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콘크리트를 보며 자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암벽과 기암괴석을 보면서 느끼는 감흥을 절대 콘크리트를 보며 떠올리지 않는다. 인공적이며 차가운 느낌의 소재. 물론 노출콘크리트가 유행하면서 마냥 건축자재로만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자연의 감흥과는 거리가 멀다. 노출콘크리트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건 결국 버려진 공간을 재생한 인터스트리얼 인테리어가 유행하면서였으니... “콘크리리트는 자연적인 소재인가?”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안될거라고 생각한다. 콘크리트의 이미지는 자연과 멀고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에 가까웠으니까.
▲ 콘크리트월을 설계한 건축가는 “콘크리트는 자연의 돌과 크게 다르지 않고, 진짜 돌과 가짜 돌 사이의 경계를 찾아가며 만든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콘크리트월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며 공간을 둘러보면 그 말을 바로 이해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콘크리트는 산에서 채석한 돌가루를 여러 가지 재료와 배합해 만든 거라서 근원은 자연이라고 할 수 있다. 콘크리트월을 설계한 건축가는 “콘크리트는 자연의 돌과 크게 다르지 않고, 진짜 돌과 가짜 돌 사이의 경계를 찾아가며 만든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콘크리트월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며 공간을 둘러보면 그 말을 바로 이해하게 된다. 진짜 돌과 가짜 돌 사이의 경계를 찾는 일. 그저 호수 주변에 그럴싸하게 만든 카페라고 생각했던 마음에 사정없이 콘크리트를 부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공간. 구석구석 둘러봐야 할 곳이 너무 많아서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둘러보는 데에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할 콘크리트월. 건축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들마저 카메라를 켜서 기록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건축만으로도 이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니까, 그야말로 성공적인 건축이라 할 수 있다. 건축 그 자체만으로도 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영감을 떠올리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주차장에서 한 층을 걸어 내려가야 하는 주문을 할 수 있는 구조부터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마치 참호 같은 구조라 재밌기도 하고. 주문하고 앉을 자리를 찾기 위해 계단을 오르면 테라스를 받치고 있는 거대한 돌기둥을 보이는데, 건축가의 이야기가 또 생각나 버린다. 진짜 돌과 가짜 돌의 경계. 콘크리트로 구성한 돌기둥은 진짜인가 가짜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하는 묘한 연출. 어쩌면 이 공간은 콘크리트로 쌓은 오브제 혹은 아트워크가 아닐지 생각했다. 그야말로 정답이 없는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그런 느낌으로.
▲ 주차장에서 한 층을 걸어 내려가야 하는 주문을 할 수 있는 구조부터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마치 참호 같은 구조라 재밌다. 그리고 주문하는 공간 뒤편으로 적당한 크기의 마당이 있는데 그곳에서 눈에 보이는 장면은 진짜 돌과 가짜 돌의 경계라는 설명 그 자체였다.
그리고 콘크리트월 앞으로 펼쳐진 청풍호 역시 흥미로운 존재다. 충주댐이 만들어지면서 깊은 호수가 생겼고 그로 인해 수몰된 지역이 5개 면(面) 61개 리(里)였다고 한다. 공식 명칭은 충주호지만 제천 사람들은 청풍호라고 부르는 호수. 콘크리트월에서 바라보이는 비봉산이 있는 청풍면은 호수가 생기기 전까지는 아마도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곳이었을 거다. 굉장히 깊은 사연을 담고 있는 호수와 마을. 그런 곳이 보이는 곳에 물로 된 돌인 콘크리트로 쌓아 올린 멋진 공간. 생각할수록 콘크리트월은 그야말로 제천에, 그리고 정풍호에 있어야 할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컨셉, 구조, 위치, 스토리까지 모든 게 완벽한 카페가 아닌가 싶었다. 주차장에서 보이는 외벽에 배치한 은색 채널사인과 곳곳에 배치한 입간판과 돌에 새겨넣은 듯한 방식으로 구성한 사인까지 꽤 다양한 형태의 간판이 존재하지만,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콘크리트가 보이는 순간 모든 걸 깨닫게 되니까. 익스테리어와 공간 자체가 거대한 사인인 셈이라 더 이상의 긴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외벽에 설치한 채널사인을 후면발광 방식으로 구성해 콘크리트의 매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야간가독성은 고려한 것이 인상적이다. 뭐든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주인장의 의지가 느껴지기도 하고. 콘크리트월은 그야말로 결점이 없는 카페였다. 딱히 간판이 의미가 없는 공간이지만, 그것 조차도 허투루 만들지 않았으니... 초록이 짙어지는 계절에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입춘은 한참 전에 지났지만, 3월 중순은 여전히 겨울의 황량함이 남아있는 시기니까. 콘크리트 주변을 감싸는 녹색이 어떤 그림을 만들어 낼지 너무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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