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 문제 개선 위한 다양한 시도 등장 2003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종로 업그레이드를 선언하며 대대적으로 간판을 새로 고쳐 달았다. 현재도 지자체 별로 계속 이어지는 간판 개선사업의 모태가 바로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인 셈이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엇갈렸지만 획일화, 사업진행 방식의 부정적인 측면은 업계 종사자, 관련 전문가 대다수가 지적한 부분이다. 그 후 6년이 흐른 지금 광고물 개선사업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바꿔야 할 점은 무엇인지 짚어 보았다. 글·구성_편집부
01 종로 업그레이드, 그 이후
ㆍ긍정과 부정이 엇갈린 애증의 세월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지난 6년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 애증의 세월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긍정의 목소리에는 도시 환경을 저해했던 간판을 개선했다는 측면에서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이 긍정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그간 간판이 난립해 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획일화라는 문제가 드러났고 결국 긍정과 부정론으로 양분하기 시작했다. 간판 개선사업을 주도한 각 지자체 공무원들의 공통된 입장은 긍정론에 가깝다. 간판을 정비해야 하는 대상으로 해석했고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것은 이후 사업진행상 오류를 범하게 되는 원인이 됐다. 한 옥외광고물 전문가는 “물론 기존 간판들이 너무 개념 없이 난립해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 차례 개선해야 한다는 점은 맞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너무 빠르게 진행한 감이 있다. 소규모로 진행하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했으면 괜찮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현재 개선사업의 모델에 철학이나 문화적 관점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간판정비라는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획일적인 채널사인만 양산할 수밖에 없다. 간판이 사유재산이긴 하지만 도시 미관을 좌우하는 요소기 때문에 문화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별로 문화적인 환경이 다르고 수준차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획일화의 늪에 빠진 것이다”라고 했다.
ㆍ초기 모델을 각 지자체들이 계속해서 답습
송주철공공디자인연구소 송주철 소장은 “간판 디자인의 획일화, 사업의 진행방식, 사후관리문제, 사업의 대단위 규모 등은 각 계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문제점들이다. 2003년 이후 6년이 지난 지금도 간판 개선사업의 접근방식과 내용은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간판 개선사업의 초기 모델을 지방자치단체들이 계속해서 비슷하게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간판 정비사업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는 ‘획일화’다. 특히 2008년 초 서울시청에서 제정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이런 상황에 기름을 들이부은 격이라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자생적으로 고유의 특성을 가졌던 지역들도 여지없이 획일화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최근 개선사업을 진행한 서울 홍대앞길과 현재 획일화를 두고 분쟁중인 삼청동 상인과 종로구청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주)서광싸인 R&D 전경환 이사는 “홍대앞길 개선사업은 아쉬운 점이 많은 사례다. 홍대라는 지역적인 아이덴티티를 살렸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상쇄됐다. 물론 타 지자체에 비하면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등 약간의 차별성은 있었지만 홍대라는 아이덴티티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초기에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홍대 아이덴티티에 대한 이야기를 논의했고 다양성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이 가이드라인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홍대의 아이덴티티를 살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 역으로 말하자면 가이드라인이 획일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ㆍ획일화와의 전쟁 선포, 이색모델 등장
앞서 언급했듯 획일화라는 문제가 급속하게 확산되자 그것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기존 사업과 다르게 진행한 이색 사례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전북 진안 백운마을, 강원도 영월,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경기도 남한산성 사례를 들 수 있다. 각 사례들이 의미가 있었던 것은 간판에 공공디자인과 문화적인 시각을 도입했다는 것이고 사업진행 방식 역시 기존 모델과 달랐다는 것이다. 먼저 2007년에 진행한 전북진안 백운마을의 사례는 사업기획 단계부터 단순히 점포를 알리는 기능의 간판이 아닌 문화코드로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자했다. 그래서 주민설명회를 그저 형식적으로 개최한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진안 백운마을 사업을 진행한 간텍스트 남정 대표의 이야기다. “이야기가 있는 간판이라는 컨셉트로 디자인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한 결과물이 나왔다. 단순히 간판만 고친다는 생각이 아니었고 동네 전체를 ‘에코 뮤지엄’ 즉 박물관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백운마을 간판이 박물관을 구성하는 전시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민을 일일이 만나 설득하는 과정이 길었고 그것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준이었다. 만약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진행했다면 마을 컨셉트와 어울리지 않는 불협화음을 내는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다. 결국 사업규모도 규모지만 기간이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단기간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는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2008년 진행한 강원도 영월 사업은 해당 지자체인 영월군청과 주민을 아우르는 지역 협의체를 구성한 것이 특징이었다. 일단 문화관광부에서 진행한 일상장소 문화생활 공간화 사업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간판개선사업이 아닌 공공미술 프로젝트 개념이었다. 그렇다 보니 기존 간판개선사업과는 차별화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송주철공공디자인연구소 송주철 소장의 말이다. “이 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한 일상장소 문화생활공간화 사업의 일환이었다. 그래서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간판정비 사업과 다른 접근 방식으로 진행했다. 지역민들의 생각을 우선적으로 담아보자는 생각으로 수많은 대화를 거쳐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의미 있었던 부분은 지역민들 스스로가 간판이나 동네 디자인 개선을 고민하게 한 점이다. 사업의 주체가 주민이 되는 시스템인데 그렇기 때문에 결과물을 두고 불만을 갖거나 해당 지자체와 삐걱대는 모습이 거의 없었다. 지역민 스스로가 고민하게 만들어야지 지자체에서 고민한 것을 억지로 강요하려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
ㆍ해당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
최근 경기도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남한산성 사례는 획일화에 반기를 들고 나선 신호탄이다. 남한산성 주변 상가간판 211개를 대상으로 진행중이다. 이번 사업이 타 지자체와 차별성을 둔 것은 일단 장기적인 안목으로 역사, 예술, 문화, 상업공간을 아우르는 에코 네트워크 디자인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경기도청 디자인총괄추진단 김진우 사무관은 “남한산성은 일반 도심의 상가지역과 다르게 디자인해야 했던 이유는 도립공원을 끼고 상가가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한산성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간판에 접목해야 했다. 상가 간판만 봐도 남한산성임을 알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했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그래서 디자인과 제작업체를 컨소시엄으로 묶는 통합발주 형식으로 입찰을 진행했다. 입찰단계부터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원활한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분리발주 방식은 디자인과 제작사간 커뮤니티를 방해해 결국 획일화라는 병폐를 만들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남한산성 사례가 또 기존 사업과 차별화한 부분은 해당지역 마을 이장, 상인협회장, 지역발전 위원장 등으로 구성한 주민협의체를 조직한 것이었다. 주민협의체가 중심이 돼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또 사업설명회도 도청에서 주민들을 부르는 방식이 아니고 인근 마을 주민회관에서 개최하는 등 주민들과 유기적인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02 친환경 화두와 소재의 변화
ㆍ친환경 화두 속에서 피어난 소재의 변화 물결
변화하는 간판 개선사업에서 눈에 띠는 부분은 바로 친환경 화두 속에서 간판제작 소재와 제작 방식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친환경 바람으로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부분이 바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친환경이라는 화두가 간판개선 사업이라고 비껴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진행하는 간판개선사업에 소재의 다양화를 꾀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청에서 진행한 홍대앞길 간판 개선사업은 아크릴과 스틸로 대변되던 채널사인에서 탈피해 파벽돌, 목재, 유리 등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채택했다. 또 이러한 소재의 다양화는 채널사인으로 또 다른 획일화라는 문제가 제기된 현 상황에 가장 현실적인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을 차별화해 채널사인을 다르게 제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재사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사업을 진행한 간판을 연구하는 사람들 이송근 대표는 “이번 홍대앞길 간판 개선사업에서 소재를 다양하게 사용한 것은 타 지자체와 차별화해 진행한 부분이다. 채널사인이라고 하면 주로 사용하는 것이 스틸에 아크릴 그리고 광원으로 LED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홍대앞길 사업에서는 파벽돌, 유리, 목재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 대표는 “주민추진위원회에서 홍대의 아이덴티티를 살려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물론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맞추다보니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타 지자체와 차별성을 두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차별성을 소재의 다양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ㆍ채널사인에 태양열 축전지 채택한 사례도 등장
한편 최근 서울시 강남구청에서 태양열 축전지를 활용해 일정구역에 간판을 설치하는 등 친환경 화두가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변화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현재는 태양열 전지를 활용하는 것이 무게나 설치위치 때문에 애를 많이 먹는 편이지만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현재의 채널사인을 상회하는 아이템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태양열 간판을 연구, 기획중인 한 사인업체 관계자는 “강남구청에서 설치한 사례는 각 간판마다 태양열 집진판을 개별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다양화를 이끄는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태양열 집진판을 통합적으로 옥상에 설치해 나눠 쓰는 방식은 어쩌면 각 점포간 분쟁이 발생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태양광 집진판을 설치한 것은 계량기를 점포마다 설치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했다. 게다가 그는 “간판마다 개별적으로 태양열 집진판을 설치하는 것과 더불어 통합적으로 옥상에 설치하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태양열을 얼마나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가가 관건인데 만약 위치가 좋지 않다면 축전지에 전기를 저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별 설치 방식과 더불어 통합적인 태양광 발전 방식도 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ㆍ거리가 어두워지는 단점 극복 위해 콜드캐소드 적용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광고물 정비사업은 몇 해 전 서울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시발점으로 도시의 미관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에서 각 지자체들이 앞을 다퉈가며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사업이 시작된 지 몇 년이 흐른 현재, 광고물 정비사업을 하는 지자체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과거와 달라진 점들도 많다. 먼저, 간판개선에 대한 인식이 낮아 사업 진행에 어려웠던 초반과 달리 점포주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실제 사례를 보여줄 수 없었던 초반에 비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점포주들도 더욱 쉽게 이해하고 인식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식이 좋아진 만큼 아는 것도 많아져서 예전보다 더욱 입맛이 까다로워진 점포주들도 늘었다고 한다. 소재에도 변화가 생겼다. 초반에는 갤브를 주로 사용했으나 차후 내구성이 강한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로 변경됐다. 또한 LED를 위주로 작업했던 과거와 달리 야간 경관을 고려해 콜드캐소드를 사용하는 곳도 나타났다. (주)안아추 하경수 대표는 “작은 LED 채널사인으로만 정비사업을 진행하면 거리가 어두워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안양1번가와 인덕원 흥안로 지역에는 콜드캐소드를 설치해 이러한 단점을 극복했다”고 전했다. 천편일률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디자인도 조금씩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변화의 크기가 미미하다는 평이다. 이는 가이드라인이라는 큰 틀과 표현 능력에 한계가 있는 채널사인을 사용하는 이유가 가장 크다. 일반 간판들은 프레임에서 다양한 형태를 낼 수 있지만, 채널사인은 서체와 바, 색상 정도만 달리 할 수 있다. 또한 여러 명의 디자이너가 각각 디자인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업체나 한명의 디자이너가 작업하는 경우 디자인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처럼 디자인은 가이드라인이라는 큰 틀과 채널사인이라는 형태의 제한으로 인해 디자인 부문에는 많은 변화를 시도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이에 사인업계는 획일화를 탈피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이정애드 이병익 대표는 “가이드라인이라는 틀 때문에 디자인이 획일화 될 수밖에 없다. 시범거리만큼은 규제를 완화해 다양한 디자인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사인업계는 향후 간판정비사업은 간판과 거리 경관의 조화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전에는 간판 위주로 정비를 했지만 현재 전체적인 추세로 봤을 때, 앞으로는 간판만 정비하는 것보다 경관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한 또 다른 제작자는 “현재는 거리 또는 건물과 조화되는 디자인을 제안해야 한다. 또한 채널문자를 지지하는 바나 경관조명 등을 활용해 경관에 신경 쓰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ㆍ구역별, 건물별 컨셉트 정해 획일화 탈피
최근 채널사인 일색이라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곳들도 늘고 있다. 서울 성북구청에서 진행한 아라리 디자인서울거리 조성사업은 宙 주 , 川 천, 同 동, 行 행 이라는 컨셉트로 구역을 나눠서 디자인했다. 주는 파랑, 천은 초록, 동은 보라, 행은 오렌지 색상이라는 큰 틀을 정해 구역별로 색상을 달리 했다. 그리고 각 구역별 색상은 같지만 채도와 디자인을 다르게 적용해 획일화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또한 간판을 달 수 없는 지하업소를 배려해 돌출간판을 적용했다. 인천 서곶길도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뜻하는 서곶의 의미에 맞춰 바다와 육지를 상징하는 컨셉트로 디자인해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인천 서곶길 정비사업을 담당한 (주)이정애드 이병익 대표는 “바bar 등을 통해 형태적으로 구분을 줬다. 바다는 물을 상징하는 파도모양 등을, 육지는 땅의 갈라짐을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전했다. 또한 디자인 업체 여러 개가 참여해 디자인에 차별화를 꾀하는 방식도 있다. 서울 강남역부터 교보타워 사거리까지 진행한 간판정비사업은 건물 20개를 디자인 업체 7개가 나눠서 맡았다. 특히, 여러 디자인 업체가 건물별로 디자인을 맡아 진행함으로써 각 건물별로 컨셉트를 정해 다양하게 디자인할 수 있었다.
ㆍ파사드 이용해 지역 특성 드러내는 디자인
과거 간판 정비사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도 등장했다. 경기도 광명시는 간판 정비사업 구역에 DMX 모듈을 이용한 파사드를 적용해 건물을 부각시키는 디자인을 하고 오는 11월 중순부터 시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광명시의 간판 정비사업을 담당한 (주)안아추 최홍식 실장은 “광명시는 한 건물에 점포 80여 개가 입점해 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간판을 달 수 있는 곳은 40~50여 개 정도다. 나머지 점포는 입구마다 건물 안내사인처럼 설치할 수밖에 없어 점포주들의 반발이 심했다. 그로 인해 파사드를 사용해 건물을 살리는 방법을 생각했다”고 전했다. 광명시의 간판정비사업 구역 33개 건물 전체에 파사드를 이용해 경관조명을 적용했으며, 은행과 같이 화려한 조명이 어울리지 않는 곳은 유리창이나 건물 상단에 투광기를 설치해 은은한 느낌을 부여해 건물을 부각시켰다. 또한 성북구 아라리 디자인서울거리도 시범건물 5개에 건물의 특성을 드러내는 파사드를 설치했다. 어학원 건물에는 어학원을 상징하는 언어가 적힌 파사드를, 미술학원에는 페인트가 흘러내리는 파사드를 설치했다. 또, PC방이 있는 건물에는 스트라이프로 빠른 속도감을 표현하는 파사드를 설치하는 등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수 있는 파사드를 설치해 건물의 특성을 나타냈다. 한편, 채널사인의 획일화를 탈피하고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파사드에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한 사례도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 보산동은 인접해 있는 주한미군을 상대로 영업하는 화려한 점포들이 들어서 있는 관광특구라는 점과 영문 간판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 특이사항이다. 따라서 기존 간판 정비사업에서 볼 수 없던 색다른 시도를 통해 지역의 특색을 드러냈다. 동두천시 보산동 간판정비사업 디자인을 담당한 워크북 장원종 대표는 “클럽과 뷰티숍 등 성격이 강한 곳들이라 일반적인 정비사업과 같이 진행할 수 없는 곳이었다. 따라서 각 점포별로 디자인을 다르게 하고 건물에 조형물을 설치해 지역을 활성화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조형물은 보산동 관광특구를 다른 거리와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거리를 활성화시키는 재미있는 요소가 됐다. 한편, 간판 정비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노후된 건물도 함께 보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존 간판이 걸려있던 자국과 노후된 건물의 이미지는 간판 정비사업을 저평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안아추 하경수 대표는 “노후된 건물은 세척을 하거나 도색 등 보수작업을 함께 하지 않으면 간판 정비사업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노후된 건물 보수작업을 함께 하는 것이 간판 정비사업의 효과를 높여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에서 간판 정비사업 비용 외에 노후건물 보수작업 비용은 지원하지 않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또는 간판교체 비용과 함께 노후된 건물을 세척하는 비용도 함께 포함돼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는 점포주들은 간판교체 비용이 비싸다며 불만을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
03 여전히 남은 숙제들
ㆍ점포주 인식은 좋아졌지만 여전히 설득은 어려워
간판 크기는 작아졌지만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점과 간판 정비사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점포주들의 인식이 초반에 비해 좋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간판 정비사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점포주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간판은 매출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써 점포주들에게 민감한 사항이다. 그런데 멀쩡한 간판을 새로, 그것도 작은 크기로 교체한다니 점포주들이 반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간판 허가기간이 많이 남았다는 점과 불경기에 돈을 들여 굳이 간판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점포주들의 중론이다. 또한 작은 규격과 1업소 1간판 등은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아직도 점포주보다는 관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점포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가 어렵다. 이에 정부에서 진행하는 간판 정비사업에 참여했던 업체들은 점포주들을 설득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1대 1 설득을 꼽는다. 다양한 정비사업에 참여했던 한 사인 제작자는 “간판 정비사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로 점포주를 설득하는 것이다. 주민설명회를 열어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군중심리가 있기 때문에 1대 1로 만나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밝혔다. 안양 1번가와 중앙로, 광명시, 인천 계양구 외 여러 간판 정비사업에 참여한 (주)안아추 역시 직원들이 구역을 나눠 일일이 점포주들을 방문하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투입해서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한 성북구 아라리 디자인서울거리 역시 점포주들과 친근감을 형성하기 위해 손님으로 접근하거나 끈질기게 방문해 설득했다고 한다. 이처럼 점포주들을 설득하는 데는 비록 진부하지만 친분을 형성하고 끈기 있게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ㆍ사이즈 변경 등 융통성 발휘하기도 해
디자인 협의과정 또한 만만치 않게 애로사항이 많다. 점포주들은 간판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점에 가장 불만이 많다. 그로 인해 본래 계획보다 간판의 크기를 조금 늘려주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성북구 아라리 디자인서울거리는 본래 바 bar 를 포함해 45cm 규격인데 사이즈가 너무 작다며 점포주들의 불만이 늘어나자 바를 제외한 45cm로 조정했다. 동두천 보산동 관광특구도 본래 계획보다 규격을 늘렸다. 처음 60cm로 규정했으나 반발이 커서 최대 80cm까지 늘리는 등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해 점포주들을 설득했다. 한편, 점포주들과 관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인업체는 관과 주민의 효율적인 협의를 이끌어내 양쪽 입장을 고려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 이에 가이드라인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들어주려고 노력하면 차후에도 불만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지자체의 옥외광고 담당 공무원은 “아직까지도 채널사인 획일화와 관 주도라는 문제점은 벗어나지 못했지만 규격을 늘리거나 디자인을 협의할 때 최대한 점포주들의 의견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ㆍ간판 디자인과 거리의 아이덴티티를 함께 제안
광고물 정비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갖춰야할 조건들도 많다. 디자인실력 뿐 아니라 사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술인력, 사업실적, 시설 등 회사 전반에 대해 살펴본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자격을 갖췄다면 좀 더 색다른 아이템을 함께 제안해보는 것도 입찰 선정에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성북구 아라리 디자인서울거리와 동두천 보산로, 강남 간판 정비사업에 참여한 워크북은 간판 디자인과 함께 거리의 아이덴티티를 제안해서 호응을 얻었다. 워크북 장원종 대표는 “간판과 함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제안하는 것이 비법이다. 거리의 이름을 만들고, 컨셉트에 맞춰 심볼도 함께 만들어 보자. 그리고 컨셉트를 배너나 상징물, 조형물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팁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워크북은 동두천 보산동 거리 이름을 만들고, 성북구 아라리길의 주, 천, 동, 행이라는 컨셉트로 구역을 나눠 정비사업을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간판 정비사업은 채널사인 일색이라는 문제점이 있지만 앞서 살펴본 사례들과 같이 미약하나마 조금씩 변화를 시작했다. 물론 그 변화가 좋은 영향을 미칠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간판 정비사업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은 확실하다. 특히 간판 정비사업은 시범지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 그 주변을 중심으로 간판 정비사업과 같이 간판을 교체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사인업체들은 간판 정비사업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고 기술과 디자인 등을 미리 연구해 대비한다면 좋은 사업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SM
대다수 지자체들은 광고물 정비사업을 시작하면서 디자인, 제작업체를 입찰을 통해 선정한다. 입찰에 참여하는 디자인업체나 제작업체들은 각자 설득력 있는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과거 광고물 정비사업의 문제점으로 드러난 것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내용이라면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면 달라지고 있는 시장의 변화, 점포주들의 요구사항, 지자체의 의지 등을 모두 반영해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광고물 정비사업을 경험했던 업체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가장 핵심적인 제안서 구성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1. 획일화 문제 탈피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넣어라 그동안 각종 광고물 정비사업을 통해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획일화’다. 최근 진행중인 사업들을 보면 대부분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라면 더욱 좋고, 아니면 벤치마킹하는 것도 방법이다.
2. 전체 구역을 세분화하고 구획별 아이덴티티 만들어라 정비사업은 특정한 거리의 일부분이나 구역을 정해서 실시한다. 따라서 사업 대상지역을 하나로만 보지 말고 여러 개로 구분해 각 구획별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구획별 아이덴티티 에는 되도록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접목해야 설득력이 있다.
3. 해당지역 주민들과 협의체를 구성하라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해당 점포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점포주들의 조직체나 대표자를 처음 기획단계부터 참여시키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 전체 점포주를 대상으로 하는 토론회를 기획하거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상설화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4. 친환경 소재와 제작방식을 채택하라 요즘 대세는 친환경이다. 특히,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에게 친환경을 접목한 정비사업을 제안하면 솔깃해 하지 않을 사람 하나도 없다. 친환경을 사인에 접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전력절감, 친환경 재료 사용, 재활용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5. 공공디자인 개념을 접목하라 이미 몇 해 전부터 간판에 공공디자인 개념이 접목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간판 뿐만 아니라 주변환경을 동시에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제안서에 담아보자. 예를 들어 오래된 건물의 벽을 공공미술로 변화시킨다거나, 정비사업 대상지역에 있는 벤치, 가로등 등 각종 스트리트 퍼니쳐까지 개선한다면 간판만 대상으로 하는 제안서보다 훨씬 더 설득력을 발휘한다.
1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그동안 간판이 난립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비사업은 결과적으로 획일화라는 문제가 드러났고 결국 긍정과 부정론으로 양분하기 시작했다. 2, 3 현재도 지자체 별로 계속 이어지는 간판 개선사업의 모태가 바로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다.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남아 있다.
4 광고물 정비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획일화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점포주는 물론 시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5 문화관광부가 진행했던 부산 광복동 정비사업은 주민들의 참여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6, 7 획일화라는 문제가 급속하게 확산되자 그것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기존 사업과 다르게 진행한 이색 사례들이 등장했다. 사진은 전북 진안 백운마을 사례. 8 경기도 동두천은 채널사인의 획일화를 탈피하고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파사드에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했다. 9 거리가 어두워진다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해 콜드캐소드 조명을 추가한 사례. 10 서울 성북구청에서 진행한 아라리 디자인서울거리 조성사업은 宙 주, 川 천 , 同 동 , 行 행 이라는 컨셉트로 구역을 나눠서 디자인했다. 11 인천시 서곶길 정비사업 제안서.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뜻하는 해당지역의 의미에 맞춰 바다와 육지를 상징하는 컨셉트로 디자인했다. 12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사람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연이어 설치한 이색 사례. 획일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13 점포마다 간판을 설치하는 방식을 탈피해 연립형으로 설치하는 것도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하고 있다. 14 경기도 광명시는 간판 정비사업 구역에 있는 건물의 파사드 조명을 사용해 건물을 부각시키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15 건물 벽면을 파사드 사인으로 인식하는 등 건물과 간판을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16 채널사인을 설치할 경우 그 형태에 따라 조금만 측면에서 바라보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자의 두께와 간격, 채널사인 캡의 소재선택 등이 이를 좌우한다. 17 관 주도로만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천편일률적인 획일화 문제가 다시 등장한다.
18 점포주들은 간판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점에 가장 불만이 많다. 그로 인해 본래 계획보다 간판의 크기를 조금 늘려주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19 간판 정비사업은 채널사인 일색이라는 문제점이 있지만 미약하나마 조금씩 변화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