 도시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 더 록(The rock)과 달링하버 주변에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주제로, 국내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아르바이트한 곳으로 유명한 카페와, 거리 곳곳에서 현대적인 디자인의 단편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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