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버내큘러(Vernacular) 스타일의 유럽 사인 디자인에 대해 알아본다. 체코,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유럽의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버내큘러 스타일의 사인 디자인이 어떤 형태로 공간에 적용되는지 살펴본다. (장효민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필자의 원고는 월간 《사인문화》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 체코의 체스키크룸로프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동화마을같이 아름다운 곳이다. 마을의 모습과 입구의 종합안내 사인은 고전적인 우드 재질로 시공되어 있다.
도시의 풍경과 버내큘러 디자인 모든 도시는 이미지(인상)를 남긴다. 그 이미지는 거리, 건축물, 특정 공간, 특산품, 작은 문화상품 등으로부터 시작된다. Philip Kotler는 이미지란, 한 개인이 특정 대상에 대해 갖는 신념, 아이디어, 인상의 총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미지는 인간의 행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어떤 실체에 대해서 반응하는 건, 그 자체에 대한 물리적 속성에 대한 것이기라기보다는 실체가 주는 느낌 즉, 이미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인규 2008) 다시 말해, 어떤 사물이나 대상에 대해 개인이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주관적인 지식, 인상, 상상력, 감정 등에서 표출된 종합적인 심상이 이미지이다. 우리는 여행을 다녀온 후 정리하는 사진이나 마그넷 등 각종 기념품 가운데 인상 깊었던 거리나 건축물 등을 연상하며 여러 가지 추억을 생각하곤 한다. 필자 또한 동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단편적으로나마 접해본 후 느낀 점은, 서유럽의 유명도시와는 다른 독특한 개성을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웅장함과 규모 면에서는 서유럽보다 작지만, 서유럽의 어느 도시들보다 더 아름답고 개성미를 지니고 있으며 거리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버내큘러 사인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버내큘러(vernacular, 민속, 통속)디자인에 대한 연구는 자연과 마찬가지로 너무 광범위한 주제이고 또한 전체를 다룰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표명한다 해도 그것은 버내큘러 디자인의 일부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이재국(2012)은 산업사회 이전 문화의 주류를 이룬 디자인 형식은 버내큘러 디자인이라고 이야기하며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지금 사용되는 버내큘러라는 용어는 과거의 생활방식이나 환경에 관한 상대적으로 미미한 인간의 양상을 설명하는 데 불과하다. 그럼에도 버내큘러 디자인에 대한 연구가 중요한 것은 버내큘러적인 물건이 지역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살아가는 공간, 형식에 따라 사용하는 도구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지역의 생활상과 문화를 이해하고 지역과 문화에 따른 미적 전통을 잘 나타내주는 것이 버내큘러 디자인이다. 전형적인 버내큘러 디자인은 많은 사람에 따라 발전되고 세련되어지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완성된다. 즉 극단적인 혁신이나 근본적으로 개량된 물건이 전형적인 버내큘러 디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일관성 있고 연속성이 있는 물건들이 버내큘러 디자인이 된다.
고전적인 체스키크룸로프의 사인 동유럽의 유명 관광도시들(체코 프라하, 체스키크룸로프, 헝가리 부다페스트, 폴란드 바르샤바 등)의 거리는 대부분 수공예 돌출사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유럽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개성 있고 스토리를 담은 아름다운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서유럽의 오스트리아 주변 도시들이 고전적이고 화려한 형태의 수공예 사인들로 유명하지만, 동유럽의 경우는 조형성은 물론 재료의 자연스러운 질감, 점포마다 업종을 잘 드러낸 상징적인 이미지 표현, 주변과의 조화 등에서 아날로그적이고 정감 있는 사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체코 체스키크룸로프의 경우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동화마을같이 아름다운 곳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의 어느 시간대에 도착한 것 같은 환상적인 풍경과 함께 아기자기한 수공예 사인들이 형형색색의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잘 구성되어 있다. 오래전부터 버내큘러 디자인이 접목된 공간처럼 골목마다 보헤미안적인 개성을 표현한 목공예와 금속공예 사인들이 장인의 섬세한 손길로 제작되어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어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형적으로 도시의 거리에 통일감을 주고 도시의 개성을 표현하며, 기능적으로 그 도시를 찾는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정보를 제공하는 사인 디자인은 특색 있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개념이다. 사인은 공간에서 하나 커뮤니케이션의 수단과 체계로서 시스템화된다. 사인시스템 계획 시 심미적 아름다움은 물론 이용자의 동선을 고려한 편리함과 편안함, 내용과 의도의 명확성과 이해도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현대는 환경적 측면에서 그래픽 요소, 컬러, 재질, 도시의 심미성과 정체성 부여, 도시에 대한 정보 제공, 도시의 보행 친화성(Walk ability)을 높이는 효율적인 보행환경을 위한 길 찾기(Way finding)의 개념 등 사인시스템의 형식과 적용된 콘텐츠 또한 다층화되면서 변화하고 있다. 환경친화적이고 도시사용자를 존중하는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보다 효율적이고 조화로운 사인시스템 디자인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획일화·디지털화되는 현대에 레트로적이고 버내큘러적인 고품격의 사인들을 거리에서 많이 마주친다면 그것이 글로컬화를 추구하는 지역 문화양상의 독특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된다.
▲ 고전적인 우드 재질의 사인뿐만 아니라 철재 단조 기술을 활용한 철 재질의 타이포그래피 사인들도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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