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 간사이 지역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오사카를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몇 번을 반복해서 여행을 가도 볼거리가 다양한 곳이 오사카이고 간사이 지역이다. 특히 교토, 오사카, 고베 등 간사이 지역의 여러 도시는 각각 명확한 아이덴티티가 있어 흥미롭다. 간사이 지역의 도시와 공간 사인을 한번 둘러봤다.
▲ 기요미즈데라(청수사)와 그 앞으로 이어진 산넨자카, 니넨자카는 교토를 상징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제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 고즈넉한 풍경을 보기 힘들지만, 교토에 오면 꼭 한번 둘러봐야 할 공간이다.
흔하게 생각하는 일본다운 모습의 총합 어쩌면 한국인들이 흔하게 생각하는 일본다운 모습의 교토에 죄다 모여 있는 것 같았다. 교토라는 도시는 그야말로 일본다운 모습의 총합이 아닐까 싶었다. 일본인은 혼네(本, 속마음)와 다테마에(建前, 대외용 언행)를 다르게 하는 문화가 있다. 이는 솔직하지 못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본심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을 어른답지 못한 거라 여기는 거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점이 옷깃만 스쳐도 “스미마셍!”을 말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를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문화의 정점에 서 있는 곳이 교토다. 같은 간사이 지역에 속해있지만, 고베나 오사카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보이는 곳이 교토다. 그래서 교토는 우리가 흔하게 상상한 일본다운 모습이 도시 곳곳에 진하게 남아 있다. 교토역 주변의 번화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그야말로 일본의 중소도시와 작은마을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고베가 인천이라면 오사카는 서울이고 교토는 양평 혹은 가평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적절할 것 같다. 간사이 지역에서 일본 여행을 왔다는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교토라고 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하면 오사카보다 지하철이나 철도가 덜 발달하여 버스 혹은 노면전차를 주로 이용해야 하는 점도 그런 감정을 고조시키는 요소다. 버스는 한국과 다른 방향으로 설계된 도로를 주로 달리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좌측 차선과 우측 차선을 쓰는 나라의 공간 감각에서 오는 뒤틀림과 엇갈린 방향성이 만드는 이국적인 느낌. 물론 가끔 반대 방향의 버스에 올라서 되돌아오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일본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최소한 교토에서는 조금 느리게 돌아가도 될 것 같은 기분이라. 또한 마을과 주택 사이를 씩씩하게 질주하는 한 량짜리 라덴전차는 그야말로 교토를 상징하고 일본다운 정서를 담은 교통수단이라 할 수 있다. 작고 낡은 노면전차지만 여전히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끝을 모르고 발전하는 현대적인 도시의 전형을 보여주는 오사카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곳이 교토다. 그리고 이런 점이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일본다운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교토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니시키 시장과 그 속의 인상적인 가게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구체화하는 공간과 사인 교토의 곳곳을 걸어보면 여러 공간과 사인을 통해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교토역 주변으로 형성된 번화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5층 이상의 건물을 찾기도 쉽지 않은 풍경이 이어진다. 교토의 스카이라인은 교토역 주변에선 높고 주변으로 갈수록 급격하게 낮아지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교토는 걷는 재미가 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고개를 들어 올리지 않아도 하늘과 맞닿은 건물의 상층이 시선에 들어와서. 멋진 정원을 가꾼 집과 모던한 익스테리어와 간판을 내세운 새롭게 들어선 가게,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느껴지는 노포까지. 다양한 공간이 비슷한 높이로 적당하게 시선에 들어와서 걸으며 동네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런 스카이라인은 교토라는 도사의 아이덴티티를 구체화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료안지에서 료안지 역까지 가는 900m 남짓 걸리는 골목은 그야말로 교토와 일본다움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 한적하게 걸으며 동네를 구경하기 좋은 골목이다. 료안지 역에 가까워질수록 상점가가 나타나는데, 주택가와 큰 차이가 없는 높이라서 재밌다. 조용히 산책하듯 걸으며 구경할 수 있는 골목 같아서. 그리고 교토역 주변의 번화가를 조금만 지나쳐서 걸어도 꽤 흥미로운 풍경이 보인다. 교토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5층 목탑이 있는 도지(교왕호국사) 주변 역시 적당한 높이의 건물이 이어져서 걸으며 구경하기 딱 좋다. 교토는 여러 공간의 높이와 익스테리어, 사인으로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구화하고 있었다.
▲ 마을과 주택 사이를 씩씩하게 질주하는 한 량짜리 란덴전차는 그야말로 교토를 상징하고 일본다운 정서를 담은 교통수단이라 할 수 있다. 작고 낡은 노면전차지만 여전히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교토 여행을 오면 반드시 한번 타봐야 하는 란덴전차는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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