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거베이는 후면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목부터 시멘트 포장이 끝나고 바짝 마른 흙길이 시작되는데, 타이어가 회전하며 먼지를 잔뜩 일으키면 외벽과 함께 풍경이 완성되는 느낌이라 묘하게 재밌다. 그야말로 부산의 애리조나. 그리고 버거베이라고 쓰인 외벽 아래 길쭉한 선인장과 마차 바퀴를 오브제로 배치해서 미국적인 느낌이 도는 풍경에 방점을 찍었다.
햄버거는 미국적인 정서를 가득 담은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기원과 역사를 까탈스럽게 따진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순 있지만... 햄버거는 결국 미국 음식이라는 이야기에 딱히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노란색 M자 로고를 쓰는 프랜차이즈도, 뉴욕에서 시작해 국내에 상륙하자마자 긴 줄을 늘어서게 한 그 수제버거도 결국 미국에서 넘어온 것이니. 아메리칸 스타일에 근접할수록 햄버거는 제맛이 나는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부산 기장 앞바다와 인접하고 있으면서도 오션뷰를 과감하게 포기한 ‘버거베이’는 대신 미국 감성을 제대로 살린 버거하우스였다. 바다가 근처인데 오션뷰를 포기하고 공간을 구성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버거베이는 그래서 더 아메리칸 스타일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유행에 편승해 어설프게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컨셉을 익스테리어로 굉장히 완성도 있게 살렸다. 특히 측면 외벽에 마련한 포토스폿은 그야말로 부산의 애리조나라고 해도 낯 뜨겁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잘 꾸몄다. 버거베이는 2박 3일간 부산 출장 일정 중에 반드시 들어야 할 곳으로 꼽았는데 익스테리어와 마주한 순간 바로 만족했다.
▲ 내부에도 흥미로운 오브제를 배치해 미국적인 느낌을 구체화했다. 아크릴로 만든 선인장이 인상적인데, 마치 모래에 심은 것처럼 연출한 것이 재미있다.
미국다운 느낌을 제대로 살려서 공간은 재밌었고, 버거는 맛있었다. 차가 한 대 간신히 지나갈 좁은 길을 타고 들어가다가 여기가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쯤 측면 외벽이 보이면서 정체를 드러내는데 그 동선과 과정도 꽤 흥미롭다. 후면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목부터 시멘트 포장이 끝나고 바짝 마른 흙길이 시작되는데, 타이어가 회전하며 먼지를 잔뜩 일으키면 외벽과 함께 버거베이의 풍경이 완성되는 느낌이라 묘하게 재밌다. 그야말로 부산의 애리조나. 그리고 버거베이라고 쓰인 외벽 아래 길쭉한 선인장과 마차 바퀴를 오브제로 배치해서 미국적인 느낌이 도는 풍경에 방점을 찍었다.그리고 전면에는 알전구가 박힌 형태의 채널사인으로 구성한 것도 인상적이다. 마치 미국 어느 시골 마을 시내에 있는 극장 상단에 달린 채널사인처럼. 측면 외벽 익스테리어, 전면 채널사인 등 여러 부분에서 버거베이는 미국적인 느낌이란 컨셉인 진심인 버거 하우스였다. 이렇게 간판과 익스테리어를 한참 감상할 수 있게 구성한 곳은, 음식이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이미 확률적으로 알고 있었기 즐거운 마음으로 내부에 들어섰다. 메뉴를 주문하고 돌아서는데 벽면에 쓰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칼은 놉! 버거를 봉지 통째를 들고 아래위를 살포시 누른다, 봉지를 반쯤 벗기고 두 손으로 한입에 왕!”이라고 적힌 설명. 버거를 핑거푸드라고 여기는 나에게 거의 바이블과 같은 이야기였다. 한 점의 의심마저 사라지는 완벽한 안내사인 이었다. 그리고 주문한 골든베이버거 세트가 나왔고 한입 먹는 순간 바로 느꼈다. 익스테리어와 간판, 안내 문구로 쌓인 신뢰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는 것을. 완벽한 점심 식사였다. 골드베이버거는 쇠고기와 새우패티가 차례로 깔린 형태였는데, 왜 이 버거가 시그니처인지 단번에 이해했다. 미국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컨셉이지만 결국 바다에 근접한 공간이란 점. 골드베이버거는 기장 앞바다 근처에 있는 미국적인 느낌을 살린 버거 하우스라는 지리, 공간적인 특징을 맛으로 설명하는 메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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