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비고, 건물이 헐린 후 뭔가 새로운 게 들어서려고 할 때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되는 게 요즘 성수동이다. 어떤 공간이 생길지, 어떤 주인이 그곳을 꾸밀지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 특히 그 위치가 사무실에서 더 가까운 곳이라면 더욱 기대감이 높아진다. 카야네는 딱 그런 곳이었다. 공사를 하는 과정에 거의 매일 같이 궁금해서 들여다봤던 공간. 마침 사무실 복도 창문으로도 보이는 곳이라 어떤 공간이 언제 오픈하나 오매불망 기다렸다. 그리고 열린 카야네의 모습은 너무 따뜻했다. 멀리서 봐도 버건디 특유의 색감이 너무 따뜻했다.
▲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익스테리어에 버건디컬러를 과감하게 쓴 게 인상적인데, 그게 카야네의 이미지를 전체적으로 따뜻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흰색과 버건디컬러를 적절하면서도 과감하게 잘 써서 익스테리어 자체가 꽤 눈길을 끄는 사인처럼 느껴진다. 버건디컬러로 마감한 철재 출입문에 카야네라고 적은 것이 메인 사인이지만, 익스테리어가 이미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카야네는 한때 매일 모닝커피를 마시러 갔던 커피식탁의 바로 옆에 있던 이층집에 들어섰다. 원래는 그냥 가정집이었던 곳을 그대로 활용해 카페로 만든 것이 카야네다. 이층집을 그대로 활용한 공간이라 성수동의 동네 카페치고는 꽤 큰 규모인데도 묘하게 주변의 작은 공간과 이질적이지 않고 잘 어울린다. 보통 작은 카페 옆에 동일 업종의 큰 규모의 공간 생기면 약간 탐욕스러워 보이기도 하는데, 카야네는 전혀 그런 이질감이 없다. 바로 옆 커피식탁과도 너무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흥미롭다. 마치 처음부터 같이 있었던 이웃인 양 너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카야네에는 고양이가 있다. 물론 항상 상주하는 건 아니고 가끔 한가한 시간에. 카라멜 털색을 지닌 벵갈고양이인데, 그래서 이름이 카아댜. 카라멜 야옹이. 모든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들이 그렇듯, 카야네의 실소유주는 카야다. 집사는 카페를 열심히 운영하며 돈을 벌 뿐. 집사의 설명에 의하면 카야는 너무 성격이 활발한 녀석이라 손님들 커피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며 한가할 때만 가끔 카페에 모시고 온다고 한다. 이런 출근 패턴이면 카야는 사장님의 역할에 굉장히 충실한 편이 아닐까 싶다. 카야네는 카페와 함께 그로서리스토어도 운영해 커피를 기다리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와인, 각종 과자, 소스, 파스타 면 등등 잡화들. 그리고 카야네만의 특이한 방식이 있는데, 주문을 하면 이름 혹은 닉네임을 메뉴판에 적어 서빙해 준다. 누군가가 나의 이름이나 닉네임을 불러준다는 건 꽤 흥미로운 경험이자 서비스인데, 카야네에선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호명이란 묘하게 기분 좋은 서비스.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익스테리어에 버건디컬러를 과감하게 쓴 게 인상적인데, 그게 카야네의 이미지를 전체적으로 따뜻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흰색과 버건디컬러를 적절하면서도 과감하게 잘 써서 익스테리어 자체가 꽤 눈길을 끄는 사인처럼 느껴진다. 버건디컬러로 마감한 철재 출입문에 카야네라고 적은 것이 메인 사인이지만, 곳곳에 배치한 가게 이름과 카야의 얼굴이 공간의 성격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커피를 주문하는 공간 벽과 2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각각 그려진 카야의 얼굴은 그야말로 시선 강탈 포인트다.
▲ 실내에도 외부와 같은 색감으로 버건디컬러를 과감하게 활용해 일관성 있게 따뜻한 느낌이 들게 한다. 마치 바깥에서 안까지 버건디컬러가 공간 전체를 휘감고 있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다.
그리고 실내에도 외부와 같은 색감으로 버건디컬러를 과감하게 활용해 일관성있게 따뜻한 느낌이 들게 한다. 마치 바깥에서 안까지 버건디컬러가 공간 전체를 휘감고 있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다. 그야말로 버건디는 카야네의 시그니처 컬러인 셈인데 그걸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잘 사용했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에게 따뜻하면서도 근사한 기분이 들게 말이다. 마치 오래된 집을 깔끔하게 리모델링해서 자기 감각으로 채운 친구의 집처럼, 카야네는 묘하게 따뜻하고 안락하다. 극단적으로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편이라 카야네에 처음 갔을 땐 커피만 마셨다. 혹시 공간만 예쁘고 커피 맛이 별로면 어쩌나 싶은 약간의 걱정이 있어서 그랬던 것도 사실이다. 생각보다 그런 카페가 많아서. 그런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안도했다.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음에는 아메리카노에 치즈케이크를 먹어볼 생각이다. 직접 만든다는 카라멜을 치즈케이크에 얹어준다고 하니 오후쯤 단 게 당길 때 딱이다. 혹시 카야를 볼 수 있을까 싶은 막연한 기대감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