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젠 스타일(Zen style) 일본 사인 디자인에 대해 알아본다. 아자부다이힐즈, 롯폰기, 긴자, 하라주쿠, 미야시타 등 일본의 여러 사례를 통해 젠 스타일 사인 디자인이 어떤 형태로 공간에 적용되는지 살펴본다. (장효민 국교통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교수) *필자의 원고는 월간 《사인문화》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는 100년에 한 번 있다는 시부야 재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들어선 대규모 상업 오피스 시설이다. 동관, 중앙관, 서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동관이 지상 47층, 지하 7층(230m) 규모로 2019년 완공되어 먼저 오픈하였다. 지하철과 연결되는 통로에는 건축과 어울리는 플로어 그래픽이 디지털과 아날로그 이미지로 연출되어 있다.
건축, 환경개선과 함께 통합적으로 진행해야 할 사인 한 학기 동안 분주하게 수업 진행은 물론 지역 자치단체의 디자인 관련 사업들에 대한 자문을 계속하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지역의 현안을 무료로 디자인해 주는 재능 나눔 사업들이다. 로컬 디자인(마을 브랜드), 설계단계인 곳,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여 시 산하 기관이 옮기는 곳, 건축과 인테리어가 마무리되어 사이니지를 시공하는 곳도 있다. 지난 호에도 언급한 것과 같이 대부분 마무리 공정에서 의견을 구하는 곳으로 이런 경우 뒷정리를 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다.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와 사이니지 계획, 디자인 스케치, 구조형태, 마감재 시공 등 건축 보완이나 인테리어, 익스테리어까지 모든 것을 제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역의 영세한 사인업체의 경우 대부분 전공 디자이너가 없고 몇몇 업체만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디자인 자문과 제작 프로세스에 대한 감리 또한 업체의 기술적인 한계와 예산 문제로 더 힘들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공공건축물이 시각 공해로 뒤덮이는 것을 막고, 내가 생활하는 지역의 아름다운 공공공간과 차별화된 공간력을 구현하기 위해 힘들지만, 지속적으로 재능 나눔을 진행하고 있다. 수도권의 지자체처럼 디자인 관리 시스템이 있다면 체계적으로 진행되겠지만 지역은 아직도 시스템 없이 과별로 행정적 관점에서 대응하는 실정이다. 체육 관련 시설과 많은 공단의 리모델링 사업 등에서 체계적인 디자인 솔루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지만, 아직도 행정에서의 디자인은 마지막 공정의 일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의 지하공간은 멋진 젠 스타일의 인테리어로 꾸며진 디저트 전문점들로 구성되어 있다. 매장마다 개성 있는 공간은 멋과 맛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새삼 일본의 고유한 젠 스타일의 디자인 감각을 엿 볼 수 있는 곳이다.
지역의 공공공간 신축과 리모델링 사업에서 경험한 문제점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문가(건축사, 인테리어, 사이니지 업체 등)의 프로젝트에 대한 몰입과 노력,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공공 부문에서 사이니지와 환경, 인테리어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상황은 대부분의 업체가 색다른 관점에서 차별화된 요소 적용이나 디자인 전략 없이 이윤추구에만 전념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물이 도시와 지역 나아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미지라는 것을 잊고 그저 오래된 관습처럼 평범하고 키치적인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둘째, 지자체의 담당 주무관, 팀장, 과장 등 행정전문가의 눈높이에서 디자인이 결정되는 점이다. 20대 후반의 경험 없는 주무관이 자신의 취향과 눈높이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비경제적이고 조화롭지 못한 결과물을 양산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콘셉트 없는 디자인 결과물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이 바로 지역 공공공간의 민낯이다. 대부분 공공건축물은 설계에서 색채 계획, 내·외장재, 사이니지까지 결정되기에 건축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전체를 조화롭고 공간력 있게 디자인하는 능력이 있는 건축가를 만나 본 적이 없다. 셋째, 아직도 기획과 실행단계에서 라운드 테이블 구성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목적이나 취지는 좋았으나 대부분 실패 사례로 인식되고 있는 근본 문제는 각 지역 센터장의 전공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건축, 도시공학, 토목, 퇴직 공무원, 시민 활동가 등 대부분의 센터장이 디자인·마케팅 전략 없이 좁은 안목으로 실행한 결과물들이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건축과 환경 개선이라는 1차 목적만 달성하고, 운영 또한 경험이 부족한 마을협동조합 구성원들이 여러 번의 역량 강화 교육에도 불구하고 자생적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자체, 지역 주민 협의체, 전문가의 라운드 테이블 구성을 통한 체계적이고 디테일한 실행은 요원하기만 하다. 지자체나 공공공간도 사적 공간에서 진행되는 서비스 디자인 개념의 올바른 프로세스 적용이 절실한 것이 위와 같이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이다.
▲ MIYASHITA PARK는 현대적인 픽토그램과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구성된 독특한 공간력을 지닌 공간이다. 특히 도쿄의 경우 공간마다 픽토그램이 유사한 듯하지만 조금씩 다르게 디자인되어 있어 차별적인 이미지로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MIYASHITA PARK의 사이니지는 진회색의 주조색과 녹색의 강조색이 조화로운 구성이며 경제적으로 제작된 듯 업사이클적인 이미지로 표현되어 있다.
완성도 높은 도시 디자인 사례, 시부야 ‘100년 만에 한 번, 시부야 대개조.’ 일본 언론에서 요즘 시부야를 소개할 때 종종 쓰는 말이다. 그만큼 지난 도쿄 올림픽 전후로 시부야 지역에는 도쿄를 상징하는 다양한 공간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번에 살펴보는 도쿄의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와 미야시타 파크의 사례처럼, 공간 아이덴티티의 IDC(Integrated Design Communication) 전략과 전체 공간의 톤과 매너를 고려한 컬러 조합, 길 안내(Way finding) 시스템, 색다른 아우라를 보여 주는 사이니지에 이르기까지 젠 스타일(Zen style)의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일본 특유의 미래를 생각하는 기획과 세심한 시공, 독특한 디자인과 사이니지의 공공디자인은 사람을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 즉, ‘공간력’을 가진다. 우리도 이제는 ‘뉴 디멘드 전략’처럼 공간의 아름다움과 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이니지 제작과 공공디자인 결과물을 통해 글로벌 시대에 부끄럽지 않은 ‘우리다움’의 표현에 노력하여야 할 때이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유공간이 좀 더 합리적이고 경제적으로 만들어지고 특히 시각 공해가 아닌 아름다운 조형 요소로서의 사이니지 작품들이 글로컬 시대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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