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디자인 전문가로서 오랜기간 동안 간판디자인 컨설팅 및 옥외광고디자인 연구 등을 수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느낀 간판의 현주소와 더 나은 경관을 위해 나아가야 할 간판디자인 방향에 대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이미선 한국옥외광고센터 연구조사부 책임연구원) ※ 필자의 원고는 월간 <사인문화>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 거미줄과 스파이더맨의 역동적인 동작이 방문객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광고판을 여러 층의 레이어(Layer)로 설치하여 입체적으로 조성하였다.
일본과 오사카를 대표하는 명소, 유니버셜 스튜디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niversal Studios Japan, USJ)은 일본 간사이 오사카 지역에 위치한 대규모 테마파크로, 2001년 3월 31일 개장한 이래 아시아 최초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다양한 테마 구역을 제공하며 계절과 상관없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공간은 1930~40년대 할리우드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할리우드’ 구역, 영국 유명 소설인 해리 포터를 현실로 그대로 옮겨 놓은 것과 같은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 포터’ 구역, 슈퍼마리오 등 닌텐도 캐릭터를 주제로 한 ‘슈퍼 닌텐도 월드’ 구역, 공룡 테마의 ‘쥬라기 공원’ 구역, 그리고 익살스럽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가진 미니언즈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미니언 파크’ 구역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다양한 어트랙션을 타는 재미도 있지만, 각각의 존들이 테마별로 다채롭고 다양한 모습으로 조성되어 있어 건축물 및 간판, 벤치나 볼라드 등의 시설물, 조형물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반 도시경관에서는 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경험과 다채로운 재미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테마파크에서는 어떤 광고물들을 볼 수 있는지 살펴보자.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간판설치 기준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에 설치된 각종 광고물과 사인물들은 당연히 일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것들과는 다르다. 주변 경관과의 조화, 법규에 따른 제약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일반 도시에서 설치할 수 없는 다채로운 광고와 사인물들을 볼 수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옥외광고물법(屋外広告物等の管理及び屋外広告業の健全な発達に関する法律)이 존재하며, 구체적인 설치 기준 등은 해당 지자체의 조례에 근거를 둔다. 하지만 관광지나 상업지역, 테마파크 등 특별한 목적을 기반으로 조성된 특구들은 간판의 크기와 표시 방법 등이 완화되어 적용되기도 하는데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USJ) 역시 관광지 및 테마파크라는 특수성을 반영하여 완화된 규정을 적용받는다고 볼 수 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USJ)은 테마파크 자체적으로 간판과 시설물에 대한 디자인을 관리한다. 이는 테마파크의 스토리텔링과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함인데, 그 결과로 일반 도시경관에서는 볼 수 없는 극적이고 다채로운 간판조성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독창성과 드라마틱한 간판조성은 간판과 시설물에 대한 안전이 확보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간판과 설치물의 안전성 및 내구성을 보장하기 위한 엄격한 검사를 필수적으로 거친 후 설치된다. 테마파크에 설치된 광고와 사인물들은 일반적으로 몰입감을 주는 극적인 디자인과 상황 연출로 브랜드나 테마의 경험을 강화하고자 하는 특성이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는 방문객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대부분의 간판이 자국어와 함께 영어가 병기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간판디자인의 특성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설치된 간판 및 시설물들에 대한 특성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크기와 형태이다. 이는 테마파크 광고물과 시설물에서 보이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과장된 크기와 형태는 혼잡한 공간 속에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능적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비일상적인 경험을 제공해 방문객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공간에 대한 몰입감과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도 있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경험하지 않았던 상황을 마주했을 때 긴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반대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 예를 들어 콜라병, 모자 등과 같은 것들을 비현실적으로 확대하거나 과장해 형태적 왜곡을 가한다. 이렇게 초현실적인 스케일과 형태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 몰입하도록 돕는다. 둘째, 스토리가 담긴 생동감 있는 간판의 연출이다. 테마파크는 일반적으로 특정한 스토리나 캐릭터를 기반으로 조성된다. 따라서 간판이나 시설물도 단순한 목적으로 설치된 것을 넘어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속 궁전을 똑같이 설치하거나 게임 속 세계를 그대로 재현해 놓기도 한다. 막 영화 속에서 빠져나온 것만 같은 캐릭터들이 건축물에 익살스럽게 붙어 있거나 테마파크 곳곳에 시설물이나 조형물의 형태로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이렇게 스토리가 담긴 생동감 넘치는 광고물과 사인의 연출은 방문객들이 이것들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공간 안에서 함께 상호작용하도록 한다. 캐릭터의 익살스러운 표정에 맞춰 웃음을 짓거나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는 등 자신 역시 스토리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제공받는다. 이러한 효과는 테마파크에서의 방문객 참여도를 높이고 공간 경험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테마파크에 설치되어 있는 간판들은 평면형이기보다는 대부분 입체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가상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생동감 있고 생생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테마파크가 추구하는 공간 조성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셋째,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채의 사용이다. 다양한 디자인 요소 중 특히 색채는 인간의 시지각에 가장 빠르게,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동일한 대상이라도 어떤 색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갖는 것이다. 이는 색채가 시각적 자극을 넘어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인데, 예를 들면 저명도 저채도 범주의 색채들은 안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을 주고 고명도 고채도 범주의 색채들은 밝고 화려하며 에너제틱한 느낌을 준다. 테마파크의 1차 목표 중 하나는 방문객에게 즐거움과 흥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간판에 안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색보다는 밝고 즐거우며 활기찬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색을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에 설치된 간판들의 색채 범주를 살펴보면 일반적인 도시경관에서는 볼 수 없는 고명도 고채도 범주의 다양한 색상들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테마파크 간판 디자인의 특성을 요약하자면 비일상적이고 과장된 크기와 형태, 스토리텔링이 담긴 생동감 있는 연출,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채의 사용이다. 이러한 디자인적 특성은 광고물과 사인물이 갖추어야 하는 본연의 목적인 시각적 주목성과 정보전달 기능의 수행은 물론 시각적 매력과 독창성으로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고 공간에 활력과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는 유희의 기능 및 체험제공의 기능 등도 수행한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디지털 광고물의 증가 추세와 더불어 테마파크 간판디자인의 유형과 연출 방식 등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진화할 것이다. 또한 방문객들과의 인터렉션 방식도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질 것이다. 사람들에게 비일상적인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테마파크의 간판디자인이 앞으로 우리에게 얼마나 더 다양한 모습으로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게 될지 계속 눈여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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