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솔의 간판은 입구와 출구에 비슷한 크기와 형태로 배치한 철재 입간판과 안채와 별채에 큼직하게 ‘SOL’이라고 쓰인 게 전부다. 그런데 별채 외벽에 쓰인 것과 같은 색감, 형태를 입간판에 그대로 적용한 것 같아서 흥미롭다. 마치 이미지의 일부를 잘라서 축소하고 붙여넣기 한 것 같은 느낌이라 일관성도 있고, 간결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카페솔’은 어쩌면 경주에서 한옥이란 구조를 가장 멋있게 쓰고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었다. 황리단길에는 한옥 구조를 활용한 공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솔직히 말하면 황리단길 이란 요상한 이름보다 본래 도로명인 ‘포석로’가 훨씬 더 아름답고 경주와 어울리는 것 같지만... 그리고 핫플레이스라는 관점으로 봐도 술잔을 돌리며 풍류를 즐겼던 포석정에서 유래한 지역 명칭이 왠지 더 일맥상통하는 것 같지만, 포석로를 넘어서 주변으로 계속 확장하고 있으니 황리단길로 부르는것 외에 딱히 방도가 없는 것 같아서. 아무튼 황리단길에는 한옥을 그대로 활용한 카페나 가게가 많은데, 그중 카페솔은 군계일학이다. ‘경주=전통=한옥’ 이런 공식으로 마치 끼워 맞추듯 만든 한옥 구조를 반복적으로 보다 보면 조금 질리기도 하는데 카페솔은 남달랐다. 철재 입간판 하나 간결하게 세워져 있는 입구를 시작으로 안채까지 길게 이어진 돌길과 넓은 마당. 그리고 중간에 있는 작은 연못과 그 앞에 서 있던 모과나무. 물론 겨울이라 조금은 앙상했지만, 전체적인 풍경이 꽤 고즈넉하고 여유가 넘쳤다. 한옥이란 컨셉을 이용해서 황리단길을 찾는 사람들의 눈에 들기 위해 종종대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원래 있었던 듯 무심하게 자리를 지키는 듯한 분위기. 진짜 한옥 같다는 표현은 너무 흔하지만 카페솔은 딱 그런 느낌이었다. 넘쳐흐르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게 한옥의 매력을 잘 전하고 있는 공간. 안채와 별채로 구성된 한옥 구조인데 기와와 목재의 때깔을 보면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공간은 안채였다는 점이 보이는 것도 흥미롭다. 그래서 별채는 꽤 모던해 보이고 안채는 고풍스러워서 묘하게 합이 좋다. 취향 차가 있는 사람들이 와도 두루두루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안채의 토방과 툇마루는 그야말로 시골의 추억이 되살아 날만 한 구조라서 그 자체로 너무 정겹다. 토방에 발을 올리고 툇마루에 앉으면 약간 허리가 앞으로 굽는 자세가 돼서 할머니한테 그렇게 혼이 나면서도 왠지 편안해서 자꾸 그렇게 했던 어린 날의 기억. 그런 추억이 바로 연결되는 풍경이라 카페솔의 안채는 너무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 안채의 토방과 툇마루는 그야말로 시골 할머니 댁의 추억이 되살아 날만 한 구조라서 그 자체로 너무 정겹다. 토방에 발을 올리고 툇마루에 앉으면 약간 허리가 앞으로 굽는 자세가 돼서 할머니한테 그렇게 혼이 나면서도 왠지 편안해서 자꾸 그렇게 했던 어린 날의 기억. 그런 추억이 바로 연결되는 풍경이라 카페솔의 안채는 너무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그리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 뒷문 쪽으로 가면 숭혜전 동편 소공원 돌담이 마치 배경처럼 보이는데 그것 역시 너무 카페솔의 공간과 너무 잘 어울리는 느낌이라 흥미롭다. 화장실 가는 길마저 멋들어진 포토스팟이 있는 것 같아서. 카페솔의 간판은 입구와 출구에 비슷한 크기와 형태로 배치한 철재 입간판과 안채와 별채에 큼직하게 ‘SOL’이라고 쓰인 게 전부다. 그런데 별채 외벽에 쓰인 것과 같은 색감, 형태를 입간판에 그대로 적용한 것 같아서 흥미롭다. 마치 이미지의 일부를 잘라서 축소하고 붙여넣기 한 것 같은 느낌이라 일관성도 있고, 간결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카페솔을 발견하는 첫 번째 사인이 입간판과 별채의 외벽이 아닐까 싶다. 솔이란 이름을 인지하고 마당과 전체적인 풍경을 보면서 공간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구조. 카페솔을 미리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공간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적당한 곳에 배치한 사인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찬 바람이 꽤 싸늘하게 부는 날에 찾아가서 안채 내부 공간에 앉아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다음에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려는 길목, 신록이 짙을 때로 짙어진 때 카페솔에 다시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예전에 시골 할머니 댁에서 그랬던 것처럼 토방에 발을 올리고 툇마루에 앉아서 아인슈페너나 아이스라테를 마셔보고 싶다. 라테나 아이스크림 맛집이라는 후기가 너무 많이 보이니, 아메리카노만 마시고 온 게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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