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白雲), 왠지 해탈의 경지에 이른 무림고수가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향긋한 차를 한잔 건네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명칭이다. 마치 손을 뻗으면 폭신한 구름이 손에 잡힐 듯한 느낌을 주는 백운에서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낀다. 전북 진안 백운면 원촌마을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물론 무림고수는 아니었고 최근 정비사업을 통해 새롭게 설치한 간판이 그것인데 백운이라는 느낌에 딱 알맞도록 푸근하게 디자인을 했다. 마치 공기와 시간이 다른 곳과는 다르게 느릿느릿 흘러가는 듯한 백운면 원촌마을. 바쁘고 골치 아프게 돌아가는 일상은 잠시 접고 흰 구름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글: 노 유 청 / 사진: 김 수 영 , 바라스튜디오 양철모 실장
흰 구름과 여유 그리고 이야기 백운면 원촌마을을 가는 길에 무진장소방서 라는 글귀가 적힌 표어가 있길래 상당히 의아해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무진장’은 전라북도 동부 산악권을 끼고 있는 무주, 진안, 장수를 줄여서 부르는 명칭이었다. 그리고 같은 능선을 끼고 있는 임실, 순창, 남원을 줄여 부르는 임순남까지 상당히 정감이 가는 명칭이다. 무진장과 임순남의 한 가운데 있는 마을이 바로 백운면이다. 전라북도 동부 산악능선 중심에 위치한 이 흰 구름은 한가한 시골 마을 그 자체였다. 촬영을 위해서 찾아가는 마을 곳곳마다 “간판 바꾸니 서울 사람들도 많이 구경 오고 좋네”라며 인사를 하는 후덕한 시골인심을 느끼다 보니 마치 공기와 시간의 흐름마저 여유 있게 느릿느릿 흘러가는 듯했다. 그리고 다음 취재 일정을 위해서 조급한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리는 서울사람 둘은 그러한 여유에 이내 얼굴이 붉어지며 부끄러움을 느꼈다. 백운면 간판을 보고 있으면 왠지 간판이 이야기를 하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우리 집은 이러한 물건을 팔고 우리주인은 이런 사람이야”같은 느낌말이다. 간판정비사업을 통해 간판에 이야기를 담고자 동네 주민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부분이 간판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백운면 간판은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는 창과 같은 존재였다.
수준 높은 디자인보다 중요한 것은 대화와 소통 간판정비사업은 현재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서 종종 일어나는 사업인데 불만 섞인 이야기가 불거져 나온다. 그리고 불만이 발생하는 이유는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대화와 소통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백운면 간판정비사업은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완성했다는 점에서 여러 사업 중에 귀감이 될만하다. 총괄기획을 맡은 전주대 도시환경미술과 이영욱 교수는 “백운면 간판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자 성과는 바로 주민들과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간판정비 핵심을 이야기가 있는 간판으로 해서 사업초기부터 주민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문화를 통한 지역 혁신을 이루기 위한 첫 번째 기획으로 진행한 백운면 간판정비사업에서 간판이 경관요소로써 백운면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문화를 통한 지역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면소재지 상징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면소재지 상징을 담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해야 했던 작업이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이었고 그것을 통해 대화와 소통으로 간판정비사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안전하게 그리고 디자인에 주안점 두고 제작 설치 시골사람들은 도시사람들보다 왠지 주변사람들 말을 많이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것은 수치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아니라 일반적인 통념이지만 시골사람들이 도시사람보다 주변사람들 말을 많이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도시사람들보다 타인을 마주하는 빈도가 낮고 항상 보는 사람을 주로 상대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그만큼 신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백운면 같이 자그마한 마을에서는 그러한 일들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번 간판정비사업에서도 그러한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노인들이 많이 사는 시골이다 보니 안전에 주안점을 두고 간판을 설치했다. 제작부분을 담당한 산2744 정문성 실장은 “아무래도 노인들이 많이 사는 마을이기 때문에 설치 후에 혹시 있을지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 안전부분에 상당히 많이 신경을 썼다. 그리고 디자인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제작 시에 디자인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제작했다. 대부분이 플렉스 재질로 제작한 간판이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은 없었다” 라며 “아무래도 시골 마을이기 때문에 주변사람들 이야기에 많이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는데 특히 희망건강원 같은 경우 초기 철판으로 염소와 호박 모형을 제작해서 설치를 했는데 주변사람들이 호박인지 공인지 헷갈린다는 말을 하자 호박색으로 도색을 해달라고 요청을 해서 결국 색을 칠했던 일이 있었다. 물론 사업전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이러한 개인적인 취향에서 발생하는 약간의 불만이 조금씩은 있는 편이다”라고 했다.
“호박이 호박다워야 호박이제” 마을 어귀에 있는 희망건강원 철판을 이용해서 건강원을 상징하는 흑염소와 호박을 제작해서 지붕위에 설치했다. 초기에는 별다른 색채를 넣지 않고 제작을 했는데 주변사람들이 “호박이여 공이여?” 라고 하는 통에 설치하는 사람을 졸라 결국 호박을 색칠했다. 호박잎이 지붕을 타고 올라가 마치 실제호박을 지붕에 얹은 것 같은 느낌이다. 간판교체 이전에는 특별한 간판도 없고 출입문 유리에 붉은색 시트지로 희망건강원을 붙이고 있었다. 교체를 안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안되것어 구름이라도 만들어야지” 마을 큰길에 위치한 흰 구름 약방 이것 역시 처음에는 글자로만 구성한 간판이었지만 요구에 의해 추후에 구름을 제작해서 덧 붙였다. 흰 구름 약방, 정유소, 고공 농약사 세 군데를 한명이 운영을 하는 곳이었고 정유소와 같이 있다보니 동네에서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는 곳이다. 교체이전에는 세 곳이 각각 다른 간판을 달고 있었는데 희 구름 약방으로 정리하면서 하나로 구성했다.
원래 간판 없이 영업을 하던 곳인데 이번에 간판사업을 벌이면서 새롭게 설치했다. 지붕이 너무 약해서 마당에 큐브를 쌓아올린 구조로 제작을 했다.
원래 아무것도 없는 창고 같은 분위기인 지붕아래 삼각 트러스 부분에 용호카 공업사 라는 상호를 입체문자사인 형태로 설치해서 가게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원래는 다방이었던 곳인데 백운면 주민 자치 단체인 마을조사단이 들어오면서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다. 백운면 간판정비사업이 시작하고 진행하며 완성한 백운면 간판정비사업이 아지트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지만 실질적인 수고는 디자인과 제작을 담당한 사람들이 해줬는데 본의 아니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쑥스럽다“ (시민문화 네트워크 티팟 조주연 대표) “물론 개인취향에 따라 약간의 불만사항이 있긴 하지만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면 대부분 만족한다고 하신다. 이런 것에서 시골사람 푸근함을 느낀다” (벼레별기역 남정 대표) 에코뮤지엄 개념으로 지역비전 면소재지 강화 백운면 간판정비 사업에 있어 기획과 디자인을 담당한 이들이 있다.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조주연 대표(사진 좌측)와, 벼레별기역 남정 대표(사진 중간), 이현숙 팀장(사진 우측)인데 물론 간판정비사업을 볼 때 참여한 사람모두가 의미 있는 일을 했고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기획과 디자인을 담당한 이들은 상당히 비중이 있는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운면 간판정비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백운면 간판정비 사업에 참여한 계기가 있다면? 먼저 계기보다 사업을 시작하게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전주대가 누리사업단을 구성해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공공사업을 기획 중에 백운면 간판정비사업을 생각했다. 그리고 백운면이 자체적으로 주민조사단 등 주민 자치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정해서 사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간판 같은 경우는 사유재산 성격이 강해서 주민들 동의를 필요로 했는데 그 요구조사를 티팟에서 진행했고 사업 총괄기획을 맡은 전주대와 결합해서 공공디자인 기획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백운동 간판모습이 다른 지역과는 많이 다른데 이유가 있다면? 이야기가 있는 간판이라는 핵심 컨셉트로 디자인을 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정공간이 온통 박물관 이라는 에코뮤지엄 개념을 도입해서 지역비전과 면소재지 강화를 중심으로 진행한 것이다. 다시 말해 백운면 주민 개개인 이야기가 간판이 되고 또 그런 간판이 존재하는 백운동이 하나의 박물관이 되는 에코뮤지엄 개념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잡아 간판에 도입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간판 형태적인 컨셉트는 너무 새것 같이 않게 백운면이 가진 분위기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정했다. 한적한 시골동네에 네온사인과 전광판을 설치했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어떤 지역의 간판을 개선하든 중요한 것은 주변 분위기와 간판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판정비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주민을 설득하고 제작비용과 충분하지 않은 시간에 따른 부분 때문에 상당히 물리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제작비용과 시간이 더욱 충분하게 있었다면 현재 모습보다 좀더 좋음 모습의 간판을 제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어려운 점이라기보다 아쉬움이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사업초기부터 대략적인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자면 수익성보다 사명감으로 진행을 했었다. 물론 그것이 현재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아쉬움이 상당히 크다. 간판정비사업 후 해당지역 주민들 반응은 어떤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물론 어떤 사업을 진행하던 간에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간헐적으로 약간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사업전체를 부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이나 주변사람 반응에 의한 사소한 것이다. 그리고 초기에 간판개선사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던 주민들이 간판개선사업이 몇 가지 매체에 소개가 되고 입소문을 타면서 외지인들 방문 횟수가 많아지자 간판개선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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