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공공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공공디자인학회와 협회가 등장하는가 하면, 관련 전시나 행사도 연이어 열리고 있다. 특히, 공공디자인 분야 중에서 사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사인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새로운 관심거리임에 틀림없다. 글ㆍ사진 : 편집부
간판은 공공공간에 설치하므로 공공디자인 영역 ‘공공(Public)’과 ‘디자인’을 조합한 용어인 ‘공공디자인’은 한 마디로 공적인 공간에서 대중들을 위한 삶의 질 향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고려하는 행위를 말한다. ‘공공’이란 언어 자체 의미에서처럼 사적인 의미와 구분해야 한다. 공공은 국가나 지자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적영역 안에서 디자인은 기업들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면 공적영역에서 디자인은 국가와 연관이 있다. 공공기관이 조성, 제작, 설치, 운영하는 공공 공간이나 시설, 용품, 정보 등은 모두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현대사회는 사용적 측면에서 볼 수 있는 단순한 패러다임보다는 보고 듣고 즐기는 다차원적인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적공간에서 정책적 흥미도 다차원적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공 영역의 모든 것들이 그 대상이다. 따라서 공공디자인은 공공공간, 공공매체, 공공시설들을 공공디자인 정책에 의해 심미적, 상징적 그리고 기능적 가치를 높임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적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새로운 선진문화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서 가장 크게 대두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사인’이다. 점포의 간판은 사적인 소유물이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공공간인 거리에 있으므로 당연히 공공디자인의 대상이다. 게다가 한국공공디자인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들 중에서 공공디자인 영역 중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분야가 바로 간판이라고 나타났다.
내년 2월 서울시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 발표 이러한 공공디자인 붐 속에서 ‘소통의 문화, 우리들의 공간-디자인으로 걷다’라는 슬로건으로 2007 대한민국 공공디자인엑스포가 10월 17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문화관광부와 대한민국 공공디자인엑스포 조직위원회에서 공동 주최한 이 행사는 공공디자인 컨퍼런스와 2007 대한민국공공디자인대상, 특별전시를 동시에 진행했다.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진행한 공공디자인 컨퍼런스에는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이자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권영걸 교수를 비롯 트라이포드디자인 주식회사 나카가와 사토시 대표, 바르텐바흐 조명연구소 안드리아스 댄러 수석연구원 등 국내외 유명인사의 세미나와 심포지엄이 열렸다. 지난 18일 ‘공공디자인을 통한 도시혁신’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는 300석이 훌쩍 넘는 좌석이 가득 차 서서 세미나를 경청하는 사람도 상당수 발생했을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권영걸 학회장은 내년 2월까지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혀 업계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한편 컨벤션홀에서는 공공디자인 관련 프로젝트를 출품, 전시하는 행사가 열려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사단법인, 일반 기업체 등 60여 개 기관에서 참여해 출품작들을 전시했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 특색과 결부해 홍보와 관광효과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전시를 기획한 사례가 상당수 눈에 띄었다.
광고기능 첨가한 담배꽁초 수거함 등장 사인업계에서도 몇몇 업체가 참가했는데 배너게시대 제작회사로 입지를 다진 귀복물산은 담배꽁초수거함을 출품했다. 장진호 대표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초질서 지키기 일환으로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방지하기 위하여 많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지자체의 무단투기방지 노력에 대한 국민의 비난여론이 점증하고 있는데 이는 담배꽁초를 버릴 장소를 제공하지 않고 단속에만 치우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착안해 담배꽁초만 전용으로 수거하는 제품을 개발했다”면서 “외국처럼 색다르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만들고 싶었다. 상단은 좁고 긴 원통으로, 하단은 둥글넓적하게 제작해 안정감을 주어 공공디자인과 실용성 측면에 모두 부합하는 제품이라 자신한다. 또 전면에 광고를 부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광고기능도 충분히 소화해낸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광원 관련업체나 디자인 업체에서도 많은 참여를 보였다. 내부광원으로 LED를 사용해 채널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전면을 개방하고도 100% 방수가 되는 제품을 선보인 업체와 경관조명 관련 제품을 선보인 업체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이외에도 이끼와 식물을 이용한 벽면 녹화, 실내경관으로 친환경 트렌드를 보여준 업체와 건축과 공공디자인 개념을 합친 사례도 있었다. 이밖에 서울시 벤치?의자디자인 시민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관람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이 공간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조형미가 아름다운 디자인들이 선보여 가장 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은 곳이기도 했다. 한편 2007 대한민국공공디자인대상으로는 서울특별시의 ‘SOFT SEOUL-Vision of Design Seoul’이 대상을 수상했고, 최우수상으로는 ‘화성동탄신도시 공공디자인’, ‘궁궐 문화재안내판 디자인 개선’, ‘광복로의 光復 - 아름답고 활기찬 광복로 가꾸기’, ‘ALTO 공공시설물 디자인’, ‘한강공원 이미지통합 디자인’이 수상했다.
국내외 전문가들 참여 속 전시 세미나 진행 이 행사에 앞서 지난 10월 1일부터 3일까지 김태년 국회의원실과 산업자원부가 공동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주관한 공공디자인전이 국회의원회관 1층에서 열렸다. ‘모두의 삶을 위한 아름다운 상상’이라는 주제로 열린 전시회는 공공디자인 사업을 진행한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전시하고 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삶의 질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더불어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시회는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로 3회를 맞는 공공디자인전은 전시와 세미나로 프로그램을 나누어 진행했는데 전시는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진행했고 세미나는 전시회 개막일인 10월 1일에 진행했다. 다양한 사례에 대한 전시와 세미나를 통해 공공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공론화했는데 국회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린 전시는 ‘공공의 영역과 디자인의 아름다운 만남’, ‘공공디자인 해외사례 : 배우고 취할 것들’, ‘공공디자인 국내사례 : 계획 그리고 점진적 실천’, ‘공공디자인의 발정방향과 미래비전’ 4가지 주제로 나누어 진행했다. ‘공공의 영역과 디자인의 아름다운 만남’에서는 공공디자인이 실생활에서 어떤 의미와 효과를 갖는지에 대한 내용을 제시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구성했는데 공공디자인이 지금까지는 상업적인 수단으로 인식된 것을 언급하며 앞으로 공공디자인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며 전시회 전체 주제를 부각했다. 그리고 ‘공공디자인 해외사례 : 배우고 취할 것들’에서는 국내보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의식이 높은 해외사례를 통해서 공공디자인발전을 모색하는 것으로 진행했고 ‘공공디자인 국내사례 : 계획 그리고 점진적 실천’에서는 선유도, 안양, 동해시의 사업을 전시를 통해 국내사례를 살펴보고 향후 전개할 공공디자인 발전방향을 가늠해 보는 내용으로 진행했다. 또 ‘공공디자인의 발전방향과 미래비전’에서는 향후 전개할 공공디자인 사업계획을 살펴보고 발전방향을 전망하는 내용으로 전시했다.
간판에 공공디자인 개념 도입해 삶의 질 향상 국회의원 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세미나는 ‘공공디자인의 새로운 이해와 중요성’, ‘공공디자인 활성화를 위한 정책 또는 성공사례’, ‘공공디자인의 발전방향’, ‘공공디자인의 효율적인 추진체계’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공공디자인의 새로운 이해와 중요성’으로 연세대학교 생활디자인학과 박영순 교수가 진행한 세미나는 도시환경을 도외시한 성장모델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국민적 의식전환 사업이 필요하다며 사인을 비롯한 공공디자인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안을 제시했고 ‘공공디자인 활성화를 위한 정책 또는 성공사례’로 세미나를 진행한 잘리콩 건축사무소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대표는 국내에서 진행한 예술의 전당 아쿠아브릿지와, 강남 센트럴 포인트 육교를 소개하며 공공디자인은 딱딱한 도시를 부드럽고 여유 있게 만들며 삶의 질을 높이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공공디자인 중요성을 언급했다. ‘공공디자인의 발전방향’으로 세미나를 진행한 GK디자인 다나카 카즈오 대표는 일본사례를 통해 공공디자인이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해야할지 제시하고 세계경제상황과 연관해서 공공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으며 ‘공공디자인의 효율적인 추진체계’로 요코하마도시디자인실 쿠니요시 나오유키실장이 진행한 세미나는 요코하마에서 진행한 공공디자인사업을 소개하고 도시디자인 측면에서 바라본 공공디자인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예상보다 높은 참여, 차후에도 다양한 사업전개 공공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내용이 있었던 공공디자인전을 통해 얻고자하는 것은 당장 공공디자인에 대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공공디자인에 대한 미약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일에도 순서가 있듯 공공디자인역시 먼저 인식수준을 높이고 이후에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시회를 주최한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공공디자인에 대한 저조한 인식을 전시회를 통해서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고 더 나아가 현재 걸음마 단계인 공공디자인 관련사업을 한 걸음 한 걸음 다져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리고 10월 17부터 열리는 공공디자인 엑스포는 물론 문화관광부에서 진행하는 것이지만 공공디자인전과 지향점은 같다고 할 수 있다. 또 올해 공공디자인전이 예상보다 참여율이 높아서 놀랐는데 특히 세미나에서 자리가 부족해 통로에 앉아 참석하는 등 공공디자인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고 지자체 관련 공무원들도 많이 참석해 전시회를 통해 느낀 것을 앞으로 사업에 적잖이 반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공공디자인전을 통해서 논의한 것을 바탕으로 차후에 진행할 다양한 사업에 적용할 계획인데 행정자치부와 산업자원부가 공동으로 구리동구릉 안내사인 정비작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공공디자인에 대한 국가 전체적인 인식이 높아진다면 현재 주로 진행하는 국가, 지역형 사업외의 영역으로 넓혀서 진행할 예정이다.
박스 _ 공공디자인 전문가 윤종영 한국공공디자인학회 부회장
간판에 공공디자인 개념 접목해 삶의 질 향상 국내 공공디자인계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사인문화》 윤종영 편집위원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양대 산업디자인전공 교수이면서 동시에 경기도디자인총괄본부 본부장, 한국공공디자인학회 부회장, 대한민국 공공디자인엑스포 사무총장 등 굵직한 직책들이 줄줄이 붙어있다. 윤종영 교수는 우선 “도시의 환경을 바꾸려면 디자이너가 많은 것보다 공공디자인 마인드가 확실한 공무원 1명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경기도에는 판교, 광교, 동탄 등 신도시가 많다. 이러한 신도시와 뉴타운에 공공디자인을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광교 신도시는 이미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을 어느 정도 구체화했으며 여기에는 공공디자인 개념을 확실하게 접목했다”고 밝힌다. 간판에 공공디자인 개념을 접목해야 한다는 내용은 이미 공공디자인학회를 비롯 국회의 공공디자인 문화포럼과 언론을 통해 이슈로 등장했고 각 지자체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현장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 디자이너들을 채용하고 있다. 이는 디자이너로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다. 서울시를 보면 디자인총괄본부장의 직급이 부시장이다. 그 자리에 권영걸 교수가 내정됐다. 디자이너가 서울시 부시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그동안 해본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