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곳곳을 걸으며 느꼈다. 서울하고 꽤 닮은 점이 많은 도시라는 걸. 산과 강이 있고 바다가 없는 내륙도시 특유의 느낌. 적당히 수줍어하면서도 무관심하지 않은 묘한 태도. 괄괄하고 거침없는 해안의 도시와는 완전히 다른 내륙의 정서. 도시와 그 속의 수많은 인프라를 보는 여행으로 치면 서울만큼이나 흥미로운 곳이 대구가 아닐까 싶다.
▲ 폐선로를 공원으로 바꾼 동구 아양 기찻길에 배치한 대구 조형물. 오랜 시간 대구시의 슬로건이었던 ‘컬러풀 대구’를 명확하게 상징하면서 다채로운 도시의 매력을 담은 점에서 시선을 끈다.
직접 봐야 오해가 풀리는 도시 어쩌면 오해하기 쉬운 도시가 대구가 아닐까 싶다. 유홍준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는 대구의 음식을 대놓고 맛없다고 표현했으니... 그리고 TK로 상징되는 특유의 정치색까지. 얼핏 보면 꽤 오해의 소지가 많은 도시가 대구다. 직접 보고, 오래 보면 꽤 흥미로운 도시라는 걸 알게 되지만 말이다. 대구의 여러 공간을 둘러보며 깨달았다 이 도시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점을. 어쩌면 업무차 출장으로만 대구에 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이 도시의 매력을 제대로 둘러보기 힘든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서울역에서 채 2시간이 걸리지 않는 당일치기 출장이 가능한 도시니까. 어쩌면 서울에서 가깝고도 먼 곳이 대구가 아닐까 싶다. 마치 옆 동네 가듯 후다닥 다녀올 수 있지만 정작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재미를 느끼기 힘든 곳. 생각해보면 대구에 꽤 많은 출장을 왔지만 멋진 카페에서 맘 편히 커피를 마셔본 기억이 거의 없으니... 이번 출장은 대구에 대한 오해를 꽤 많은 부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업무차 대구를 찾은 건 마찬가지 였지만, 시간이 넉넉했고 대구의 매력적인 공간을 찾는 것이 일이었으니 말이다. 김광석 거리를 둘러보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성당못에서 두류공원으로 넘어가는 산책로의 단풍을 보며 대구의 매력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 그간 품고 있던 오해가 풀렸다.
▲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 배치한 벽화와 조형물. 벽화를 보며 대략 400m 길을 걸으면 곳곳에 배치된 스피커에서 김광석의 명곡이 흘러나오는데 그게 꽤 흥미롭게 오감을 자극한다. 특히 입영열차로 꾸민 조형물 앞에서 이등병의 편지가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서서 읊조리듯 따라부르게 된다.
내륙 도시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가득한 대구 두류공원 산책로를 걷다가 깨달았다 대구는 서울과 닮은 점이 꽤 많은 도시라는 걸. 산이 있고, 강이 있지만 바다가 없는 내륙 도시 특유의 느낌. 인천과 서울의 느낌이 다르듯 부산과 대구도 명확하게 달랐다. 바다가 인접한 도시 사람들의 호쾌한 기질은 없지만, 내륙 도시 특유의 섬세함. 어쩌면 서로를 오지랖과 소심함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구는 내륙 도시 특유의 느낌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다. 남쪽의 서울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슷한 측면이 많은 도시.
▲ 대구 시내에서 멋진 가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성당못과 두류공원이 아닐까 싶다. 성당못의 호수 산책로를 돌고 뒤편의 두류공원으로 통하는 산책로의 단풍은 꽤 아름답다. 성당못과 두류공원을 걸으면 얼핏 서울의 어느 산책로에 있는 느낌이라, 꽤 닮은 내륙 도시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사투리만 들리지 않으면 서울의 어느 곳이라고 생각해도 될 만큼 크게 이질감이 없었다. 도시공간을 둘러보는 걸 즐기는 취향인 사람에겐 꽤 흥미로운 여행지가 될 수 있는 것이, 카페나 공간을 구성할 때 컨셉과 스토리텔링을 꽤 치밀하게 잡기 때문이다. 부산이나 울산처럼 압도적인 풍광이자 무기인 바다를 품고 있는 도시라면 딱히 전략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압도적인 무기가 없는 내륙 도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핫플레이스와 패셔너블한 도시의 매력을 기준으로 본다면 대구는 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자연보다 도시 구경을 선호하는 여행자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도시. 동성로, 앞산카페거리, 김광석길, 팔공산 등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걸으면 어김없이 매력적인 공간을 볼 수 있었다. 내륙 도시의 멋을 가득 담고 있던 대구.
▲ ‘앞산카페거리’를 상징하는 철재 사인. 길거리에 마치 조형물 혹은 스트리트퍼니처처럼 큼직하게 철재사인을 배치해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알린다. 외지에서 앞산카페서리를 찾은 사람들에겐 이정표이자 랜드마크의 역할까지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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