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병환은 그다지 기분 좋은 단어는 아니다. 병원관련 TV 프로그램만 봐도 기분이 우울해지는데 환자복을 입고 병원침상에 누워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것만큼 슬프고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 왜 돈과 명예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라는 말도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만약에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최선의 방법은 신속하게 병원으로 가는 일인 것이다. 이번 호 사인기획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안내 사인이다. 병원 군데군데마다 병마를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자리 잡고 환자들을 안내하고 있는 안암골호랑이들은 참으로 이채롭다. 물론 그 호랑이들이 어떠한 효과를 낼지 아직은 미지수 이지만 오늘밤도 고통에 뒤척이는 환자들과 그들 가족을 위해 병마와 전쟁 중인 안암골호랑이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을 안내하는 안내자이자 파수꾼이다.
글: 노 유 청/ 사진: 김 수 영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중앙로비에 설치된 조형물로 병원에 들어오는 사람들 이목을 끌어들인다. LCD모니터를 이용 제작 설치했다.
투박하지만 충실하게 그리고 고려대답게 고려대학교 하면 굳이 고려대 재학생이 아니더라도 안암골호랑이, 막걸리 이 두 가지 단어는 공통적으로 떠올릴 것이다. 이 두 단어는 고려대를 외적으로 알리는 대표적인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호랑이와 그것을 표현하는 붉은색(버건디 컬러)는 고려대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요소다. “병원인데 어떻게 붉은색으로 사인 시스템 디자인을 할 생각을 했는지?”라는 질문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물론 내부적으로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고려대라는 아이덴티티를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 붉은색으로 결정했다. 막걸리처럼 투박한 고대 특유분위기가 적잖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라던 최정민 대외협력실 홍보팀디자이너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병원안내 사인은 한 눈에 봐도 고려대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고려대 구로병원 사인정비 작업 핵심 컨셉트는 고려대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앞서 언급했듯 고려대 상징인 호랑이와 붉은색 계통이 만난 것이 특징이다. 안내사인 형태는 은색 사각형에 붉은색 타원형을 입힌 형태로 마치 호랑이가 포효하는 모습을 형상화해서 디자인을 했고 컬러 역시 붉은색을 전면에 내세워 은색을 조합하여 안내사인을 디자인했다. “사각형으로 하면 공간 활용성도 좋고, 설치위치를 잡기가 한층 수월했을 텐데 핵심 컨셉트가 고려대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실용적인 면을 포기 할 수밖에 없었던 딜레마가 있었다”라는 최정민 디자이너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고려대 특유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를 포기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고려대 아이덴티티를 강조한다고 해서 환자들 편리성마저 무시한 것은 아니고 환자들 편의성을 최대한 감안하면서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환자에게 의료적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란 기초적인 원칙을 무시한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아이덴티티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투박하지만 충실하게 안내사인으로써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하는 것이 고려대 구로병원 사인시스템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병원 사인시스템과 차별화를 통해 HI를 재정비하라 대기업에서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잡는 CI(Corporate Identity)를 하듯 병원에서도 필요시기가 되면 HI(Hospital Identity)를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사인시스템 재정비 작업은 HI재정비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기존 병원 사인시스템과 다른 것은 전체적인 컬러와 형태 통일감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병원에서도 물론 상징적인 컬러 하나를 내세우기는 하지만 병원 전체 사인시스템을 상징적인 컬러 하나로 구성한다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라는 최정민 디자이너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고려대 구로병원 사인시스템 재정비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전체적인 통일성과 그것을 통한 아이덴티티 부각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기존 병원에서는 수납창구, 입원실, 진료실, 교수연구실 등 각 공간마다 성격에 맞는 컬러를 사용했었다. 하지만 고려대 구로병원은 붉은색을 사용해 중구난방 식으로 나누어져 있던 컬러를 통일했다. 또 형태적인 부분도 호랑이가 포효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모양으로 대부분 안내사인을 통일하여 아이덴티티를 부각시켰다. 물론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형태가 제한적인 경우에는 호랑이 모양을 배제했지만 최대한 많은 공간에서 보여지는 사인시스템을 호랑이모양으로 디자인하여 형태부분에서도 전체적인 통일성을 느낄 수 있도록 정비했다.
환자들을 위하여 아이덴티티를 투영하라 병원 사인은 아무래도 환자들 편리성을 감안해야 한다. 주로 환자나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안내를 목적으로 제작되는 안내사인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사인 역시 안내사인이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환자들에게 과연 편리성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고려대 구로병원 사인에서 디자인을 할 때 주로 주안점을 둔 것은 환자들과 병원 방문객에 대한 편리성이라던 최정민 디자이너는 “안내사인의 가장 기초적인 기능, 즉 환자들이나 병원 방문객에 대한 안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주안점을 두고 디자인했다. 특히 행어형태 사인을 최대한 자제했는데 이유는 링거를 거치한 입원환자들의 편리한 이동을 감안한 것이다”라며 사인시스템에 대한 기능을 설명했다. 그리고 고려대를 상징하는 호랑이를 형상화한 모양이 사인에 주로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단순히 미관상 목적을 위해 디자인한 것이 아니라 호랑이 입모양이 공간의 방향을 가리키는 방향안내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른쪽이 치과, 왼쪽이 이비인후과인 경우 치과안내사인은 호랑이모양이 오른쪽으로, 이비인후과안내사인은 호랑이모양이 왼쪽으로 향하게 설치하여 방향을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모양이 사각형이 아니다 보니 공간 활용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설치를 담당한 (주)봉화애드는 물론이고 디자인과 기획을 담당한 홍보팀 역시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현재 사인시스템 재정비 작업을 하고 있는 안산, 안암 병원과 함께 80% 공정이 이루어진 상태이고 구로병원은 8월에 사인시스템 재정비 작업이 완공될 예정이다. 위치: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동 고려대 병원?사인디자인: 고려대 병원 대외협력실 홍보팀 사인제작 설치:(주)봉화애드
각층마다 위치하고 있는 병원 종합안내 사인이다. 아크릴에 도색하여 제작했고 형태는 포효하는 호랑이 형태를 표현하기 위해 버건디 색상으로 도색한 아크릴을 붙여 제작했 다. 그리고 하단에 바퀴를 부착하여 이동성이 용이하게 제작했다.
진료실 안내사인으로 천장 부착형으로 제작했다. 와이어를 이용해서 천장에 고정했고 포효하는 호랑이 형태로 제작해 은색 사각형 위에 버건디 컬러로 도색한 아크릴로 제작한 호랑이 머리 부분이 각 진료실 쪽으로 향하게 해서 방향을 안내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와이어를 최대한 짧게 제작해서 링거를 거치하고 이동하는 환자들 이동성을 고려했다.
각층마다 설치된 천정형 유도 사인은 각각 층마다 위치하고 있는 진료실이나 입원실 등을 안내한다. 와이어를 줄을 이용해서 설치했고 버건디 색상 아크릴을 양쪽으로 덧대서 호랑이 형태를 양쪽으로 표현하였다.
각층 엘리베이터 사이에 설치된 층별 안내사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바로 층별 부서 위치를 알아볼 수 있게 편의성을 생각해서 제작되었다. 그리고 제작방식은 버건디 색상과 은색으로 도색한 아크릴판에 층 부서위치 약도를 시트에 출력해 붙인 형태이다.
외부에 위치한 응급의료 센터, 주차장 안내사인, 건물위치 안내 사인이다. 외부에 위치한 사인은 내부와는 다르게 은색과 버건디 색상 위치를 다르게 해서 제작했다. 내부사인은 아무래도 병원이다 보니 버건디 색상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제작했지만 외부는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 은색과 버건디 색상 위치를 바꾸어서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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