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팩커드 아시아태평양본부가 주최한 그래픽스 오딧세이 Graphics Odyssey 행사가 지난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휴렛팩커드가 디지털 프린팅 분야에서 명성을 쌓고 있는 마케팅 리서치 전문업체인 인포트렌드 InfoTrends 와 공동으로 기획한 행사로 세미나, 성공사례 발표, 인터뷰 등이 이어져 참가자들로부터 큰 갈채를 받았다. 이번 행사에 본지는 국내 사인 전문지 중에서 유일하게 초청받아 참가했다. 글쪾사진_ 김유승
경기침체 시기를 뚫고 나갈 해법 제시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생존하라, 그리고 성공하라’ Survive & Thrive 였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생존전략이 필요한 시기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 슬로건이다. 휴렛팩커드 아시아태평양본부 이하 HP 가 개최한 그래픽스 오딧세이 행사는 최근 전 세계 디지털 프린팅 산업의 위기탈출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의 기자단과 HP 장비 판매업체, 사용업체 등 수백 여 명이 운집한 이번 행사에서 HP는 디지털 프린팅 업계의 마케팅 리서치 전문업체인 인포트렌드와 공동으로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HP 아시아태평양본부 이미징프린팅그룹의 수석 부사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토퍼 모건 Christopher Morgan 은 “디지털 인쇄 Digital Press, 실사연출 Large Format Printing, 특수인쇄 Specialty Printing 등 모든 분야에서 HP는 디지털 프린팅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 프린팅 시장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프린트하는 물량은 채 5%에 불과하다. 책, 신문, 잡지 등 여전히 대다수 인쇄물들은 기존 아날로그 방식으로 프린트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프린팅의 기회요소는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그래픽솔루션사업부 해리하란 Hariharan 부사장은 “디자인젯 시리즈로 사인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최근 몇 년간 사이텍스비전 Scitex Vision, 누어매크로프린터스 NUR Macroprinters, 컬러스팬 ColorSpan 등을 연이어 인수합병함에 따라 실사연출 시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장비군을 갖췄다. 작년 드루파 Drupa 전시회에서 출시한 라텍스 Latex 잉크는 앞으로 새로운 성장모델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10년 이내에 아날로그 방식 완전 대체 가능
실사연출, 디지털 인쇄, 특수 인쇄 등 대다수 디지털 프린팅 업계 종사자들의 가장 큰 요구사항은 아날로그 방식에 뒤쳐지지 않는 품질과 생산성이다. 실사연출 분야만 놓고 보더라도 초창기 장비들은 문자를 출력했을 때 커팅시트로 표현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품질 차이가 있었지만 현재는 거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디지털 인쇄 역시 마찬가지다. 초창기 장비들은 대표적인 아날로그 방식인 옵셋인쇄와 비교하면 품질이나 생산성 모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크리스토퍼 모건 수석 부사장은 “향후 10년 이내에 거의 모든 아날로그 방식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디지털 프린팅 기술은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쇄할 때 사용하는 필름이 사라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인시장에서 사용하는 실사 장비들은 과거와 비교하면 생산성이나 출력 해상도가 상당히 개선됐지만 지금보다 2배, 3배 이상 더 좋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힌다. 친환경 문제 역시 이번 행사의 화두 중 하나였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친환경 규제로 인해 조만간 디지털 프린팅 업계에서 사용하는 대다수 소모품들 역시 친환경적인 제품들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비 역시 친환경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력을 사용해서 구동하는 장비이므로 전력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연구,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였다.
출력업체의 상품은 출력물이 아니라 마케팅 기획
특히,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내용은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출력업체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전 세계 대다수 출력업체들은 고객들에게 출력물을 판매하는 업무가 대부분이다.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력상품은 바로 출력물이다. 인포트렌드 InfoTrends 의 제프 헤이즈 Jeff Hayes 회장은 “출력업체의 상품은 출력물이 아니라 마케팅 기획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경기침체, 수요부족, 환경규제 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있는 치열한 경쟁체제 속에서 많은 업체들이 출력물의 가격을 인하하는 고육지책 苦肉之策 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자멸하는 길이다”라고 말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가격경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제프 헤이즈 회장은 “우선 사업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며 “단순히 출력물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요구하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을 기획, 제안하고 제작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그가 말하는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출력업체 Printing Service Provider 는 앞으로 마케팅 서비스 전문업체 Marketing Service Provider 로 변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 고객들은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때 다양한 도구들을 사용하며 각 도구들마다 기획, 제작, 시공 등을 각각 전문업체에 맡긴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안하고 실행할 수 있다면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것.
혹독한 진화과정 거쳐야 성공할 수 있어
기존 출력업체가 마케팅 서비스 전문업체로 변화하려면 매우 혹독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출력하기 위한 데이터를 다루고 출력장비를 운영하는 능력 뿐만 아니라 실사연출, 디지털 인쇄 등으로 제작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도구들을 소비자에 입맛에 맞게 기획, 디자인, 제작, 시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 성공사례 발표자로 참석한 미국 알티어소시에이츠 RT Associates 의 밥 래드지스 Bob Radzis CEO는 이러한 변화과정에서 직원들을 새롭게 교육하는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실사장비로 출력하는 업무만 맡았던 직원들에게 마케팅 기획, 제안능력을 가르치는 것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한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원래는 수성장비 3대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중형 솔벤트 장비, 초대형 솔벤트 장비, UV 평판장비, 디지털 인쇄기 등을 구입하고 사무실도 크게 넓혔다. 직원도 3명에서 20명까지 늘었다. 직원들에게 장비 운영방법만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장비를 이용해서 제작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개발하고 이를 고객에게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데 약 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알티어소시에이치는 2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사업의 형태를 바꾸는 과정을 거치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과거에 쌓았던 수익금들을 설비투자, 인원보충에 투자하고도 모자라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까지 받았다. 2년동안 사업을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출을 오르지 않았지만 지금은 과거에 비해 매출은 약 20배, 수익성은 약 10배에 달할 정도로 안정궤도에 올라섰다. 밥 래드지스는 “2년이라는 투자기간이 지나자 매출액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더니 최근 2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마케팅 기획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출력물 단가도 상당히 높게 책정했는데 고객들의 거부감이 별로 없다. 이제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 50여 업체를 고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SM
<캡션>
1 휴렛팩커드 아시아태평양본부가 주최한 그래픽스 오딧세이 Graphics Odyssey 행사가 지난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2 마케팅 리서치 전문업체인 인포트렌드 InfoTrends 와 공동으로 세미나, 성공사례 발표, 인터뷰 등이 이어져 참가자들로부터 큰 갈채를 받았다. 3 행사장에서 디지털 인쇄기로 제작한 인쇄물을 관람하고 있는 참가자들. 향후 10년 이내에 거의 모든 아날로그 방식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디지털 프린팅 기술은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4 출력업체 Printing Service Provider 는 앞으로 마케팅 서비스 전문업체 Marketing Service Provider 로 변신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였다. 사진은 디지털 인쇄기를 도입한 미국 사례. 5 행사 마지막날에는 중국 최대 인쇄전시회인 차이나 프린트 China Print 에 참가한 휴렛팩커드 부스에서 다양한 디지털 프린팅 시스템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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