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온라인상에 색다른 공간이 생겼다. ‘상상마당’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이름을 가진 홈페이지는 예술가를 꿈꾸며 맨땅에 헤딩하듯 약간은 배고픈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서로의 실력을 뽐내고 공유할 수 있는 필드였고, 꿈을 그만 접으라고 강요하는 현실 속에서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장소였다. 다시 말해 상상마당은 온라인상에서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의 놀이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놀이터가 오프라인으로 비집고 나왔다. 총면적 3,347㎡ 규모로 지난 9월 7일 개관한 문화플래닛 상상마당 사인시스템을 살펴본다.
비우는 것을 기본으로 호기심을 자극 간만에 집안 대청소를 하다보면 이건 왜 들고 있었나 라는 의구심이 들 쓸모없는 물건이 우르르 쏟아져 나올 때가 있다. 청소를 하며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버릴 것은 정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즉 어떤 공간에 무언가를 채우는 것 보다 비우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건축물 역시 신축건물에 실내 디자인과 시인시스템을 구성함에 있어 여백을 중시하는 비움을 컨셉트로 잡았다면 과다하게 채우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일 것이다. 심플함과 빈곤함은 바로 종이 한장 차이이기 때문이다. 문화플래닛 상당마당은 비움을 핵심 컨셉트로 해서 실내디자인과 사인시스템을 구성했는데 온라인에서 놀이터 개념을 오프라인 놀이터 개념으로 구성하면서 좀더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문화플래닛 상상마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해 상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구구절절 공간을 설명하는 사인을 최대한 자제했다. 문화플래닛 상상마당 홍보팀 최성지 팀장은 “비우는 것을 핵심 컨셉트로 해서 최대한 정갈하고 심플하게 사인시스템을 구성했고 이는 문화플래닛 상상마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기존 사인시스템하면 공간을 구구절절 다 설명하는 사인을 건물 곳곳에 설치해 건물을 사람들 편의를 보장한 반면 문화플래닛 상상마당은 설명적인 사인을 최대한 배제하고 사람들이 직접 공간을 살펴보고 호흡하고 느끼게 할 수 있게끔 사인시스템을 구성했다” 라고 했으며 “그리고 건물 7층 중 각 층마다 카페, 갤러리, 아트마켓 등 다른 공간으로 구성을 했기 때문에 사인이나 실내 인테리어 부분을 공간을 담당하는 매니저에게 맡겨 각 층마다 다른 느낌이 있다. 또 건물에서 사인이라는 것이 안내를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정형화돼 있지만 문화플래닛 상상마당 같은 경우는 일반 건축물과는 다른 목적과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사인을 상당히 넓은 의미로 봐야한다. 굳이 공간을 안내한 사인 외에도 각 층마다 전시한 전시물이나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그것이 곧 사인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건물 안에 위치한 모든 것들이 문화플래닛 상상마당을 보여주고 알릴 수 있는 사인시스템이라 생각한다” 라고 했다.
놀이터 개념으로 재미있게 사인구성 놀이터 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신나고 재미있는 곳으로 인식하고 즐거운 상상을 한다. 친구들과 미끄럼틀을 타고 그네를 타는 등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며 말이다. 문화플래닛 상상마당 역시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들과 주류문화에 식상함을 느끼고 새로운 문화를 느끼고 싶어 하는 이들이 한 곳에 어우러져 놀 수 있는 놀이터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러한 놀이터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사인시스템 역시 재미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을 했다. 사인디자인을 담당한 SL+A 강형석 대리는 “문화플래닛 상상마당은 공간 특성과 아이덴티티가 상당히 강한 건물이었기 때문에 기존 건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다시 말해 사인시스템이 건물분위기와 잘 맞지 않으면 다른 건물보다 허점이 많이 드러나 보이는 리스크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공간과 조화하는 마지막 디자인 요소라는 관점으로 사인시스템을 구성했고 아무래도 문화놀이터라는 개념이 강했기 때문에 재미라는 요소에 주안점을 두었다. 특히 극장출입구에 큰 화살표 모양으로 익살스러운 픽토그램으로 처리한 것과 극장천장에 글자체를 길게 늘인 것 그리고 화장실 문에 사람형태로 라인드로잉을 해서 설치한 것이 재미라는 것을 구체화 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라고 했다. 문화플래닛 상상마당은 건축 마감재가 대부분 회색벽인 네추럴하고 차분함을 강조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사인시스템은 그러한 분위기에 반하는 신나고 익살스러운 분위기로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공간 전체적인 분위기에 역행하는 너무 튀는 컬러나 스타일로 사인시스템을 구성하다면 상당히 우스꽝스러운 것이었겠지만 컬러와 스타일은 각 공간과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형태나 구성적인 측면에서 즐거움을 강조해 공간 분위기와 조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사인시스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문화플래닛 상상마당 사인디자인: SL+A 사인제작?설치: 목원기획 클라이언트: 케이티엔지(KT&G) 브랜드실
1층 아트스퀘어를 알리는 안내사인, 아크릴을 이용한 입체문자사인을 유리전면에 부착했고 안내사인은 상상마당이라는 문구아래 공간 명칭을 같이 명기하는 형태로 일관성 있게 구성했다.
문화플래닛 상상마당 전경, 외벽 역시 비움을 컨셉트로 해서 콘크리트 사용을 자제하고 유리로 구성했다.
지하 4층에 위치한 영화관 입구와 내부 좌석배치를 알리는 사인. 유리에 시트를 이용해 제작했고 LED를 내부 광원으로 사용해서 색변화를 주어 화려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영화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상상마당 Cinema 라는 입체문자 사인으로 설치해 공간아이덴티티를 보여주고 있으며 천장에 LED 광원을 이용해 블루컬러로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2층에 위치한 갤러리. 비움이라는 전체 컨셉트에 가장 부합하는 공간으로 갤러리를 안내하는 입체문자사인과 엘리베이터 옆 층간아내 사인 외에 기타 사인 설치를 최대한 자제했다.
화장실 문에 남성과 여성을 라인드로잉을 통해 형상화한 사인이 이채롭다. 또 화장실 안내사인에 남성과 여성모양을 같이 조각해 설치한 것이 앙증맞다.
아카데미 안내사인역시 다른 층과 동일한 구조로 설치했고 안내사인아래 게시판을 같이 설치해 프로그램 안내 포스터를 붙여 아카데미 아이덴티티를 구체화하고 있다.
온오프 라인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인 아트마켓. 전시한 작품이 문화플래닛 상상마당 아이덴티티를 구체화 하는 사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부에 설치한 여러 가지 사인. 지주사인에는 각층을 알리는 것과 상단 상상마당 자음에만 광원을 이용해 사인을 보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하는 형태로 구성했고 게시판과 배너를 이용해 현재 전시, 상영중인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있다. 또 바닥에 LED를 이용해서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즐거움 선사하고 있다.
보드게임 젠가 모양으로 각 층을 알리는 사인을 외부에 제작했고 형광등을 내부 광원으로 사용해 야간에도 한눈에 각 공간 특성을 알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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