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되는 칼바람과 추위. 이렇게 추운 날엔 당연히 뜨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하다. 면이든 밥이든 국물과 함께 한 입 먹는 순간 온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며 영혼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이라면 이 계절엔 너무나 자연스럽게 뜨끈한 국물로 귀결된다. 겨울을 이기는 온기, 국물 요릿집 간판을 모아봤다.

▲ 서울에서 이 추위에 단 한 곳의 국물을 골라야 한다면 단연 ‘잼배옥’이다. 10년만 넘어도 장사 오래 했다는 소리를 듣는 서울에서 90년을 한결같이 끓여낸 설렁탕은 긴말이 필요 없는 영혼의 국물 요리다. 잠바위에서 유래한 가게 이름을 상징하는 로고를 배치한 간판과 간결한 익스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세련되게 가다듬었지만,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걸 역설적으로 말하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 노포가 꼭 허름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는 식당 ‘버섯집’. 겨울엔 무조건 한번은 가야 하는 곳이다. 뼛속까지 시린 찬 바람이 부는 날 뜨겁다 못 해 먹는 와중에도 계속 끓어오르는 들깨 버섯탕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겨울엔 무조건 생각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재로 마감한 프레임에 버섯집 세글자를 표현했고, 측면 돌출간판에 버섯 그림을 표현해 공간을 아이덴티티를 구체화한다.

▲ ‘하동관’ 역시 맛있는 역사를 이어가는 노포다. 80년 동안 한결같이 끓여낸 곰탕의 맛은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맛이 있으니 말이다. 자리와 공간이 바뀌어도 한결같은 맛이 유지되는 건 본질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유의 폰트로 가게 이름을 쓴 간판이 그걸 상징하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

▲ 이 겨울에 딱 어울리는 국물 요리를 고르라면 ‘닭 한 마리’가 아닐까 싶다. 한 그릇으로 먹는 식사와는 또 다른 따끈함을 느낄 수 있는 국물 요리라서. 특히 친구 혹은 가족과 둘러앉아 닭 한 마리를 먹으면 왠지 겨울을 잘 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서울역 뒤편이 있는 닭 칼 원조집도 그런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원조집이라 쓰인 빛바랜 간판이 흥미롭게 시선을 잡아끈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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