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젠 스타일(Zen style) 일본 사인 디자인에 대해 알아본다. 아자부다이힐즈, 롯폰기, 긴자, 하라주쿠, 미야시타 등 일본의 여러 사례를 통해 젠 스타일 사인 디자인이 어떤 형태로 공간에 적용되는지 살펴본다. (장효민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필자의 원고는 월간 《사인문화》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 이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영국건축가 토머스 헤더웍이 설계에 참여했다는 아자부다이힐즈는, 330m 높이의 모리JP타워를 비롯해 3개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고밀도 복합단지다. 지하철과 연계되는 다른 방면의 입구에는 유기적이고 독특한 건축물이 색다른 아자부다이힐즈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일본 스타일과 사이니지 암울했던 코로나 시기를 거치고 4년 만에 도쿄를 다시 찾았다. 일본의 수도이며 국제도시답게 부분적인 리모델링과 대대적인 스케일 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엔저(低) 영향으로 많은 여행객이 일본을 방문하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찾을 수 없는 시각적 경험과 독특한 관광명소를 찾는 여행자가 점점 늘어나는 것은 옛것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일본 스타일’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탈물질주의 사회에서 개인, 기업, 도시, 국가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체성과 차별성은 물론 특이성(Singularity)과 유일함(Uniqueness), 복제할 수 없는 콘텐츠를 가져야 한다. 관광객이 도시에서 찾는 관광자원은 특정 관광명소도 있지만 걷고 싶은 거리, 지역문화, 그리고 편리함이며 아울러 그 도시만의 콘텐츠를 즐긴다. 특히 우리나라와 유사한 환경을 보여주는 도쿄의 경우, 깔끔한 골목 풍경과 다양하고 조화로운 디자인으로 구성된 상업 및 공공공간은 공공과 민간이 협업하여 완성도 높고 치밀하게 협업한 결과로 보인다. 오래전에 ‘소니 스타일’이 전 세계에 유행했었는데, 경박단소(輕薄單小, Light, Thin, Minimal, Small) 콘셉트의 소니 전자제품들이 차별화 전략과 결과물로 사랑받았었다. 그 영광을 재현하려는 ‘일본 스타일’의 강력한 브랜드의 차별화(Differentiation), 명확성(Clarity), 지속성(Consistency), 투자(Investment)가 지속되고 있다. 디지털 정보화 시대의 현대는 속도의 시대이자 취향의 시대이고 모바일의 시대라고 한다. 오랜 기간 정체되었던 일본 특유의 끈기와 취향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을 언론에서 자주 본다. 이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영국 건축가 토머스 헤더웍이 설계에 참여했다는 아자부다이힐즈는, 330m 높이의 모리JP타워를 비롯해 3개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고밀도 복합단지다. 1400 가구가 거주하는 아파트에 오피스, 호텔, 쇼핑몰은 물론 병원과 학교, 미술관과 다양한 음식점까지 입주해 10분 이내 거리에서 일하고 배우고 먹고 잠자는 일상이 가능한 ‘콤팩트 시티’다. 초고층 빌딩 사이의 넓은 녹지공간과 가파른 언덕 지형을 그대로 살린 계단식 정원엔 나무가 자라고 중앙광장엔 시냇물이 흐른다. 뉴욕의 허드슨 야드와 함께 미래 도시의 모습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아자부다이힐즈는 롯폰기힐즈를 시작으로 도라노몬힐즈를 개발한 일본 부동산 개발 업체 모리빌딩 컴퍼니가 완공했다. 여러 곳의 성공적인 개발을 통하여 버블 경제로 침체해 있던 도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성공 요인은 건축과 디자인, 스페이스 마케팅 등 전략적이고 협업과 차별화된 디자인 적용이라고 생각된다.
▲ 타워 플라자 2층에 위치한 오픈 형 카페의 모습과 3층의 오카키 서점은 전시 공간과 커피숍 등 복합 문화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꽂이 상단에는 일본 전통의 공예품을 활용하여 시리즈로 디스플레이되어 있다.
고요한 선(禪), 젠 스타일 유럽은 물론 선진국들이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기술, 사회, 환경, 산업제품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한 영역에서 불편함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였듯이 일본 역시 디자인적 프로세스가 잘 정착된 선진국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문화자원(Cultural resource)은 도시에 있는 역사적 또는 문화적 자원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것으로 관광산업 활성화처럼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원이다. 그 자원의 매력도가 강한 것을 새롭게 창출하는 것이 중요한데, 고품격의 차별화된 디자인과 전략이 필수적이다. 선진국의 다양한 문화·관광 시설을 살펴보면 확실한 디자인 콘셉트 설정과 시각적 결과물이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마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명품’과 ‘럭셔리’의 대중화한 결과물처럼 디자인적 차별화가 확연히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특히 도쿄의 사이니지는 타이포그래피의 다양함과 젠 스타일의 간결한 이미지와 형태를 잘 표현하고 있다. 현대적이며 세련된 서체를 기본으로 원색과 중간 톤의 색상과 잘 조화된 사이니지는 조형적인 완성미와 함께 개성 있는 도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공간 아이덴티티의 IDC(Integrated Design Communication) 전략과 전체 공간의 톤과 매너를 고려한 컬러 조합, 길 안내(Way finding) 시스템, 색다른 아우라를 보여주는 작은 상업 공간의 사이니지에 이르기까지 국내와는 다른 젠 스타일의 디자인을 자주 만난다. 독특한 디자인과 사이니지의 공공디자인은 사람을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 즉, ‘공간력’을 가진다. 우리도 이제는 ‘뉴 디멘드 전략’처럼 공간의 아름다움과 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이니지 제작과 공공디자인 결과물을 통해 글로벌 시대에 부끄럽지 않은 ‘우리다움’의 표현에 노력하여야 할 때이다. 어느 시대나 디자이너는 그 사회의 독특한 환경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면서 사회에 기여해 왔으며, 지속해서 새로운 디자인을 모색함으로써 자신이 속한 사회를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왔다. 아울러 디자인의 미적 상징이 한 시대 사람들의 삶과 생활문화와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면서 그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경제성만 추구하고 키치적인 디자인만 양산하는 무책임한 결과물이 아닌 멋진 감각으로 표현하고 효율적으로 구체화하는 멋진 젠 스타일의 사이니지를 곳곳에서 만나고 싶다. 일본의 젠 스타일은 고요한 선(禪)의 일본식 발음으로, 한자의 뜻과 같이 정갈하고 고요하며 단정한 스타일을 말한다. 동양적인 여백의 미와 서양의 미니멀리즘과 같이 직선적이고 깔끔한 느낌으로 따뜻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 아자부다이힐즈 내부 중 지하철과 연결되는 공간의 천장 형태는 마치 식물의 줄기처럼 유기적인 모양이다. 실내의 천장에 부착된 안내 사이니지와 쇼핑 공간의 층마다 부채 형태의 벤치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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